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의 새론새평] 관심 끄는 보수정당의 전당대회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의힘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시작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선거다. 그런데 당대표 적합도나 지지도를 묻는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뜻밖에도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주호영, 나경원 등 쟁쟁한 중견 후보들을 누르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 그렇게 지나갔을 야당의 전당대회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정당의 대표 경선에서 가장 젊은, 아니 어린 후보의 약진은 그 자체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지금까지 국민을 실망시켜 온 '꼰대 정당'이 아니라 새 지도부를 통해 환골탈태한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국민의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준석 돌풍은 흔히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로 해석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국민은 사실 이 후보 개인의 정치적 능력이나 리더십을 잘 모른다. 그런데도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며 새로운 대안을 찾고 싶은 소망으로 보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보아 온 기성 정치인의 행태로 미루어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가 잘 모르긴 하지만 방송을 통해 낯을 익혀 온 이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는 개인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진정한 보수 가치의 회복과 보수 정치의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진정한 보수주의는 무엇이고 보수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보수주의 10계명'을 제시한 미국의 러셀 커크와 영국 보수당 부활의 기초가 된 마이클 하워드의 '보수주의자 16개 강령'은 보수주의와 보수주의자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에 깊은 관심과 책임을 가지며 역사와 전통에 의해 입증된 집단지성을 존중한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 재산권 등을 존중하며 전체주의와 독재를 강력히 배격한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이웃들을 돌보고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보수주의자의 의무라고 믿는다. 불공평에 분노하고 기회의 균등을 중요한 가치로 믿으며, 과도한 결과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복지와 재분배도 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다. 보수주의자들은 명예와 도덕성을 중시하고, 특권을 배격하고 노력 없이 혜택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이 보여 준 행태는 이러한 보수주의의 원칙이나 보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들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고 정권을 잃었다. 탄핵 이후 네 차례의 선거에서 모조리 졌으며, 지난 총선에서는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맛보았다. 그러나 국민이 선택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내로남불로 대변되는 극도의 위선과 정책적 무능, 그리고 부도덕함에 무책임까지 드러내면서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그 결과 국민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선택했고, 이제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정당의 혁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책임당원 70%, 여론조사 30%로 최종 승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간다 해도 이 후보 같은 청년이 당대표로 선출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당심을 좌우할 책임당원의 절반 정도가 60대 이상이고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어 젊은 이 후보의 도전이 쉽지 않은 길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국민의 열망이 진정한 보수 가치에 충실한 신뢰받는 정당의 탄생이라면 누구든 보수주의의 가치와 이상에 부합하는 개혁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이는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돼야 한다. 맹목적 세대교체나 다선으로 대변되는 알량한 경륜만을 내세우는 사람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제 결정권은 60대 이상, 대구경북 책임당원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구경북의 당원들이 국민이 기대하는 보수정당의 혁신과 환골탈태의 열망을 저버린다면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는 물 건너갈 것이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도 사라질 것이다.

 

문화부 jebo@imaeil.com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정구민의 톺아보기] 상하이모터쇼 2021, 상용화를 시작하는 중국 IT사의 자율주행 기술 / 정구민(전…
다음글 [시론] 文정부의 인사 낙점 원칙 / 이호선(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