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잘 빚은 벤치·오두막 하나, 도시가 확 달라진다 | |||
---|---|---|---|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확용하는 ‘작은 건축’이 주목된다. 오스트리아 빈 현대미술관 광장에 들어선 ‘MQ 벤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애용된다. [사진 각 건축사무소]
건물 사이, 공터 활용한 임시건축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2014년부터 미술관 마당에 신예 건축가들이 파빌리온(천막 혹은 정자)을 짓게 했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시민들이 건축을 체험하고 휴식도 누릴 수 있도록 꾸몄다. 도입 첫해 ‘신선놀음’이란 작품을 시작으로 흥미로운 발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7년부터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젊은 건축가들이 꿈꿀 공간도 사라졌다. 지속성이 부족한, 관료적인 입장이 우세한 우리 문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원조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 프로젝트다. 2000년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를 발굴하는 플랫폼으로 계속되고 있다. 뉴욕 퀸스에 있는 PS1 현대미술센터 안뜰을 새롭게 꾸며내고 있다. 신진 건축가들은 경치·기술·공간 개념을 포괄하는 설치물을 잇달아 선보였다. 처음에는 파티를 열고 시민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건축과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때로는 사회적 메시지도 던지는 파빌리온을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2012년 선보인 거대한 별 모양의 ‘웬디’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다. 재활용·친환경 개념을 끌어들였다. 가로·세로·높이 각 9m 크기의 대형 설치물로, 공기 중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나노 입자 나일론 원단으로 만들었다. 승용차 260대가 배출하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건축이 환경과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2000년 이라크 건축가 자하 하디드로부터 시작된 런던 하이드파크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비슷한 계보를 잇는다. 미술관 후원금 마련을 위한 임시 천막구조물로 시작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과 명성을 얻으며 이후 매해 여름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파빌리온을 시도하고 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렘콜하스, 알바로 시자, 헤르조그 드 뫼롱, 소 후지모토, 셀가스카노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2011년 시작한 ‘광주 폴리’ 프로젝트 중 하나인 ‘소통의 오두막’. [사진 각 건축사무소] .2011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시작된 광주 폴리 프로젝트는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오래된 도시를 되살리는 도구로서의 폴리(Folly)를 주목했다. 폴리는 원래 과거 유럽 정원에 장식용으로 지은 조형물이었는데, 최근에는 문화·예술적 특성을 갖춘 도시재생용 건축물로 영역이 확장됐다.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1990년대 파리 라빌레트 공원에 선보인 35개 구조물도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낡고 늙은 구도심에 젊음의 활력을 심어주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예컨대 광주 곳곳에는 오두막·정자·장벽·언덕 등 각기 다른 모양의 폴리가 30개 들어서 있다. 예향(藝鄕) 광주의 면모를 되살리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의 좁고 긴 땅에 세워진 미국 작가 프란시스코 사닌의 ‘광주사랑방’이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다. 이런저런 작은 모임이나 소규모 문화공연을 열 수 있고, 지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도 있다.
건축가 장윤규가 구상한 ‘에코 폴리’. 건물 옥상이나 공터 등에 공기정화 기능을 갖춘 설치물을 들여놓았다. 도시 시설물로서의 폴리는 활용 가능성이 무한하다. 도시 풍경을 넘어 도시 환경 자체를 바꾸는 폴리도 구상해본다. 이를테면 에코 폴리라 부를 수 있다. 대기오염에 대처하는 일종의 환경장치다. 요즘의 코로나19 대재앙이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재해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건물 옥상이나 건물 사이, 혹은 공터 등 도시 유휴공간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다. 도시 환경을 정화하는 장치로서의 임시건축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성큼 다가왔다. 공원으로 변신한 도살장 파리 나빌레트 공원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는 프랑스 파리 나빌레트 공원에서 도시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1993년 파리 북동쪽의 광활한 도살장을 멋진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21세기 공원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다양한 모양의 붉은 색의 야외 조형물(사진)이 주목을 받았다. 135에이커(약 55만㎡)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를 점·선·면 세 가지 요소를 이용해 예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공원으로 빚어냈다. 그림 같은 공원을 추구한 기존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것이다.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85991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이전글 | 인터넷 정책설문 ‘그들만의 여론조사’ / 홍성걸 (행정) 교수 |
---|---|
다음글 | [기고] 밀집, 밀접, 밀폐를 위한 실내기류와 환기 / 한화택(기계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