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2022 대선의 의미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는 하버드대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 교수가 2018년에 쓴 책의 제목이다. 두 사람은 수많은 국가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졌음을 지적하고 그 전조(前兆)와 과정을 분석했다. 그 논리가 어쩌면 그렇게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주요 내용은 부분적으로 보도된 내용도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 다시 정리해 본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묵시적으로 합의된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첫째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한 선거라는 전제하에 서로 상대의 집권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페어플레이의 전제 조건이다. 둘째는 집권 세력이 상대방을 약화시키기 위해 민주적 제도에 대한 통제력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다. 집권 후 제도를 악용해 경쟁 상대를 억압한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진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대 국가에서는 민주적으로 집권한 정치 세력이 합법적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히틀러(독일)나 무솔리니(이탈리아), 차베스(베네수엘라), 페론(아르헨티나), 후지모리(페루) 등 독재자의 등장은 놀랍게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들은 포퓰리스트 아웃사이더였으며, 독재자로 등장하기 전에 장차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잠재적 신호들을 보였으나 국민들은 인지하지 못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독재적 특성을 보여주는 잠재적 신호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는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거나 이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고, 둘째는 경쟁자들을 부정하거나 헌법 질서의 파괴자, 범죄자 등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셋째는 때때로 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것이고, 넷째는 언론 및 경쟁 상대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잠재적 독재자의 집권 여정은 대체로 유사한데, 이들은 모두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술에 뛰어났고,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가 높아 새 인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계에 진출하거나 집권하는 길이 쉽게 열렸다. 이렇게 선출된 독재자들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방법도 매우 유사하다. 심판을 매수하거나 위협해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도록 하거나 경쟁 상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각종 비리를 발굴하거나 없으면 만들어 제거한다. 대법원과 헌재, 선관위 등의 법관, 위원 등의 매수 또는 교체, 주요 언론·방송사의 폐간 위협, 야당을 지원한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와 과세 등 민주적 제도들을 악용해 궁극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운동장 전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여 독재를 완성한다. 독재자의 등장을 막아야 할 정당은 무력해지고, 오히려 독재자의 수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실상 민주주의를 사망하게 만드는 데 동조한다.

 

집권하기 전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이념과 가치에 반대하는 상대를 부인하거나 종종 민주적 가치를 거부했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지지 세력들의 폭력과 헌법 질서의 유린을 방관하거나 묵인하는 것이 다반사였고,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져 집권의 문이 활짝 열렸다. 정치적 경쟁 상대를 수시로 헌정 질서의 파괴자로 비난했으며, 집권 후에는 적폐로 몰아 청산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물론, 선관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심판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모두 지지자들로 채워 운동장을 기울였고, 입법부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과 같은 경기의 규칙을 모두 바꿨다. 집권 후에는 갖가지 감성적 호소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면서 미디어를 통제하고 소득주도성장과 문재인케어 등 지속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정책을 총동원해 지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스스로 민주화 세력이라는 좌파 운동권에 의해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 그나마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판결에서 아직은 숨이 붙어 있는 사법부를 본다. 필자는 다가올 2022년 대선이 한국 민주주의의 종말이냐 부활이냐를 선택하는 중차대한 선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러시아 가정의 날의 아름답지 않은 이면 / 강윤희(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다음글 싸울 용기, 적어도 토론할 용기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