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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창조경제, 중소서비스로 돌파구 찾자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나는 보통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특별한 사람이 될 권리가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회를 추구한다. 국가의 비호아래 보장된 삶을 사는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 그것은 타인에게 무시당하는 일이고 내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는 의미 있는 모험을 할 것이다. 내게는 꿈이 있고 나는 창조를 원한다…" 1904년 '앙트러프러너'의 발간사의 한 구절이다. 미국 사상가 토마스 페인이 1776년 미국 독립 직전에 발표한 책 '상식'중의 한 구절이다.

지난달 24일 청와대는 대기업총수를 모두 불러 오찬을 하면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적극 지원 육성해달라고 주문했고, 재계에서는 그리 하겠다고 답했다. 창조경제를 위해 노력했지만 창조경제가 잘 되지 않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어 청와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일자리는 어디에 있고, 창조경제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토마스 페인 식의 창조적 기업가가 충만한 나라가 되도록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면, 많은 창조적 기업들이 탄생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인가. 대기업들은 창조경제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이지 공급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스스로도 심화된 글로벌 경쟁 환경과 중국의 위협 등으로 인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기업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이 현재 대기업들의 입장일 것이다. 그 도움을 받기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멀리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창조적 기업들의 도움을 실시간으로 받지 못하는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기 쉽다. 대기업에도 도움되면서 창조경제를 조기에 활성화시키고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생산가능 노동인구의 감소, 공시족 증가 등으로 나타나는 전반적인 기업가정신 둔화 속에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신경제의 속성에 주목하면 해답이 있다.

18세기 중반 영국이 제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을 때, 산업혁명을 주도한 세력은 국가도 아니었고 국가의 특허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었던 대기업 주식회사도 아니었다. 이 시기에 활약한 기업들은 거의 모두 가족기업이라 불리는 소규모 기업들이었다. 이 수 많은 소기업들이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고, 결과적으로 국가전체의 경제력을 성장시킨 것이었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규제완화를 요구했고, 그리고 자유경제 체제가 구축되어 산업혁명의 역사가 이뤄졌다.

또한 21세기 신경제는 서비스경제다. 1차 산업이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하여 6차 산업화되고 있고, 제조업은 서비스를 융합하여 서비스기업화 되고 있고, 서비스업은 기술혁신의 도움으로 글로벌 주력 산업화되고 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제활동의 가장 근본에 밀착되어 있는 서비스 활동을 중심으로 창조가 일어나고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 사례에서 보듯이 창조는 속성상 크고 무거운 기업에 있기 보다는 작고 민첩한 기업에 있다. 중소서비스기업과 창조경제가 강하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중소서비스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창조경제 조기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중소서비스기업이 경쟁력이 향상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또한 혁신적 중소기업이 선순환적으로 대기업의 혁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지원센터의 중소서비스 중심 센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로의 돈의 흐름도 개선돼야 한다. 신경제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오래전에 사라졌는데도, 아직도 제조와 서비스가 엄격히 구분되어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고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해 서비스 활동의 위상을 먼저 높여야 한다. 서비스 강국 코리아 비전선포식 등의 이미지 제고 행사도 필요하다. 경제 생태계 내에서 자발적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중소서비스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결해주고, 비전선포와 함께 정부 각부처를 수평시스템으로 연결해줘야 한다. 정부의 거시적 연결 역량 발휘가 기대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80302102369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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