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이재명 ‘말 뒤집기’ 해도 너무한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장점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바로 ‘통쾌한 발언’ ‘사이다 발언’ 등 그의 말솜씨다. ‘매타’(매주 타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연설하고 대화하며, 심지어는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잘살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누르고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내세우며 현란한 말솜씨로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을 꾸짖으며 세상을 호령하니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홍길동’ 같은 의적(義賊)의 이미지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같지 못하다’(過猶不及·과유불급)는 말처럼 최근 그의 가벼운 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운동이라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말 바꾸기와 거짓말에 유권자들은 지쳐간다.

 

시작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말 바꾸기였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성남시가 확정 이익을 받도록 자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하더니 조(兆) 단위 특혜를 몰아준 의혹이 불거지자 이익분배 구조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자 자신은 죄가 없는데 왜 특검을 하느냐고 일축하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특검 하자고 나섰다. 그러면서 10년 전인 2011년에 윤 후보가 담당했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특검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윤 후보가 동의해도 특검은 없다.

 

핵심 공약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국민 동의’가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가 공약을 철회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런 적이 없다며 당선되면 국민을 설득해 공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론 앞에 사실상 말장난을 한 것에 불과했던 셈이다.

 

말 바꿈의 백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치하한 것이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는 잘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일지라도 불과 얼마 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말을 했을 때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내에서도 이 후보를 비판하겠는가. 그뿐인가. 입만 열면 보수 정치인들을 친일파라며 비난하더니 포스코에 가서는 박태준 회장을 추켜세웠는데, 산업화의 길에 주춧돌이 된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말 바꾸기를 넘어서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꼬기, 덮어씌우기 등이다. 뜬금없이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부르더니, 다른 곳에 가서는 존경한다고 하니까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면서 조롱 섞인 비난을 한다. 이게 ‘억강부약’의 모습인가.

 

이 후보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은 최종적인 국가의 선택이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다. 그런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이처럼 가볍게 입을 놀린다면 국민이 어떻게 그를 믿을 수 있나. 발표하는 공약과 수많은 약속이 허무한 말장난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이라는 옛말이 헛되지 않음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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