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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배소현·박지영·임진희… 성공 비결은 ‘비거리 UP’[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 대기만성형 골퍼 전성시대

배, 올 비거리 253.2야드 6위

박, 251.2야드로 8위에 올라

임, 246.0야드로 장타자 변신

“거리 늘며 골프가 훨씬 쉬워져”

거리가 10야드 늘어날때 마다

라운드 평균 0.5타 감소 효과


올해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은 뉴질랜드의 교포 골퍼 리디아 고다. 올림픽 금메달도 대단하지만 그는 골프의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천재 골퍼로 더 유명했다. 겨우 만 15세 때 아마추어 골퍼 신분으로 참가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17세에 프로로 데뷔해서는 남녀를 통틀어 가장 어린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 같은 천재도 있지만 사실 투어에는 평생 우승 한번 못 해보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골퍼가 훨씬 더 많다. 최근 한국 여자 프로골프에서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우승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골퍼들이 잇달아 등장해 화제다. 배소현(31), 박지영(28), 그리고 임진희(26)가 그 주인공이다.

 

1993년생으로 올해 만 31세인 배소현은 함께 골프를 시작한 동기들 대부분이 은퇴한 나이에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시즌 3승을 기록 중이다. 2011년 프로에 데뷔했으나 그동안 2부와 3부 투어를 오가다 2021년에야 가까스로 1부 투어에 복귀했다. 1996년생인 박지영도 2015년 1부 투어로 데뷔한 이후 8년 동안 4승에 그쳤으나 지난해 3승, 올해 다시 3승을 거두며 뒤늦게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1998년생 임진희가 화려하게 피어났다. 2016년 프로 데뷔 후 투어카드를 잃고 얻기를 반복하다 세 번째로 복귀한 2021년에야 비로소 생애 첫 우승을 거두었다. 2023년에는 무려 4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고, LPGA투어 Q스쿨에 도전해 미국 진출의 꿈까지 이루었다.

 

 

남들보단 늦었지만 세 사람이 성공의 대열에 설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세계적인 파워 골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드라이버샷의 거리를 늘렸다. 보통 거리를 늘리려다 보면 오히려 스윙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절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세 사람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모험을 과감히 선택했고 또 성공했다. 배소현은 2022년 243.1야드(24위)에서 2024년 253.2야드(6위)로, 박지영은 2022년 240.7야드(35위)에서 2024년 251.2야드(8위)로, 임진희는 2021년 237.3야드(47위)에서 246.0야드(13위)로 거리를 늘리면서 장타자로 거듭났다.

 

골프에서 장타는 농구에서 키, 축구에서 빠른 발과 비슷하다. 장타를 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히 유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거리가 늘면서 골프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경기통계 분석에 따르면 투어에서 드라이버 거리가 10야드 늘어날 때마다 라운드당 평균 0.5타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사람은 또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골프를 늦게 시작했으나 소문난 연습벌레라는 공통점이 있다. 배소현은 중3 때, 박지영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임진희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전문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에 도달하는 데 보통 10년, 1만 시간, 백만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 세 사람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성공에 필요한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늦은 것뿐이다.

 

나이가 들면 운동 기능은 퇴보하지만 반대로 좋아지는 부분도 있다. 정신력이 그렇다.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 활동은 약화하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의 기능은 향상된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멘털 경기인 골프에서 이런 변화는 큰 자산이다.

 

재능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시카고대 경제학자 데이비드 갤런슨에 따르면 재능이 있는 사람은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다는 일반의 상식과 달리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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