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또 시작된 北 도발 사이클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한동안 세계 언론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갑자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본 이유는 김정은이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 신뢰 조치를 재고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북한이 2017년 말부터 실시했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의 파기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미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2019년 12월 말 그는 '충격적인 행동'을 예고하며 모라토리엄 파기를 위협했다. 그러나 아직 모라토리엄은 유지되고 있다. 필자 역시 북한 측이 조만간 모라토리엄을 파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즉각적인 파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금 북한이 이러한 위협을 한 이유를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북한이 벌써 수십 년 전부터 반복하고 있는 3단계 외교 작전이다. 북한은 외부에서 양보를 받을 필요가 있을 때 제일 먼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위기감을 조성한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무력 충돌, 외교 협박 등이 총동원된다. 2단계는 회담을 통해 타협을 이룰 의지가 있다고 암시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 희망하는 양보를 받으면 북한 스스로 만든 위기를 해결하고 기존 상황으로 복귀한다. 대표적인 벼랑 끝 외교다.

 

이번에 북한의 최종 목적은 무역뿐만 아니라 해외 지원을 받는 것도 어렵게 하는 유엔 제재의 해제다. 기본 타깃은 당연히 미국이다. 미국의 동의 없이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북한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반복해왔던 '위기-회담-양보 받아내기'의 사이클을 재개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은 북한의 압박을 무시하고 있다. 국내외 산적한 현안과 속락하는 지지율에 고심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모라토리엄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이 당분간 엄포로만 남아 있을 것으로 볼 근거가 있다. 첫째, 베이징의 태도다. 중국은 암암리에 대북 지원을 행하고 있고, 오늘날 북한은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중국의 뜻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은 핵실험도 ICBM 발사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 미군의 역할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경우이든 중국은 베이징 근처에서 위기가 생기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둘째, 북한의 방역이다. 지금 북한은 제재 완화를 달성해도 엄격한 방역 때문에 외부와 제대로 교류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미국에 양보를 받아도 별 의미가 없다.

 

셋째는 남한 대선이다. 북한이 지금 모라토리엄을 파괴한다면, 모라토리엄을 자신의 업적으로 홍보했던 진보파는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은 진보파가 정권 유지에 성공한다면 조만간 남한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보수파가 승리한다면 5년간 남한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은 새로운 성명서를 발표할 수도 있고 미사일 차량 이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올림픽 폐막 또는 한국 대선일까지 별 행동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후에 진짜로 모라토리엄을 파기할 수 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완화될 때까지 행동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도발 수위를 서서히 점차 높일 것이다. 중거리 미사일 발사 혹은 인공위성 로켓으로 위장한 사실상의 ICBM 발사까지 할 수도 있다.

 

당연히 모라토리엄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양보를 받지 못할 때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내일 생길 일은 아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클럽 골라주고 공 찾고 스코어 계산까지… 韓 캐디는 ‘특급 도우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
다음글 [너섬情談] 메타버스와 도시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