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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성과 선한 영향력… ‘최경주의 길’ 따라가는 안병훈[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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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경주의 진정한 후계자 최경주, 韓 남자 PGA 선구자 부모가 올림픽 스타인 안병훈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난 안병훈은 잘 알려진 대로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였던 안재형과 자오즈민(중국)의 아들이다. 뛰어난 스포츠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지만 탁구를 하기엔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안병훈의 부모는 일찌감치 아들의 진로를 골프로 정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해 착실히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던 안병훈은 만 17세의 나이로 출전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로 덜컥 우승을 차지한다. 타이거 우즈보다 2세 어린 나이에 아마추어 골퍼 최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우즈가 그랬듯이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오른 골퍼들은 대개 프로 골퍼로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병훈 역시 최연소 우승자답게 프로 데뷔와 동시에 금세 우승을 거두며 최고의 골퍼로 빠르게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2011년 만 19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안병훈이지만 프로의 세계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2015년 DP월드투어 BMW PGA투어 챔피언십에서 마수걸이 우승에 성공한 이후에도 우승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엄청난 연습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준우승만 5차례나 하더니 급기야 2021년에는 투어 카드까지 잃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퍼팅이었다. 2018∼202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할 당시 퍼팅 실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퍼팅이득타수(SGP) 부문에서 175위 밖을 맴돌았을 정도로 그의 퍼팅은 최악이었다.
2부 투어를 뛰던 2023년 중반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애덤 스콧(호주)과 후배 골퍼 김시우의 조언을 듣고 퍼터를 교체한 후 곧바로 출전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모처럼 공동 3위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러던 중 9년 만에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까지 거둔 것이다.
안병훈은 올림픽 스타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기부 활동을 열심히 하는 등 스포츠 스타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도 적극적이다. 매년 1억 원가량의 사비를 들여 ‘안병훈 주니어 클리닉’을 연다. 프로 골퍼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 3명을 일주일간 자택이 있는 미국 올랜도로 초청해 함께 훈련하는 행사다.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본인이 더 적극적이다. 후배 골퍼들에게 자신처럼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다.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 주니어 골프 클리닉을 진행했다.
말이 쉽지 이런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6박 7일 동안 숙소, 골프장, 식당 등을 일일이 섭외하고 일정을 짜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안병훈의 선행을 보면서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 남자 골프의 PGA투어 선구자 최경주다. 최경주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재단을 통해 매년 ‘최경주 골프꿈나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43명을 지원해 왔는데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박민지, 이가영, 인주연, 김민규, 이재경 등이 최경주 골프꿈나무 출신이다.
최경주와 그의 아내는 초기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자택에서 꿈나무 선수들의 숙박은 물론, 훈련장과 집을 오가는 교통편과 하루 세 끼 식사 등의 뒷바라지를 도맡기까지 했다.
PGA투어에서 데뷔한 이후 10년째 아직 우승은 없지만 안병훈이야말로 훌륭한 인성과 모범적인 자기관리, 그리고 후배 골퍼들에 대한 선한 영향력만큼은 한국 남자 골프의 상징적 존재인 최경주의 뒤를 잇는 진정한 후계자가 아닐까 싶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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