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복잡한 장비·제각각 코스·멘털 게임… ‘만년 백돌이’ 이유 있었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 어려운 5가지 과학적 이유

 

모양·길이 다른 클럽 무려 14개
사각형 아닌 비정형화된 경기장

 

측면 운동… 방향·거리조절 난제
파 기준 성적측정 실수만회 안돼
경기시간 평균 4시간 15분 최장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상당히 문턱이 높다. 몇 번만 따라 하다 보면 금세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연습장을 떠나 라운드에 나서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몇 년을 쳤건만 한국의 주말골퍼 중 일명 ‘백돌이’ 골퍼는 10명 중 무려 4명이나 된다. 골프는 비단 주말골퍼뿐 아니라 프로골퍼에게도 영원히 정복되지 않는 대상이다.

 

골프는 왜 이처럼 어려운 것일까? 과학적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첫 번째는 장비다. 다른 스포츠는 장비가 비교적 단출한 편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은 라켓 하나면 충분하다.

 

골프는 다루어야 할 클럽이 무려 14개나 된다. 모양도 길이도 제각각이다. 사용 방법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해지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골프 클럽은 야구 배트 등 다른 스포츠 장비와 달리 유효타구면(sweet spot)이 손과 일직선상에 있지 않고 살짝 벗어나 있다. 바닥에 놓인 공을 쓸어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공을 정확히 가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골프가 어려운 과학적 이유 두 번째는 경기장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은 사각형이거나 직선으로 이뤄져 형태가 일정하고 크기도 규칙으로 정해져 있어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하지만 골프장에는 직선이 없다. 코스마다 모양이 다르고 18개 홀마저 제각각이다. 양들이 풀을 뜯어 먹고 지나간 자리에서 목동들이 심심풀이 삼아 작대기로 공을 쳐 토끼 굴에 집어넣던 놀이에서 골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양들이 인간을 위해 열과 오를 맞춰 똑바로 걸으며 풀을 뜯어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골프가 어려운 과학적 이유 세 번째는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다. 대부분 스포츠는 목표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플레이하며 이것은 인간의 타고난 신체구조에 가장 적합한 자세다. 인간의 눈은 5∼7㎝ 떨어진 양쪽 눈으로부터 각기 들어온 이미지를 합쳐 하나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물체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지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골프는 측면 운동으로 목표를 옆으로 바라보며 스윙을 해야 한다. 눈과 손의 협응이 쉽지 않아 정확한 방향과 거리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골프가 어려운 과학적 이유 네 번째는 독특한 경기 방식이다. 골프는 파(Par)를 기준으로 성적을 측정하는 독특한 경기 방식 때문에 하나만 잘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다른 종목과 달리 파워와 정확도를 동시에 충족시켜야만 한다. 축구나 야구, 혹은 농구는 득점을 많이 할수록 좋지만 골프는 매 홀 정해진 파를 기준으로 되도록 적은 타수를 쳐야 한다.

 

다른 스포츠에서 한두 번의 실수는 경기 중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골프는 만회가 쉽지 않아 단 한 번의 실수도 곧바로 스코어로 연결된다. 타수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쉽게 타수를 잃는 편이 훨씬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골프가 어려운 과학적 이유는 골프가 멘털게임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평균 4시간 15분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경기 시간이 가장 길다. 하지만 정작 실제 플레이 시간은 30분 남짓에 불과하다. 골프의 경기 시간 중 대부분은 자신의 플레이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플레이도 티에서 그린까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중간중간 계속 끊겨 골퍼의 머릿속은 틈만 나면 온갖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기 일쑤여서 집중이 쉽지 않다.

 

또 다른 스포츠는 실수하거나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동료들에게 잘못을 돌리거나 다른 선수와 교대할 수 있지만, 골프에서 실수는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하하기 쉽다. 그러니 골프가 안 된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자책하지는 말자. 당신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골프가 어려운 것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이전글 [글로벌포커스] 디지털 혁명의 역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다음글 [기고]임도와 산불 진화 / 남성현(임산생명공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