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그 사람을 찾습니다 #17] 뮤지컬 배우 박혜나를 만나다. / 공연예술학부 02 동문

최근 뮤지컬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 배우가 있다. 화제의 뮤지컬 “위키드”에서 주인공 알파바를 맡은 데에 이어서 국내에서만 1,029만명이라는 큰 관객 수를 기록했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6위라는 어마어마한 순위를 차지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엘사 역할의 노래 더빙을 맡은 박혜나(공연예술학부 02) 동문의 이야기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이지만 사실 그녀는 데뷔 9년차의 14번째 작품을 진행 중인 노련한 배우이다. 담담한 듯 단단한 그녀는 어떠한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그저 묵묵히 차근차근 자신의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을 잘 몰랐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자라온 환경 또한 이러한 직업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첫 수능을 마쳤고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문득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부가 저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러한 과정에서 연기, 노래, 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학원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해보면 재밌을 것만 같은 것들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들어온 학원이 바로 뮤지컬 아카데미였어요. 그 곳에서 구소영 음악감독님을 만났고 그분이 절 뮤지컬의 길로 인도해주셨죠. 뮤지컬을 배우며 해왔던 다른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즐거웠어요. 즐거워진 삶이 너무 좋아서 그 길을 계속 따라가다가 보니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오게 되었죠. 그리고 대학교에서 뵙게 된 제갈윤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서 특기를 열심히 갈고 닦아서 뮤지컬 배우가 되었죠.

 


솔직히 배우라는 직업에 제 인생을 두고 산 것은 아니에요. 또한 제가 좋아서 연극영화과라는 연극, 뮤지컬에 관련된 과를 졸업했지만 위험성이라는 측면 때문에 당연하게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죠. 뿐더러 머리로는 안정지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정한 소득이 있는 직업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죠.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렇기에 이렇게 잘 맞고 좋은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죠.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구요. 단순히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노력 했다는 것보다는 그저 머리 대신에 제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기에 이 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기도 해요.

 

 

 


