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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줄이고 싶나요?… 공 보지말고 홀 보며 퍼팅 하세요[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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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노룩 퍼팅의 과학 공 보며 치는 전통적인 퍼팅은 시각정보를 기억 전환 과정서 일부정보 소실돼 정확성 하락 홀만 보고 치는 노룩 퍼팅은 고개 돌리는 실수 사전 차단 안정된 자세로 긴장감 줄여 ‘노룩 퍼팅 원조’ PGA 스피스 마스터스·US오픈 우승 포옹
백석현은 그런데 SK텔레콤오픈에서 공을 보지 않고 홀을 바라보며 퍼팅하는 이른바 ‘노룩 퍼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생각만큼 퍼팅이 잘 안 돼 선택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결과가 좋았다. 백석현은 대회 첫날 전체 참가선수 중 2번째로 적은 평균 1.43개의 퍼트로 무려 9언더파를 몰아치며 2타 차 1위에 올랐다.
노룩 퍼팅의 원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조던 스피스(미국)다. 백석현도 인터뷰에서 스피스를 보고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2014년부터 이 방법으로 퍼트를 했는데,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거푸 제패할 정도로 큰 재미를 봤다.
노룩 퍼팅은 대다수 골퍼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공을 보며 퍼트를 하고, 공이 홀로 떨어질 때까지 머리를 고정하는 것이 전통적인 퍼팅 방법이기 때문이다. 스피스는 특히 짧은 퍼트를 할 때 공을 보지 않고 홀을 바라보며 퍼팅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긴장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스포츠심리학자인 로버트 크리스티나 교수는 미국 50대 골프지도자에 뽑힌 에릭 알펜펠스와 함께 다양한 실력의 아마추어 골퍼 40명을 대상으로 노룩 퍼팅의 효과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9∼13m의 먼 거리 퍼트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퍼팅한 집단보다 노룩 퍼팅을 사용한 집단이 약 24% 더 홀에 가깝게 공을 붙였다. 0.9∼2.4m의 짧은 퍼트에서도 노룩 퍼팅이 평균 28% 더 결과가 좋았다. 2017년 캐나다 세인트 프랜시스자비어대의 운동역학 교수인 사소 매킨지 교수가 28명의 골퍼를 대상으로 1.8∼4.2m 거리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공을 보고 퍼팅할 때보다 홀을 바라보며 퍼팅할 때 성공률이 더 높았다.
노룩 퍼팅이 효과적인 데는 몇 가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운동학 측면에서 노룩 퍼팅은 퍼팅 내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보통 퍼팅 도중 본능적으로 공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들면서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퍼팅을 하는 노룩 퍼팅은 애초에 그럴 일이 없다.
인지심리학 측면에서도 노룩 퍼팅이 유리하다. 인간의 눈은 얼굴 정면에 양쪽으로 6∼7㎝ 거리를 두고 위치한다. 이로 인한 시야각의 차이로 양쪽 눈을 통해 들어온 이미지는 다르다. 우리 뇌는 이 두 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합치는데 그 과정에서 입체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탁월한 깊이지각과 거리 감각을 갖게 된 이유다. 노룩 퍼팅은 홀을 바라보며 퍼팅을 하므로 이런 시각정보를 직접 이용해 우리 몸의 움직임을 생성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공을 보고 퍼팅을 하게 되면 홀의 위치와 거리에 대한 시각정보를 일단 기억으로 전환한 다음 이를 다시 떠올리며 움직임을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생한 감각정보가 일부 소실돼 퍼팅의 거리나 방향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노룩 퍼팅은 또 다른 이점도 있다. 홀을 바라보는 동안 연속해서 시각정보가 뇌로 계속 전달되기 때문에 퍼팅 도중 미처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퍼팅에서는 결과에 대한 걱정이나 퍼팅 동작에 대한 의구심 등 불필요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연스러운 동작을 방해한다.
물론 별도의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먼 거리에서 거리 조절이 잘 안 돼 곧잘 스리퍼트를 하는 골퍼나 불안이나 과도한 긴장으로 퍼팅이 두렵거나 입스로 고생하는 골퍼라면 노룩 퍼팅을 시도해볼 만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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