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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175㎝ 단타자 모리카와 ‘송곳 아이언’… 장타자 전성시대 뚫었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모리카와 WGC 우승 비결

평균 드라이버 285야드 최하위

최장타 美 호마와 30야드 격차

그린적중률은 77% 공동 2위에

어프로치 이득타수 2.386 1위

아이언으로 나흘 10타 앞선셈

많은 장타자들 모두 제쳐 이변

 

몇주 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서 일본계 미국인 콜린 모리카와가 2위에 3타 앞서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우승 상금이 무려 182만 달러(약 20억5000만 원)로 여느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데다, 페덱스컵 포인트도 높아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 대부분이 참가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2위 욘 람(스페인), 3위 저스틴 토머스와 장타 1위 브라이슨 디섐보,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까지 참가했다. 여기서 데뷔 3년 차인 모리카와가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통산 4승째를 거둔 모리카와는 이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데뷔 후 가장 높은 4위에 올랐다. 모리카와는 특히 장타자 전성시대에 보기 드문 ‘단타자’ 우승을 일궈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에서 모리카와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85.6야드로 전체 참가자 72명 중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가장 멀리 드라이버 샷을 날린 맥스 호마(미국)의 평균 316.4야드와 비교하면 무려 30야드나 넘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 PGA투어 전체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96.4야드로 역대 최고였다. 매킬로이, 존슨, 켑카 등 기존의 장타자 외에도 디섐보와 캐머런 챔프, 매슈 울프(이상 미국) 등 34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샷을 쉽게 날리는 신세대 장타자까지 넘쳐나는 시기에 모리카와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모리카와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골퍼가 한 명 있었다. 다름 아닌 영국 출신의 전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다. 둘은 공교롭게도 키가 175㎝로 같다. 엄청난 체격의 거구들이 득실대는 PGA투어에서 비교적 왜소한 체격이다.

 

도널드 또한 모리카와 못지않은 단타자였다. 하지만 신체조건과 짧은 드라이버 거리의 약점을 극복하고 2011년 당당히 세계 1위에 올랐다.

 

최근 10년간 세계 1위에 오른 골퍼 중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90야드가 안 되는 골퍼는 도널드(284.1야드)가 유일하다. 도널드의 비밀병기는 정확한 아이언샷과 쇼트게임, 그리고 뛰어난 퍼팅. 당시 그의 아이언 어프로치샷의 이득 타수는 1.094로 투어 전체 1위였고 그린 주변 쇼트게임 이득 타수는 0.273으로 공동 18위, 퍼팅 이득 타수는 0.870으로 1위였다.

 

짧은 드라이버 거리의 약점을 보완해 아이언샷과 쇼트게임, 그리고 퍼팅으로 다른 골퍼들보다 대회당 평균 9타를 더 줄였다. 도널드는 당시 483홀 연속 3퍼트 없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며, 시즌 평균 타수 68.86타로 바든 트로피까지 받았다.

 

모리카와의 아이언샷 실력은 도널드 못지않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전체 72개 홀 중 56개 홀을 적중시켜 그린 적중률 77.78%로 공동 2위에 올랐으며, 아이언 어프로치샷 이득 타수는 무려 2.386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이언샷으로만 다른 선수보다 대회 동안 10타 가까이 타수를 더 줄였다는 얘기다.

 

모리카와는 아이언샷 실력에 비해 쇼트게임과 퍼팅 실력이 다소 부족해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립을 집게그립으로 바꾸면서 퍼팅 실력 또한 좋아지고 있다. 2016년 조던 스피스(미국)를 마지막으로 이른바 ‘파워골프’ 시대가 도래했다. 이로 인해 짧은 드라이버 거리를 정확한 어프로치샷과 퍼팅으로 만회하는 ‘도널드류’의 골퍼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게 골프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모리카와의 ‘깜짝등장’으로 이 예측은 수정돼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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