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의사 집단행동 보도한 언론..조국 딸은 왜나와? [미디어비평] / 조수진(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9월 5일 (토) 20:20~21:00
 □ 진행 : 유다원 아나운서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언론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의사 집단행동 보도한 언론..조국 딸은 왜나와? [미디어비평]

- 문 대통령 sns 글 편가르기 논란..언론이 갈등 조장 부추겨
- 의사파업 단순 정보전달 그치거나 정치쟁점화하는 기사 대부분
- '세브란스 인턴 부탁 조민 보도' 사실 관계 확인 등 취재윤리상 문제될 수도


◇ 유다원 아나운서(이하 유다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네, 안녕하세요.

◇ 유다원>
코로나에 태풍에, 전공의들의 파업까지... 참 어수선한 시국인데요.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 방역으로 지친 간호사들을 격려한 문재인 대통령의 sns 글이 편가르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조수진>
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시거든요. 우리 간호사분들이... 코로나 현장에서도 정말 많이 애쓰고
 계시구요, 지금 의료 공백에도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대한간호사협회가
 지난달 27일 '의료인의 윤리적인 책임을 저버리는 진료거부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내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대통령의 메시지를 다루는 언론들은 조금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 2일 중앙일보 보돕니다. 파업의사엔 "유감"이랬던 문, "코로나 헌신은 간호사의 노력'이라는 제목을 붙였구요, 전공의와 간호사의 모습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냈다고 평합니다. 또 다른 기삽니다. '간호사 치켜세운 문에...의사들 "이간질 시작됐다" 부글부글' 이라는 제목입니다. 한국경제도 '문, "코로나19에 힘쓴 의료진은
 간호사"...통합당 "갈라치기"
매일경제는 '문대통령, 간호사 격려 메시지 논란...아이유 팬들까지 발끈' 이라는 제목의 기삽니다. 문대통령의 메시지에 가수 아이유가 간호사협회에 아이스 조끼를 기부한 것을 언급했는데요...이에 대해 이걸 뭐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동아일보 역시 '문대통령 의사 짐 떠맡은 간호사 sns편가르기 논란. 그 다음날 9월3일에도 역시 비슷한 제목의 기사는 계속됩니다. 고민정 "문대통령 편가르기?..손내밀었는데 화내는 형국", 세계일보가 같은 날 문대통령 "간호사들 곁에 항상 국민이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달라"는 제목으로 사실 자체를 다룬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 유다원>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도 화합해도 모자를 마당에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를 편갈라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특히, 대통령의 메시지 중에서 이 부분이 논란의 중심이었는데요. 잠시 읽어보죠.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취지는 좋지만,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의사들의 휴진과 전공의 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내용을 넣었어야 했나 이런 지적이 일었죠.

◆ 조수진>
네, 물론 이번 메시지가 청와대가 밝힌 대로 의도 자체는 좋았으나. 몇몇 표현들이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지점도 있지만, 일부 언론이 더 확대해서 보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언론이 편가르기를 더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인데요.

그리고 간호사협회의 성명, 그리고 이번 간호사 격려의 메시지와 관련된 언론의 논란
 부추기기를 보면서 또 하나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요.
간호사도 의료진이자 방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그동안 그들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잘 다뤄오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도 생각하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 기자협회보 기사내용입니다.
 '코로나19 국면을 통해 '저널리스트들이 간호사를 더 많이 인터뷰해야 한다'는 제언이
 다시금 조명 받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삽니다. 영미권 연구지만 우리도 참고할 만 한 내용인데요.
미국 하버드대 쇼렌스타인센터의 '저널리스츠 리소스(Journalist's Resource)'가 지난달 13일 의료 관련 신문기사들을 분석한 2018년 연구를 인용해 "의료 저널리스트가 간호사를 더 인터뷰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게재했다고 하는데요, 의료인력 중 숫자가 가장 많은 직군임에도 간호사가 전문직업으로 언급되거나 사진으로 나온 경우가 적고, 정책과 관련해서는 인용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역시 간호사에 대한 조명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조사결과 올해 1월1일부터 8월30일까지 총 54개 신문·방송사 뉴스에서 간호사가 멘트 등을 통해 직접 인용된 정보원으로 등장한 비율은 6.05%(1만6458건 중 996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포털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기자협회보가 조사한 걸 보면요, 실제 포털 네이버에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처음 발발한 1월20일부터 최근인 8월30일까지 검색어 '코로나'와 함께 '간호사'가 거론된 기사 수는 4만5832건이었지만, '의사'나 '교수'가 함께 언급된 경우는 각각 17만7137건으로 16만건 이상 압도적인 차이가 났습니다.)
최근에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간호사들을 다룬 보도는 그나마 상당히 눈에 띄는 상황이긴한데요. 이건 코로나19, 전공의 파업이라는 특수한 국면 하에서만 나타난 현상인거구요

