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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장동 개발 설계의 수혜자는 설계자 본인이다 / 이호선(법학부) 교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대장동 개발 관련 뇌물 수수와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었다. 대장동 사건은 한마디로 공영 개발을 빙자한 ‘먹튀’ 사건이다.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는 본인이 인정하고 있듯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그런데 이 대장동 설계에는 먹튀가 가능하도록 곳곳에 허점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1년 10월 4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첫째, 이 설계에는 불필요한 틈새가 있었다. ㈜성남의뜰이라는 법인이 시행자이지만, 이 회사는 만들 필요가 없었다. 공영 개발이라면 성남시나 공사가 시행자가 되면 족하였다. 만일 이 지사 해명처럼 성남시가 경험과 역량이 되지 않고 위험 부담이 있었다면 시나 공사가 100% 출자한 완전 자회사로 시작하면 되었다. 그랬더라면 대장동 수익은 전부 성남 시민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꾼’들이 들어올 판을 깔아준 것은 설계 때문이었다. 민관 합작의 외형을 입은 시행자를 만듦으로 토지 매입 때는 수용으로 ‘후려치고’, 아파트를 팔 때는 분양가 상한제와 무관하게 ‘바가지’가 가능하였다. 어떻게든 공익 환수 액수를 부풀려 치적으로 자랑하려는 시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설계는 없었을 것이다.

 

둘째, 안 들어와도 될 민간 ‘꾼’들을 끼워 준 뒤에는 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주었다. 민간에 초과 이익이 돌아갈 경우에 대비한 환수 장치는 고사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20억원 이상의 수익에 대하여는 포기하였다. 말이 우선주이지, ‘비참가적’ 우선주는 나머지 수익에 대한 포기 각서와 다름없고, 이를 통해 남아 있는 7%의 보통주는 특권주가 되었다. 설계자의 배임 혐의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셋째 설계의 한 수는 ‘분리 개발’이었는데, 이 설계의 최대 수혜자는 설계자 본인이었다. 이 지사가 대장동과 결합 개발 대상으로 지정했던 공원화 사업 부지를 2016년에 와서 대장동 사업에서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결합 개발로 남아 있었다면 제1공단 공원 조성 등은 기부 채납 대상이 되지만, 분리 개발을 하면 형식적으로는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받아다 투자하는 셈이 되기에 일단 대장동 이익을 공익 환수하였다고 주장할 명분을 얻게 된다. 가만 놔둬도 기부 채납으로 지어질 공원 등이어서 엎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지만 대중 눈속임용으로는 딱이다. 이재명 지사가 선전하는 공익 환수액 5500억원 중 제1공단 조성 2761억원과 교통 기반 시설 920억원은 이렇게 포장만 바뀐 채 성남시장의 선전 대상이 되었다. 확실히 설계의 묘미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분리 개발은 일단 수익을 거둬 재투자(?)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추가됨으로써 발주·수주·시행에서 부정이 개입할 소지도 만들어 놓게 되었다.

 

대장동 개발은 인허가권, 토지 수용권이라는 권력의 펜으로 쓴 설계가 있었기에 위험성은 전무하고, 수익은 보장되는 사업이었다. 여기에서 이재명 지사가 치적 선전이라는 정치적 ‘꿩’을 먹은 것은 확실하다. 꿩을 먹기 위한 이 지사의 설계로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렸다. 대장동 원주민, 아파트 수분양자, 제1공단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군인공제회 등이 천문학적 피해를 봤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꾼들의 이익이 되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 지사가 꿩만 먹었는지, 알도 먹었는지 대선 전에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꿩 먹고 알 먹고 이제는 둥지 뜯어 불까지 때려 한다는 의혹을 풀지 않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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