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서비스 경제` 구축 시급하다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무형성 중시되는 경제로 운용의 기본틀 발전돼야
서비스 경제에선 유연한 수평적 사고 필수
100년 지속 성장하는 시스템 구축 정착될 때 

지난달 2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정계와 관계 산업계 학계가 모여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가 있었다. 또 민생구하기 입법 1000만인 서명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제 혁신 활동의 중심에 있는 법안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2012년에 국회에 제출되어 4년째 계류중인 법안인데, 법안의 내용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기본 지원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의료민영화 가치 논쟁이 개입되면서 오랜기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여야 간에 의견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 

법 제정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한국경제 혁신이 바른 방향으로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법제정 과정과 그 이후에 유의해야할 과제들을 생각해본다. 단순히 정부 재정을 더 투입하고 일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산업이 크게 발전되거나 일자리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일자리가 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혁신이 진행돼야 한다. 

우선 한국사회와 경제운용의 기본틀이 바뀌어야 한다. 신뢰와 신용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중시되는 사회로, 또 유형성보다 무형성이 중시되는 경제로 사회경제운용 기본틀이 발전돼야 한다. 수직 계열화 구조가 아닌 수평 네트워크 구조로 시스템이 변화돼야 하고, 가치의 기반이 눈에 보이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 중심으로 이동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사회경제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 갑과 을의 관계가 권한과 의무가 균형되는 관계가 돼야 하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 리더들의 권한과 의무가 균형돼야 한다. 인간의 시선이 대체로 높은 곳을 향하므로, 권한 행사보다는 의무 준수가 더 강조되어야 진정한 균형점이 형성될 것이다. 수평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실명성도 필요하다. 의사결정 실명제, 정책 실명제 등 모든 행위에 대한 실명제가 수평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관계성, 무형성, 수평성, 쌍방향성 등 서비스의 본질적 특성이 사회경제시스템의 기반이 되도록 제도개선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의식 개선활동도 필요하다. 오랜 기간 유형적 수직사회에 익숙해있기 때문에 서비스경제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의식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서양사회는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이 맞으면 서로 친구가 되는데, 우리 사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마음이 잘 맞아도 서로 친구로 부르기 어렵다. 또 산업분야가 서로 다르면 동류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나이차이가 많은 사람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산업분야가 서로 달라도 쉽게 대화되도록 의식 개선부터 필요하다. 자신의 이론과 자신의 가치관을 뒤로하고 다른 분야의 이론과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의식의 성장이 필요하다. 서비스경제는 고객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들이 융합해 이뤄지고 발전되기 때문에 유연한 수평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새로운 학교교육시스템의 구축과 성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시스템의 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사회 리더그룹의 오프라인 모임과 사회봉사활동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봉사 방식이 금전을 기부하는 활동도 더 강화돼야 하지만, 더 강화돼야 할 부분은 자신의 지식과 시간을 한국사회의 장기발전 이슈에 봉헌하는 것이다.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적인 이슈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많다. 그러나, 물과 공기를 맑게 하는 활동과 성격이 유사한 한국사회의 시스템 개선이나, 한국인의 의식 확장 및 인식 향상 등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적다. 열심히 노력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30년, 100년 정도 소요될 장기 이슈여서 유능한 지식인들을 유인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기적 과업에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자발적으로 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이러한 리더들의 오프라인 토론 모임도 활발해지고, 이들의 깊이 있는 장기적 철학적 성찰이 공론화돼야 한다. 향후 100년 지속 성장하는 대한민국시스템 구축을 위해 서비스강국코리아 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 시각의 오프라인 봉사모임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2020210235160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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