제안을 받고 상황 상 이 일을 하기엔 조금 부담스럽지 않나 생각했어요. 위키드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을 하는 중에 제안이 들어왔거든요. 아무래도 극의 일정과 겹치는 것이 마음에 걸렸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목 관리를 해야 했고 노래 자체가 워낙 고음이 많고 난이도가 있는 노래라서 지금 하고 있는 공연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했던 것이죠. 뿐더러 제게 온 영상과 노래는 구체적이지 못하고 거의 뼈대만 있는 상태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노래를 들어보니 스타일도 저랑 맞을 것 같았고 해보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녹음을 하게 되었고 영화가 상영되어 큰 흥행 돌풍을 일으켰죠, 신기한 일이었어요. 잘 모르고 거절할 뻔했던 일들이 이런 큰 기회를 만드는구나 싶었죠. 이 일로 정말이지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큰 주목을 느낄 만한 겨를이 없었어요. 위키드라는 작품이 한시도 호흡을 놓을 수 없는 극이었기 때문에 항상 작품에 매진하고 있었거든요. 극에 조금 더 도움이 되려고 집 근처로 이사도 하고 최대한 동선을 짧게 해서 최대한 제 삶을 공연에 맞췄기 때문에 그것을 느낄 만한 겨를이 없었어요. 공연 관련 인터뷰를 하면서 그제 서야 조금씩 느낄 수 있었죠. 제 스스로 주목을 체험했다기보다는 예전보다 인터뷰가 많이 들어오고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서 그런가보다 싶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직업이 뮤지컬 배우인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솔직히 주목이라는 표현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제 일은 일이고 저는 저라는 생각이 있기에 이러한 큰 주목도 그저 제 일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감사하죠.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우는 이야기이죠.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초록마녀가 사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며, 인기 많고 아름다운 금발마녀는 사실 공주병에 내숭덩어리였다는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캐릭터 구성과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그리고 두 마녀가 어떻게 해서 각각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가 되었는가를 매혹적인 드라마로 풀어내죠. 저는 현재 이 뮤지컬에서 여주인공 알파바를 맡고 있습니다. 알파바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정의로운 사람,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 어떠한 불합리함에 대해 이겨내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 그리고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키드는 기본적으로 드라마가 좋고 그에 대한 음악이 너무나도 훌륭합니다. 또한 무대를 한 눈에 보아도 이 무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냈다는 느낌이 납니다. 완성도가 보여요. 의상 하나를 입을 때에도 이런 디테일을 생각해낸 정성이 하나하나 느껴지고 빗자루, 마법서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위키드라는 작품이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즉 이 작품이 한국에 아직 오지 않았을 때 음악만으로 접했기 때문에 음악이 정말 좋은 뮤지컬로만 생각했었는데 극을 보고난 후로는 드라마 또한 정말 뛰어나구나 생각을 하게 된 뮤지컬이었어요.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작품이 끝나고 일이 뚝 끊긴 적이 있었어요. 들어오는 작품도 없고 오디션도 줄줄이 낙방했죠. 나름 차근차근 올라갔고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제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잠시 동안은 많이 속상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두 달 정도는 멍하니 있다가 나름대로 마음을 먹고 아침부터 밤까지 발레, 재즈, 헬스, 노래를 매일같이 연습하고 레슨을 받았어요. 신기하게도 꾸준히 받다보니 저도 모르게 생활이 참 즐거워졌어요. 그 이후로도 오디션을 보았고 계속 해서 떨어졌죠. 하지만 우울하진 않았어요. ”오디션은 떨어지기 위해 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와 닿기 시작한 것이죠. 도리어 제 부족한 점을 하나씩 깨닫게 되니까 부끄러워 졌어요. 이 일로 배우라는 직업이 더 배우려고 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통해서 자신의 안에 더 쌓아놔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고 눈앞의 현실에 허덕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작품을 하며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하고 있는 이 위키드라는 작품이 제 배우 일생에 있어서 평생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일은 견고하게 버틸 수 있는 뿌리가 되어줬고 기쁜 일에선 단순히 가볍게 기쁜 것이 아니라 묵직하게 다가와서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해준 작품이 되어준 것 같아요. 이 위키드라는 작품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큰 경험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계속 변화무쌍한 제 안에서 싹을 틔워서 견고하게 자리 잡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 좋은 기운을 내뿜는 사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사람으로서,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행히 큰 무리 없이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그렇기에 정말 최선을 다 해야 하고 이러한 일에 언제나 감사하지만 제 의지로 배우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 여러분들과 계속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무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하잖아요. 조금은 거창한 표현일수는 있겠는데 감정을 받고 감정을 나누면서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거예요. 때문에 뮤지컬을 꿈꾸는 국민*인들에게 일단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에 축하를 드리고 싶어요. 그저 꿈을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 하며 즐기시고 옆에 있는 동료와 함께 이러한 즐거움을 공유하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급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그저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나쁜 일이 그저 나쁜 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 일이 좋은 기회가 될 지, 좋은 교훈이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나쁜 일이 있어도 그 일 때문에 휘둘리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배우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면 오디션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붙은 오디션이 사실 몇 개 없어요. 오디션은 그저 목표로 두고 즐겼으면 좋겠고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를 바랍니다.

 

 

 


무대에서의 강하고 진한 느낌과는 다르게 그녀의 무대 밖에서의 모습은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욱 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끔 했다. 특히 당장의 좋지 않은 일이 앞으로의 좋지 않은 일은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뮤지컬을 꿈꾸고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어떠한 일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한 듯 단단한 그녀의 이야기처럼 어떠한 일이 닥쳐와도 그러한 일을 겪고 헤쳐 나가며 조금씩 단단해져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겪어봐야 안다. 그 일이 좋지 않은 일인지 혹은 좋은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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