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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서재는 소통과 대화의 공간이다.
첫 번째, 물리적인 이유로는 내방하셔서 대화도 나누고 의견도 교환하며 소통하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방문할 수도 있고 동료 교수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방문하셔서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학교생활들도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두 번째, 기본적으로 교수에게 있어서 공부하는 공간입니다. 책이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료들이 있으니까요. 책이란 것을 통해 결국은 책의 저자들, 논문의 저자들과 개중에는 멀리 떨어져있거나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 분들 머릿속과 대화와 소통하는 거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글을 통한 대화랄까요. 그들이 쓴 글에 제공된 역사적 인물, 사건들이 있지요. 아주 그 먼 만남이지만 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서재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우스울 수도 있지만 제 자신과의 대화 내지는 소통입니다. 요사이 혼자서 사색할 수 있고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든가 대답을 할 기회가 없고 공간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공간이 굉장히 소중한, 제 자신과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제 서재를 소통과 대화의 공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내 마음을 울린 종소리였다.
책 속의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고도 하죠. 사실 제게 딱히 그런 한 구절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다만, 구절은 아니지만 그러한 책 제목이 있습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제게 경종을 울려주었던 제목이었습니다. 그 경종은 또한 많은 물음표를 울림으로 가져다주었고요. 물론 제목 뿐 아니라 내용 또한 그랬죠. 이 책은 제가 살아가면서 맞딱드리는 수많은 순간들에 늘 서있더라고요. 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습니다. 이 물은 저와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그 무게가 더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들어주는 제목입니다.
막연한 중요성, 책을 향한 탐닉의 시작.
제가 책과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주변 환경에 있습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많은 돈을 드려 세계문학전집으로 책장을 채워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눈에 자주 보이다보니 자연스레 펼치게 됐겠죠. 그러다가 우연히 책마다에 꼽힌 책갈피라든가 누군가 써놓은 독후감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막연하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또, 어렸을 적 반항심에 선생님이 권하는 책이 읽기 싫었죠. 선생님이 권하는 책이라는 건 교과서나 참고서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 때 대체 읽을거리를 찾다보니 책에 점점 가까워졌던 것 같습니다. 결국엔 이것도 좋은 공부가 되었지요.
사고과정의 추정, 독서의 열매.
제가 글을 읽으면서 얻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얻는 정보겠죠. 책을 통해 얻는 정보는 무궁무진하지만, 제게 있어 독서가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책을 쓴 사람 혹은 논문을 쓴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글이란 것이 쓸려다보면 나름대로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책 페이지에 한계가 있으니 자신이 가진 정보를 다 쏟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제한된 지면에 어떤 식으로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또 설득력있게 표현하느냐 전략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됩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글을 씁니다만 남의 글을 통해 저자가 어떤 식으로 자기의 정보나 생각을 어떤 구도를 가지고 정보를 조직하는지 그 표현방법을 어떤 순서를 밟아 설득해나가는가에 주목하게 됩니다. 강의할 때도 가끔씩 하는 말입니다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쓴 사람의 사고과정을 추정해보는 것이지요. 그 과정을 통해 나도 어떤 식으로 내 생각을 피력해볼까도 고민하게 되고요. 정보의 취득도 좋지만 과연 A라는 정보를 왜 제일 처음에 얘기하지 않고 중간 정도에 뒀는가 또는 뒤에 가서 꺼내는가를 골똘히 생각합니다. 나였다면 순서를 어떻게 조합했을지도 역으로 떠올려봅니다. 순서 매김이 달라짐으로 해서 결국은 글의 성격이라든지 상대방에 대한 설득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서서 왜 그러한 식의 논리가 나오게 되었는지 세삼하게 살펴보는 것이 독서의 궁극적인 열매입니다.
다른 세계로의 여행티켓
요즘 여행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내가 평범한 가정주부이지만 저보다 독서량이 많습니다. 학교 도서관, 구립 도서관에서 웬만한 신간을 다 가져와 읽는 덕분에 제가 최신작들을 접할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행 가이드를 하시면서 쓴 책들이 있고, 여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리한 책들이 있는데요. 그 많은 책들 사이에 역사성을 강조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것들을 시간 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되짚어봄과 동시에 그 나라를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또 고전의 경우는 시간여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부분 부분 읽었던 고전들이었는데, 시간이 주어진다면 고전을 열심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서양고전이든 동양고전이든 말이죠.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칼 마르크스 등 그들이 살았던 시대, 생각을 꼼꼼하게 읽어봐야 되겠다고 늘 머릿속에 메모해두었는데요. 정년 때까지 5년 정도가 남았습니다. 그때까진 아무래도 업무가 많을테니 시간내서 읽기가 힘들겠죠. 정년 후에는 여행서적, 고전 읽기를 통해 사진과 글로된 각국의 문물, 음식 등 종합적인 간접경험을 하려고 합니다.
