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민주주의 미래에 드리워진 그늘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민주주의에 기복 있다지만
현 美·中 상황 보고 있자면
일시 후퇴일까 의구심 들어
AI에 감시기술까지도 발전
저항 차단할 우려 점점 커져

 

오늘날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올해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권위주의 국가 수는 91개로 민주주의 국가(88개)를 넘어섰다. 이것은 22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대 민주주의를 실시했던 국가 일부는 권위주의로 회귀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언론 통제와 주민들에 대한 감시가 보다 엄격해졌다. 현대 민주주의의 요람인 미국에서조차 민주주의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권위주의 경향이 분명히 있고 심지어 3차 임기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는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민주화의 파도는 고조와 후퇴를 반복해왔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민주주의의 후퇴는 일시적이며 비교적 단기적인 현상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숫자도 많아지고, 민주주의 체제하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도 모두 증가해왔다. 이번의 민주주의 후퇴 역시 10~2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주의 세계관에 대해 의심할 근거도 있다.

 

이번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몇 몇 도전이 있는데, 이들 도전을 극복할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일 먼저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전의 문제다. 근대와 현대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엘리트층과 백성들이 민주주의를 환영한 이유는 민주주의 정치로 개인 자유와 정치 참여를 얻을 희망보다는, 국력의 기반인 경제력과 군사력이 발전할 것에 대한 기대였다. 지난 200년 동안 누구든지 잘 볼 수 있었던 것은 민주국가가 독재나 군주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국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비(非)민주국가도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그 나라들은 갈수록 민주국가보다 국력이 뒤처졌다. 이 때문에 비민주국가 백성들도 엘리트들도 민주주의를 나라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현대세계에서 민주국가는 여전히 무조건 경제와 기술의 최선진 국가일까? 아마 그럴 것 같지만, 이 주장에 의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다. 중국은 한두 개 분야가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민주국가를 능가하는 과학기술 발전을 이뤘다. 세계 최고 대학의 순위에서 중국 대학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만 창조력과 혁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그럴듯한 가설이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또 다른 중요한 도전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그리고 감시기술의 발전이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보다 더 완벽한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은 첨단 정보기술(IT)이 국민을 감시하고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최근에 얼굴인식기술과 연결된 감시카메라를 많이 설치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자들은 주민 누구든지 만난 사람들을 파악하고, 심지어 자주 보는 영화까지 분석할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권위주의 정권도 빅데이터를 사용한다면, 보안기관의 컴퓨터들은 사람들의 관계를 잘 파악해서, 반정부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조기에 식별하고, 저항을 분쇄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년 동안 민주화의 파도는 모든 장애물을 잘 극복했다. 지금의 위기도 다시 한번 극복할 희망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최신 경향을 보면, 민주주의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우려감을 느끼게 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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