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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우크라이나]자동차·가전 러 수출 직격탄…유가 올라 인플레 압박 가중 / 윤경우(중국학부) 교수

시베리아 보바넨코보에 설치된 가스관.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 정부는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 중단 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이 러시아의 핵심 산업인 에너지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수출입 제재를 가하고 더 나아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관을 제재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대러시아 활동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공언한 대로 러시아를 달러 경제망에서 퇴출시킬 경우 수출입 거래에 차질을 빚게 돼 한·러 교역량이 크게 감소할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무연탄 수입량 40% 러시아에 의존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와 가전제품이다. 지난해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는 26억4200만 달러(약 3조1500억원) 규모였고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15억900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고강도 제재에 나설 경우 지난해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산 가전도 미국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했을 경우 러시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40여 개 우리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현지 부품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러시아산 기술이나 부품을 이용한 제품의 수출이 금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로 국내 산업 전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나프타 수입의 23.4%, 우라늄 수입의   33.9%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무연탄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40.2%에 달한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막힐 경우 수입국인 한국도 수급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및 투자 규모는 크지 않다. 다만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요한 우크라이나산 희귀가스의 수입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네온은 23%, 크립톤은 30.7%, 크세논은 17.8%가 우크라이나산이었다. 그런 만큼 이를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공정 차질을 겪고 제조원가 상승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가 불러올 연쇄적인 파급 효과다. 코로나 팬데믹에 더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이란 이중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럴 경우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부터 경영이 악화될 것이다.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12%를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주요 수출국이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글로벌 유가는 급등하고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브렌트유 가격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반도 LNG 허브화 고려할 만

 

액화천연가스(LNG) 문제도 심각하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LNG 수출국으로 EU 천연가스 수요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LNG는 원유와 달리 비축량이 적은 데다 갑자기 생산을 늘릴 수도 없어 러시아의 유럽 내 공급이 줄거나 전면 중단될 경우 국제 시세가 요동치고 각종 물가의 동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산 LNG는 예기치 않게 미·러 에너지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 공급이 불안정한 러시아산 대신 미국산 LNG가 최근 유럽에 공급되면서다. 미국은 지난달 자국산 LNG의 3분의 2가량을 유럽으로 수출해 러시아산 물량을 앞섰다. 다행히 우리의 LNG 수급처는 카타르·호주·미국·러시아 등으로 다변화돼 있지만 가격이 급등할 경우 안정적인 수급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우리의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 한반도를 LNG의 허브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LNG 수입국인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국내 소비 중심의 LNG 정책에서 벗어나 국제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면 동아시아 LNG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저장 시설을 갖춘 환적항 조성도 필요하다. 각국의 LNG 수입선 다변화와 동남아의 소규모 LNG 시장 부상에 따른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가 허브가 된 LNG의 물동량 증가는 운반선 건조로도 이어져 조선 산업의 동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윤경우 국민대 교수. 미국 템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과 글로벌지식융합학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신지식』(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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