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서재

Episode 30. 김개천 교수님(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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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이야기 Title Bar

나에게 서재는 그때그때 다른 곳이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은 말 그대로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때로는 저에게 아주 행복한 곳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죠. 사실 저는 책 많이 읽는 것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책을 읽을 때 얻게 되는 행복감은 음식이나, 다른 오락에서 얻게 되는 행복과는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이죠. 나아가 저에게는 책을 읽는 그 순간 또한 행복입니다. 저희 집에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서재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주 저만의 생각에 빠져 창 밖 풍경을 내다보곤 합니다, 저에게는 이런 순간들도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반면에 서재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주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을 때 그렇죠. 이렇듯 서재가 저에게 항상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저는 서재를 그때그때 다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나를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건 30대쯤이었어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왜 이 건축물은 이렇게 디자인 하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그 의문들을 풀기 위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답을 찾은 경우가 많진 않았지만, 책은 제가 더 많은 의문을 가지도록 만들었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저로 하여금 더 많은 공부하고 노력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주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저를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이었어요. 중학교 시절, 한창 유행했던, 최인호 작가의 도시의 사냥꾼 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거기 나왔던 주인공이 건축가 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주인공이 어찌나 멋있어 보이는지 그때부터 건축가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죠. 그 후, 제도 시간에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것을 계기로 진지하게 건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이 왜 미국에 가서 건축가가 되기로 한 것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저를 건축가가 되도록 이끌었습니다.


멋있고, 신나고, 자유롭게.


얼마 전 누군가에게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후 책을 읽으면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멋있고, 신나고, 자유롭게.” 이렇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슬람의 1400년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데요. 이렇듯 전혀 관련 없는 책을 읽다가도 문득 문득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을 받곤 합니다. 이는 책이 사람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깨닫게 만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에 영향을 받아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저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스스로 깨닫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좋은 책을 읽어라.


저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한권을 읽더라도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어요.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 저 같은 경우 책을 고를 때 일단 저자 소개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 인지, 또 전문가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전문가인지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작가의 여는 글을 읽고 책을 고르기 보다는 아주 일부분이라도 책의 내용을 읽어보기를 권해요. 일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 책의 경우, 대부분 그 전체가 저와 잘 맞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또, 제가 생각할 때 좋은 책은 문학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은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그런 내용을 문학적으로, 시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읽을 때 아름답게 다가고, 책에 적힌 내용 이상의 것을 독자가 상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책에 문학적인 힘이 있어야 합니다.





책을 통해 자유를 얻다.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자유로움 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나 자신만을 응시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었습니다. 물론 나 자신을 찾는데도 책이 많이 도움을 주죠. 하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알게 해줌으로써 제가 자유로울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한마디로 저에게 가식을 거두어 갔달 까요. 얼마 전에 엘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요, 그 영화에 보면 사랑하지 않는 두 남녀가 섹스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제에겐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그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되면, 가식을 벗고 진정한 그대로의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을 긍정하는 버릇


학생들은, 학창시절부터 독후감을 쓰면 꼭 밑에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는 공간이 있곤 했어요. 저는 이것이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 책에 담긴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좀 더 깊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작가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의 좋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좋은 생각들을 받아드리는 버릇을 들여야, 어느 순간에는 자신만의 생각도 키워질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을 자꾸 하려고 하다보면, 책속에 담긴 좋은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기도, 생각의 크기를 키우기도 힘듭니다.





책을 통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길 바랍니다.


책은 현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상황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 책의 내용은 현재와는 맞지 않는 경우도 많죠.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고, 그것을 그대로 쫒으려 하다 보니 현재를 쫒아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얼마 전 제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선생님이 명심보감을 쓰게 한다며 보여 준적이 있습니다. 딸아이의 공책에는 신하는 군주를 섬긴다는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명심이라는 말은 마음을 닦는다는 뜻인데, 과연 이런 내용이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닦을 수 있을까요. 혹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뒤처지게 만드는 건 아닌지. 물론 옛것이 모두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오히려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라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는 너무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왜 디자인을 공부하느냐고 물어보면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라고 답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이런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마라.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라 라고요.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남을 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책 Title Bar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프리드리히 니체 저 | 정동호 옮김| 책세상 | 2001년 | 성곡도서관 링크

니체는 이 책에서 모든 고뇌와 죽음을 초월한 이상적 인간상으로 초인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초인의 이상을 가르치고, ‘영원회귀’로 삶의 긍정에 대한 개념을 밝힙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민대 학생분들도 이 책을 통해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저 | 소나무 | 2002년 | 성곡도서관 링크

노자가 살던 시대의 역사와 문명에서 얻을 수 있는 반성적 사고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사고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둔 책입니다. 노자는 '무위자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가야할 길을 우회적으로 일러주고 있죠. 인간이 가장 자연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인간 중심의 생각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책이 삶을 신나게 사는 방법을 알 수 있었습니다. 꼭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미의 신화
김개천 저 | 안그라픽스, 컬처그라퍼 | 2012년 | 성곡도서관 링크

제가 평생 다섯 권의 책을 쓰려고 계획을 잡고 있는데, 그 다섯 권 중 한 권입니다. 미의 신화에서는 근대 이전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건물 24채를 뽑아 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물을 뽑은 이유는 일반 대중들에게 인류가 이륙한 가장 최고의 통찰력을 주기 위함입니다. 일반적인 대중의 것들만을 알면 반쪽 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건축물을 통해 인류가 이륙한 최고의 아름다움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미의신화 책을 쓴 저의 의도입니다.
 
피로사회
한병철 저ㅣ 김태환 역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 성곡도서관 링크

요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사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열정적인 삶의 부정적인 측면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죠. 책이 얇아서, 독서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철학
장 보드리야르, 장 누벨 공저 | 東文選 | 2003년 | 성곡도서관 링크

'건축의 특이한 대상'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적인 건축과 장 누벨과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장 보드리야르의 건축과 철학에 관한 대담을 풀어낸 책입니다. 관념, 건물, 빛깔, 감정, 인간 등 그 건축의 특이한 대상으로부터 정치학, 정체성, 미학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요. 특히 독자로 하여금 미래의 도시, 투명성의 이상,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여 철학자와 건축가, 대상과 관념사이의 연결을 확립하고 새로운 길을 볼 수 있도록 하죠. 건축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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