인생의 필요충분조건
요즘 대학생들이 독서를 많이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허나 최근에는 시각을 필두로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대학생들이 그런 매체들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높죠. 우리가 종이의 담겨진 글 또는 화면에 담겨진 글이라도 문자화된 것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각, 사고를 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상매체도 여러모로 유익하겠지만 문자화된 글은 여러 가지 개념을 펼쳐놓고 생각하게 하고 현재나 과거의 세계를 그려보기도 하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합니다. 이 모든 것이 사고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사고과정을 더 효율적, 그리고 창의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충분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들어가는 말, 목차, 색인. 모두가 책이다.
독서광은 아니지만 직업상 많은 문헌을 대하게 됩니다. 제가 읽는 것은 주로 학술서적이나 논문이 해당됩니다. 일반 교양서적은 특별히 선별해 읽는 편입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서론부분을 중요시 여깁니다. 책의 구조상 서론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저자들이 책이나 논문을 쓸 때 서론 부분을 가장 나중에 씁니다. 왜냐하면 전체를 아우르는 말을 집약적으로 함으로써 내가 왜 이글을 쓰게 됐고 이글의 내용은 무엇이며 책에서의 논리전개 방식을 서론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학술서적이나 논문은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서론부분을 반드시 중요시 여겨서 꼼꼼하게 읽어보아야 합니다. 교양서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다음, 목차입니다. 그것도 반드시 살펴보세요. 목차라는 것이 서론에서 얘기했던 주요 줄거리를 나름대로의 방식에 의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순서거든요. 제목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웬만하면 세부 챕터 제목들 속에 이른바 핵심단어가 다 들어가 있거든요. 신경을 써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확 띄는 걸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학술서적에서 뒤에 색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요인물, 사건, 개념들을 나열하는 것입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기본개념을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독서를 할 땐 연필과 노트를 항상 준비하라
재학생들이 읽을 책을 생각한다면 교양서적이든 전공서적이든 반드시 필기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필기할 여건이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책을 들지 않습니다. 저의 경험에 따르면 읽는 중에는 다 아는 듯 하나 막상 책을 덮고 나면 방금 읽은 것이라도 눈 녹듯이 본 것이 사라져버립니다. 어려운 책일수록 그렇죠. 필기하는 노트, 노트를 통해 기록을 남겨놓는다면 여러모로 자산이 됩니다.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이 되는 과정이 성립됩니다. 머릿속에 많이 남고, 남겨진 기록들이 나의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남겨진 흔적들을 긁어모아 논문을 쓰곤 합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손으로 씁니다. 요즘 세대들은 이런 습관을 들이기가 더욱 용이해졌습니다. 태블릿 PC 등 더욱 편리하게 독서노트를 작성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니까요. 독서노트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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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 저 | 정도영 , 차명수 옮김 | 한길사 | 2004년 | 성곡도서관 링크
1789년과 1848년 사이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건들이 영국에서 발생했지만, 이를 영국의 관점에서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수적인 요소들도 함께 끌어와 그것들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볼 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챕터들을 보면 간략하게나마 이 책의 방향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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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시대
에릭 홉스본 저 | 정도영 옮김, 김동택 해제 | 한길사 | 2001,2009년 | 성곡도서관 링크
이 책은 19세기 중반 약 30년간의 유럽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당시 유럽은 부르주아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 시대의 문을 열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로 그 영향력을 뻗치던 시대입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역사책에서 어렴풋이나마 만났던 그 시대들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더불어 생활상들도 더욱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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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에릭 홉스본 저 | 김동택 옮김 | 한길사 | 1998년 | 성곡도서관 링크
‘시대’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제국의 시대>는 세계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커갔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책입니다. 총 14챕터로 되어있는데, ‘파국에 처한 부르주아 세계’, ‘혁명 100주년’, ‘경제가 속도를 바꾸다’ 등 그 세부제목들만 봐도 흥미가 마구 솟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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