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PGA 톱10 중 8명이 美대학 출신… 우즈의 가장 큰 후회는 대학 중퇴[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美골프의 숨은 힘, 대학 골프

 

2023년 대학 1위 PGA 직행
최고 유망주 학업·운동 배려

LPGA도 올해 ‘LEAP’ 시행
성적·수상 기록 등을 합산해
20점 이상 땐 회원자격 부여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LEAP(LPGA Elite Amateur Pathway)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LEAP는 대학에 재학 중인 최고의 골프 선수들에게 이듬해 투어 출전권이 걸린 퀄리파잉 시리즈(Q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LPGA투어에 진출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최근 4년 동안 대회 성적과 수상 기록 등 프로그램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최소 20점 이상의 포인트를 올리면 곧바로 LPGA투어 회원 자격을 준다.

 

지금까지는 매년 11월 Q시리즈에 참가한 대학 골퍼들은 최종전을 앞두고 LPGA투어의 규정에 따라 대학 선수 생활을 중도에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하거나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는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한발 앞서 이미 2020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다. 2023년부터는 아예 대학 랭킹 1위 골퍼에게 곧바로 PGA투어 카드를 준다.

 

양 투어가 이처럼 앞다투어 대학 골퍼들에게 문호를 넓힌 것은 최고의 유망주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미국 대학에서는 운동선수라도 일정 수준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 출전과 훈련 참가가 제한될뿐더러 졸업도 쉽지 않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미국이 12승을 거두는 동안 한국은 고작 3승에 그쳤다. 최근 5년간 미국은 생애 첫 우승자를 13명이나 배출했지만, 한국은 단 한 명뿐이다.

 

한동안 한국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미국 여자골프가 최근 부활하고 있는 배경에는 릴리아 부(27), 로즈 장(22), 앨리슨 코푸즈(27), 로런 코글린(32), 앤드리아 리(26), 제니퍼 컵초(28) 같은 대학 골프팀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 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를 포함해 남자골프 세계랭킹 톱10 중 8명도 미국 대학 골프 선수 출신이다.


이런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이나 욕구를 조절하고 이성적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부위는 전전두엽인데 보통 20대 중반 이후에야 발달이 비로소 완성된다. 반면 감정과 동기를 담당하는 변연계는 청소년기에 거의 발달이 마무리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프로스포츠 같은 극심한 경쟁 환경에 내몰릴 경우,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불안장애나 우울증 같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10대 후반 프로에 데뷔해 20대 초반 반짝 활약 후 채 서른도 되기 전에 번아웃과 함께 은퇴하는 한국 여자골프계의 조로 현상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대학 골프 선수들은 비록 데뷔는 늦지만 그만큼 지치지 않고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새너제이 주립대 재학 중 미국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3번이나 제패한 줄리 잉스터(64)는 졸업 후 LPGA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7승을 포함, 통산 31승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한때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유망주를 배출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국가대표 기반의 엘리트 중심 선수 양성 시스템도 어느덧 수명을 다하고 있다. 한국 골프의 성공 공식은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처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엄청나게 연습시키는 조기학습, 선행학습이었다.

 

걸음마를 일찍 시킨다고 커서 달리기를 잘한다는 증거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설사 운동선수로 성공했더라도 30대 초중반이면 대부분 은퇴하는 현실에서 은퇴 후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선 운동과 학업의 병행은 필수다.

 

게다가 인생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어머니의 고집에 프로 데뷔를 미루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2년 만에 중퇴한 타이거 우즈는 후일 대학을 마치지 않은 것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어릴 때부터 골프만 치느라 변변한 또래 친구 하나 없던 우즈에게 그나마 남은 절친은 대부분 대학 골프팀 동료들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이전글 없습니다.
다음글 시대에 맞는 정부조직 개편 / 조경호(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