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평시에 땀 흘려야 戰時 피 안 흘린다"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미연합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이 다음 달 퇴역한다. 후임자인 폴 라캐머라 인도·태평양 육군사령관은 미국 상원 인준 중이다. 2018년 11월 취임 후 2년 반 동안 한국 안보를 위해 애쓴 사령관의 노고에 감사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체제로의 전환에도 우려를 표명했고, 실(實)기동 없는 컴퓨터 게임식 연합훈련 방식도 걱정했다. 며칠 전 고별 행사에서도 “평시에 땀(훈련)을 흘려야 전시(戰時)에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필자도 군 출신이라 그동안 사령관 발언의 행간을 통해 재임 중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외교적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침묵해야 했을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의 없는 한·미 연합훈련 취소에도 냉가슴을 앓았을 것이다.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라는 한미연합사의 구호와 실제 사이에서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상명하복이 생활화한 군인에게 정치지도자의 불안한 결정은 고뇌의 출발이다. 상관과 국가에 대한 충성 중에서 선택할 것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1977년 ‘5년 내 주한미군 철수’라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던 존 싱글러브 주한미군 참모장은 워싱턴에 소환돼서도 주장을 바꾸지 않은 후 전역했다. 그가 오래 회자되는 것은 그러한 선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인이라면 핵무기를 폐기하긴커녕 급속히 증강하는 북한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운 현 정치적 분위기에 고뇌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묻는다. 아직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믿는가? 지금까지 틀린 것에 책임지고 있는가?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사령관은 오래도록 잠 못 이루고 몸을 뒤척일 것이다.

 

지난 4월 13일 한·미 양국의 두 연구소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2020년 기준 67∼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도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본토 공격을 위협해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하기 위한 장거리미사일과 잠수함은 물론, 한국 공격용일 수밖에 없는 전술핵무기 개발도 공표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만 외면서 한미연합군에 북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연합훈련 재개까지 반대하고 있다. 한국군 지도부에 묻는다.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핵 대비 강화를 건의한 적이라도 있는가? 부여된 권한 안에서 핵 대응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 보기라도 했는가?

 

6·25전쟁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군 병사의 적극적 전투 의지를 듣고 참전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국군이 북핵 위협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데, 미군이 왜, 어떻게 우리를 지켜줄까?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비핵화’ 함정에 빠져 북핵을 방치하고 연합훈련도 하지 않겠다는데, 왜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한국을 방어해줄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국민으로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귀국 후 맥아더 장군과 반대로 느꼈다고 말할 것 같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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