◇ 유다원>
뉴스나 포털에서 의료사안을 인터뷰할 때 간호사를 취재하거나 언급한 보도 자체가 상당히 적다, 이런 말씀이신데... 간호사 분들이 의료영역에서는 소수이자 약자이기에 그렇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다행히 어제죠, 정부 여당과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쟁점사안에 대해 코로나 이후로 논의하기로 합의를 했고요,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 위중한 코로나 방역, 그리고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탓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보도도 한번 짚어볼까요?

◆ 조수진>
네, 이번 의사들의 진료거부 같은 집단행동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면서 저는 언론이 그냥 구경꾼에 지나진 않았는지... 정작 본질은 놓치고 정치적인 비판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집단적인 행동이 있을 때는 갈등의 쟁점이 무엇이고. 왜 이런 갈등이 불거지게 됐는지, 이번 같은 경우 정부와 의협 양쪽의 입장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보도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하는데요. 특히,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의사파업을 다루는 언론보도를 보면, 단순 정보전달에만 그치거나 심지어는 정치인이나 패널들의 SNS글을 그대로 퍼와서 정치쟁점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언론의 기능 가운데 ‘상관 조정기능’이라는 게 있어요. 문제를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건데요,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의대생들의 단톡방에 돌고 있는 근거 없는 내용들을 퍼다가 기사로 내고 오보라며 사과문을 내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사과문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 유다원>
이번 의사들 집단행동 가운데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태도 있었죠. 결국 9월1일로 예정됐던 의사 국가고시가 일주일 연기됐는데요. 이런 와중에 조국 전 장관의 딸이죠, 조민씨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어요.

◆ 조수진>
네, 조선일보 8월28일자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찾아가 조국딸이다..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이 기사는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됐고, 조 전 장관측에서 오보라며 강력 대응하자, 다음날 바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측은 지난 2일, 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달 20일에도 단독이라는 이름을
 내고, “의대생 91%가 거부한 의사고시, 조민은 시험본다” 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기승전조국’인가.. 이런 생각이 들게 했고요. 취재윤리의 핵심이 사실 관계 확인인데요, 제대로 지켜졌나 평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유다원>
의사 파업과 관련해 이번에 YTN이 단독으로 기사를 낸 것이 주목을 받았는데요.
ytn이 지난 2일 [단독]서울대 의대 교수들, 박근혜 정부 때는 "공공의대 연간 7백 명 운용" 제안'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 조수진>
네, 공공의대 증원에 대한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여러 자료들을 찾아서 비교해
 해석하는 점들이 좋았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용역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겁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 의사들이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면서 벌이고 있는 이번 집단행동과 비교될 수밖에 없죠. 이 기사가 나가고 많은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이데일리 기사 '박은 맞고, 문은 틀리다? ...서울대 의대 과거 공공의대 제안 / 의학신문 '서울의대, 공공의대 찬성하다 말바꿨다' 등의 기사들이 이어졌습니다.

◇ 유다원>
정부와 의사협회가 원점에서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니 다행이고요. 이번처럼 정책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다루는 언론의 역할, 어떻게 정리해보면 좋을까요.

◆ 조수진>
네, 언론이 사회 갈등의 사안에 대해 대립된 입장을 그대로 전달만하고 심지어는 SNS를 복붙하는 기사들, 오히려 언론이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기사를 내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특별히 이번 사안은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거든요, 그래서 언론이 정말 이 갈등의 본질이 뭔지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방송에서 사운드바이트(SOUND BITE)라고 뉴스에서 발화자의 음성 중 중요한 부분만 따서 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점점 짧아지면서 갈등의 소지가 되는 부분들이 편집돼 논란이 되는 경우들이 많았었죠... 이건 지금도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최근 보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은 특정인들의 SNS가 다 그냥 그대로 기사 하나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문제들도 고민해봐야 할 문젭니다. 이 내용은 다음에 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유다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수진>
감사합니다.

◇ 유다원>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ytn.co.kr/_ln/0103_20200907092434078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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