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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茶山의 `균직론`에서 배우는 고용 해법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다산(茶山) 정약용 목민심서 저술 및 해배 200 주년을 기념하여 강진에서 남양주까지 13일을 도보단의 일원으로 함께 걸으면서 다산 정신과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해보았다. 유네스코가 2012년에 소설가 헤르만 헤세, 음악가 드뷔시, 자연주의 사상가 루소와 함께 다산 정약용을 세계 문화인물로 선정할 때 그의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안과 평등사상에 입각한 개혁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하는데, 이번 해배길을 걸으면서 그의 정신이 일자리 창출 등 우리사회의 현안 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생각해봤다. 일자리 관련한 다산의 핵심 사상은 과거제도 혁신과 만민 균직론 구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산이 청년시절부터 큰 문제로 제기했던 것이 과거제도였다. 수십만 명의 선비들이 오직 과거시험에만 매달리며 생산활동에는 기여하지 않는 상황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천하의 총명하고 슬기있는 자들을 모아 놓고 한결같이 과거라는 절구에다 던져 넣어 찧고 두드려서 오직 깨지고 문드러지지 않을까 두렵다'라고 하며 귀중한 인재 손실을 비판하고 있다. 현재 많은 우수한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도 유사하다 할 수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일자리 안정성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상적인 해법은 민간 일자리의 안정성을 공공부문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겠지만, 글로벌 경쟁시스템에 노출된 현대 경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청년수당과 실업부조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민간일자리 안정성을 제고하는 전략도 기본전제가 필요하다. 기업활동이 활발해져야 사회안전망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공공 일자리 격차가 해소되어야 민간 기업활동이 활성화된다. 공무원 임용제도를 혁신하고 민간인의 공무원 진출입을 대폭 확대하며 민간과 공공의 일자리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다산은 만민 균직론을 제시하였다. 그는 경세유표에서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상, 공, 산림 등 여러 분야의 국내산업을 진흥하고, 전국민을 사(士), 농(農), 공(工), 상(商), 포(圃), 목(牧), 우(虞 목재), 빈(嬪 직포), 주(走 잡노동)의 9직론으로 만민 균직론을 실현하자고 하였다. 현재 상황은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및 대기업 고임금 일자리 등 과거의 사(士)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선호되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일자리는 외면받고 있는, 심한 일자리 양극화 상황이다. 일자리 양극화와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필요한 일자리를 가지도록 하기위해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다산이 제시한대로 여러 분야의 산업을 새로운 차원에서 다원적 다각적으로 개발하고 진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서비스업도 육성하고 또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종합 정책으로 구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은 물론이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은 기존 산업들의 융합에서 생겨나거나 기술 혁신으로 생겨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융합 신산업의 출현이 가속화될 것이므로, 기존 산업들 간의 융합이 촉진되도록 제도 개선과 규제 혁신이 진행돼야 한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의 융합 및 서비스산업들간 융합을 통해 신산업 출현이 가속화될 것이므로, 서비스에 대한 산업적 인식을 강화하고, 산업으로서의 각종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 르네상스도 현재 제조업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연구개발,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의 생산자서비스산업이 육성되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신산업 창출 펀더멘털 강화는 산업통상자원부 혼자서는 하기 어렵고,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산업적 인식을 공유하며 추진해야 하므로, 이러한 종합적 시각으로 업무를 추진할 조직적 기반이 필요하다. 다산 정신을 되살려서 정부 전 부처가 종합적이고 장기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을 구사하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110102102369640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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