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스트잇으로 칭찬하기 / 이의용(교양대학) 초빙교수

아프리카 바벰바 부족에게는 범죄가 없다고 한다. 이 부족에게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누군가가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경우, 그들은 다른 사회처럼 잘못한 이를 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사람이 그를 가운데 앉혀두고 평소 그가 했던 좋은 일들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고 감사한다.

필자는 수업 때마다 '칭찬샤워'란 걸 한다. 팀 별로 한 사람씩 세워놓고 그를 향해 팀원들이 칭찬, 격려, 감사의 말을 해준다.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듯 순서 없이 계속 칭찬을 해준다 해서 '칭찬샤워'라고 이름을 붙였다. 서로 깊이 알지 못하는 학기 초에는 "옷이 잘 어울린다", "표정이 좋다", "헤어 스타일이 새롭다" 외모 평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학기 중반이 되면 "참 친절하다", "인사를 늘 먼저 한다", "궂은 일을 잘 한다", "리포트를 잘 쓴다", "어제 식당에서 먼저 인사를 해줘 고마웠다"는 등 성품이나 행동을 관찰한 결과를 말해준다.

칭찬샤워가 끝나면 '셀프 칭찬'을 한다. 자신이 들은 칭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다. 손거울을 들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00야, 너 참 성실하구나!"

남을 칭찬하는 것, 남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칭찬을 받는 것, 자신을 칭찬하는 것 모두 여간 어색한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평소 연습이 안 돼서 그렇다. 매주 연습을 해보면 칭찬하고, 칭찬받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된다. 그 맛을 아는 어떤 학생은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며 칭찬을 해달라고 자원을 하기도 한다. 이걸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닐까.

그 사람을 바라보면서 칭찬을 하는 게 어색하면 포스트잇을 이용해보면 좋다. 구체적인 칭찬, 격려, 감사의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등에 붙여주는 방식이다.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 당사자로서는 어떤 내용이 자신의 등에 붙어 있는지 궁금해 흥미를 더해 준다.

어느 교회 소통 세미나에서 목사, 장로들을 앞에 나오게 해 교인들이 감사와 격려의 포스트잇을 등에 붙여주는 의식(?)을 거행해봤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 아마 지금쯤 그 포스트잇이 책상 앞 벽에 게시돼 있을 것 같다. 그것을 볼 때마다 얼마나 기쁘고 힘이 날까?

필자는 오늘 수업에서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무엇인지를 동료들이 적어서 등에 붙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후 그걸 집계해서 발표했는데 의외의 직업들이 나와 한바탕 웃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 이런 추천 방식이 나름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비친 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 샤워, 포스트잇 칭찬을 교회 교육에 적절히 활용해보자.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29221839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기독공보|201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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