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과 건축 신세대 리더] <9>이준희(시디)교수
"캐릭터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죠"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영상 디자이너 이준희(38ㆍ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의 방은 '인형의 집'이다.

방문을 열면 모션 픽처에 쓰일 갖가지 작은 캐릭터 인형과 동물, 소품이 먼저 인사를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어떤 메시지나 느낌을 설명적으로 보여준다면 애니메이션은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점에서 창조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죠."

 
"일러스트레이션이 어떤 메시지나 느낌을 설명적으로 보여준다면 애니메이션은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점에서 창조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죠." 양동출 기자 (dcyang@heraldm.com)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주인을 많이 닮았다. 어찌보면눈사람 같기도 하다.

일러스트와 '애니'넘나들며 작업

뉴욕 명문 SVA 졸업 창의성 두각

신체적 요소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형태만 지닌 둥글둥글한 모습. 일자눈썹과 동그란 눈, 입술선만이 형태에 구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눈을 감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눈사람 캐릭터는 국민대가 내년 봄께 대학로에 세울 영상디자인 전문과정을 광고하기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에도 등장한다. '나는 디자이너인가'라는 주제로 자신 안의 모습들을 관조하는 이야기다.

이 캐릭터의 원조는 지난 1998년 PCS 016에 선보인 '노란 거인'으로거슬러 올라간다. 다리가 화면 가득 강조된 단순화된 형태의 거인은 전화기의 역사를 한달음에 훌쩍훌쩍 뛰어넘어 휴대폰의 등장을 시각적 표현으로 강하게 보여준다.

뉴욕의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를 93년 졸업하고 그는 '애드머레이저 '란 조그만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애니메이션 작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미국 장거리 전화회사인 텔레콤 USA 광고를 토이 스토리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선보였지요. 미국 광고는 상당부분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어요. 인기 연예인이 나와야 하는 우리 광고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죠." 국내에 들어온 뒤 그에게는 매일 한 장씩 그려내야 할 정도로 책과 사보, 광고 등의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요구가 밀려왔다.

시사주간지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도 숱하게 그렸다.

"시사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날 일어난 사건을 내 식으로 해석해 바로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있고 흥미롭지요." 수년을 그렇게 하다 그는 98년 다시 뉴욕행에 오른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알기 위해서다.

 
`노란 거인`이 등장한 광고 `PCS 016`

 
국민대 광고 `나는 디자이너인가`

 
1998년 공평아트센터 초대전에 출품한 그림
"그림 한 컷보다 애니메이션 쪽이 하고 싶은 얘기를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직접적인 도구로서 매력이 크죠." 그러나 국내의 허약한 애니메이션 산업기반은 작가적 의욕을 채워주지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인력 부족과 창의성 결여, 자본의 영세 등이 여전히 길을 막고 있다.

"애니메이션산업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에요. 기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따라가고 있는데 이야기 구성에서는 크게 떨어지잖아요. 어렸을때부터 이야기 구조와 논리, 창의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올여름, 그는 최인호의 단편 '개미의 탑'을 재출간하는 일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며 보냈다. 모두 20여장의 작품은 소설같이 설명적이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단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구상 중이다. 오랫동안 무의식의 근저에흐르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영상작업으로 보여주려 한다. '내가 누구인가', '뭐 하고 있지', '왜 여기 있지'.... 내 얘기지만 남들도 생각하는 물음을 던지고 풀어보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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