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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정성진]유능한 공직자와 신뢰감을 주는 공직자 / 정성진(법과대학) 명예교수
정성진(법과대학) 명예교수

특별수사로 이름이 알려진 검사라고 하면 보통 강하고 치밀하게 보이는 외모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갖춘 사람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부드럽고 인정 있게 보이는 모습을 가진 사람도 많다. 또 부처의 대변인 또는 공보관으로 임명되는 사람들은 흔히 출입기자들과의 관계상 친화력 있고 술도 곧잘 마시는 사람이 선발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필자의 법무행정 경험에 따르면 술을 전혀 못하더라도 표리가 없고 믿을 만한 느낌을 주는 사람을 기자들은 오히려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사람들의 상식적인 통념과 성공적 공직수행을 위한 실질상의 덕목이나 요인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특수부 수사에서는 단순한 돌파력보다는 피의자나 관계 참고인의 바른 진술을 이끌어내는 설득력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고, 대변인으로서도 사교성보다는 신뢰감을 주는 소통력이 훨씬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공직업무의 성격에 따라 연구나 기록 또는 자료 분석 등을 주로 하는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국민의 권익과 직접 관련되는 조사나 인허가 또는 각종 봉사 등 대민업무의 경우에는 안에서 보는 개인의 능력과 바깥의 국민들 눈에 비치는 신뢰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때가 많다. 왜 그럴까.

유능한 공직자는 대개 투철한 국가관과 업무추진력, 그리고 상사의 기대에 맞는 판단력과 충성심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주로 상급자를 포함한 조직 내부의 수직적 평가에 의존한다. 반면에 신뢰감을 주는 공직자는 조직 바깥의 국민이나 관련 부처 공무원 등 행정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수평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해관계에 따라 외부의 평가가 반드시 정확하다고만 생각할 수 없다든가, 공직 수행이 반드시 외부인의 신뢰감과 정비례하여야만 그 목적을 달한다고 볼 수 없는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의 행정이란 결국 국민의 법적 안정감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 차원의 노력 체계이므로 행정행위의 대상이 되는 국민이나 다른 행정기관의 평가 결과를 결단코 무시할 수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다수의 사회학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간됨’을 찾는 것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한 가치로 평가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 공직자의 의견이 상사나 부처의 기본적 입장과는 다르지만 장기적 관점이나 다수 국민의 이익에는 오히려 부합된다고 생각될 경우 또는 그 정반대의 경우에, 해당 공직자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상사의 의견에 따라 원만하게 집행을 한다면 유능한 공직자로, 그 반대의 경우에는 외부에 신뢰감을 주는 공직자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공직자가 사표를 쓰지 않고 그렇게 수미일관된 자세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한편으로 공직자의 의무나 윤리상의 과제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국가관 또는 역사의식과도 연결될 수가 있으므로 섣불리 가부를 단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판단은 해당 공직자 자신이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그리고 스스로에게 추상같이 엄격한 자세로 접근하여, 쉽지는 않겠지만 겸허하게 얻은 결론에 따른다는 전제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은 성실의무와 함께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큰 전제를 취하고 있으며, 공직자윤리법도 직무수행의 적정성과 공익우선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박제화(剝製化)된 관료주의보다는 헌법의 정신에 더 충실하고, 사건보다는 인간의 문제로 접근하는 자세가 보다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닐까 가늠해 보게 된다.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40927/66751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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