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북한 경제개혁이 둔화하는 불길한 조짐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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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농업관리체제 도입… 2년 연속 풍년 누린 북한
북한 개혁의 첫걸음은 농업 부문에서 2013년 초부터 농가를 중심으로 한 농업관리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 덕분에 2013년과 2014년 모두 풍년이었다. 식량난을 오랫동안 극복하지 못한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농업개혁을 먼저 시작한 것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 따라 농업에서 첫 성공을 이룬 다음 공업개혁을 시작할 것이다. 예측대로 김정은 정권은 공업개혁을 위한 준비를 작년부터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내각과 당 중앙이 승인한 5·30조치는 바로 공업개혁의 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5·30조치에 따르면 농업 부문에서 농민은 수확한 곡식의 30%가 아니라 6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이 있었고, 거의 모든 기업소(기업)에서 독립채산제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독립채산제에 따르면 당과 국가로부터 임명된 기업소 경영자들은 시장경제에서나 가능했던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부속품과 재료를 시장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완성품을 직접적으로 시장가격에 팔거나, 혹은 노동자들을 필요에 따라 고용하거나 퇴직시킬 수 있는 권리 또한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독립채산제는 시장화와 민간화, 두 방향으로의 중요한 걸음이다.
공업 부문에서 관리개혁이 연기된 동시에 투자 유치 부문에서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요즘 북한 당국자들이 외자 유치에 더 많은 논의를 하는 한편, 외국 회사에 대한 압력도 더 많이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는 언급되지 않았던 세금이나 임대료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새로운 규칙을 부과하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해외 송금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특히 이 같은 압력의 대상은 중국인 투자자들이다. 결국 필자가 잘 아는 대북 사업가들 가운데 몇몇은 북한과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 규모를 크게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경향을 종합해 본 한 소식통은 얼마 전 중국에서 필자와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년 동안 북한의 경제는 가파른 산을 비교적 빨리 올라가는 차량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차량의 엔진은 멈추었습니다. 결국 이 차량은 다시 아래로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몇 개월 전에 개혁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가 김정은 개인 생각인지, 혹은 수구파 원로들의 저항 때문인지, 아니면 개혁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북한 정권이 2012년 여름 농업개혁을 시작했을 때도 모든 준비를 갑자기 멈춘 채로 2013년 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공업개혁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은 농업 부문에서 개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농가부담제가 확산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실시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속도의 갑작스러운 둔화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북한이 개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곧 서민의 고생, 군사 도발, 군국주의의 첨예화, 그리고 최후 위기 및 붕괴의 길이다.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50605/716532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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