언론속의 국민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권세력의 위선과 도덕 불감증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명제다. 그런데 집권 4년 차를 넘어가면서 선거 때 굽신거리며 표를 구걸해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위선과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정권 초부터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대통령 바로 옆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 온 김상조 씨는 국민을 큰 고통에 빠뜨린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면서도 법 시행 불과 이틀 전에 계약기간이 한 달이나 남은 자신 소유의 집 전세보증금을 14% 넘게 인상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전셋집의 보증금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자신이 더 내야 할 전세보증금은 5천만 원인데, 올려받은 전세보증금은 1억2천만 원이었고, 그 시점에 14억 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실장을 경질하면서 대국민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경질 바로 다음 날, 청와대에서 생중계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부패 청산을 강력히 추진하라면서도 자신의 정부에서 빚어진 불공정과 위선, 부도덕성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생각에 대통령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대통령을 잘 안다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눈에도 대통령의 화만 보일 뿐, 국민의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이 화가 났다는 말에 국민은 울화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주변의 부동산 적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진애 후보로부터 의석을 물려받아 국토위에 배정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관사에 살면서 동작구에 건물을 매입하는 투기 신공을 발휘해 물의를 일으킨 후 사퇴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서울과 청주에 2주택을 보유하면서 공직자의 다주택 소유를 비판하다가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고개를 숙이고 반포의 아파트까지 팔게 되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강남에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했다가 여론의 질타 속에 결국 집을 택하고 직을 사퇴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결코 죄가 아닌데도 집권자 스스로 다주택자를 부도덕한 범죄자로 만들어 도덕성에 치명적 흠집이 생긴 것이다.

 

집권 세력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26일, 설훈 의원 등 73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민주화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집권자들의 위선과 부도덕,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인다. 현재 4·19, 광주 등의 민주화운동 부상자, 사망자, 행방불명자 등을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해 혜택을 주는 법안이 이미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안된 법안은 시위에 나섰다가 유죄판결, 해직, 퇴학 처분을 받았던 사람들을 모두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추가해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중·고교·대학 수업료, 직업훈련비, 의료비, 20년 분할 상환이 가능한 주택 구입 및 임차 대부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과거 데모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죽했으면 김영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와 내 가족은 특별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오늘로 반납한다"고 썼겠는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이란 미명하에 서울남부지검의 금융특별수사부를 공중분해시켜 사실상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해졌고, 수차례에 걸친 인사권 전횡으로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윤미향 사건 등의 수사가 답보 상태다. 전국적인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부패 수사 지시는 한 마디도 없이 한명숙 사건에 올인하고 있다. 이 정도면 법무부는 '정의수호부'가 아니라 '정권수호부'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에게 또박또박 대드는 젊은 검사를 보며 기가 차서 한 말이다. 이제 국민이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에게 되돌려 준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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