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그린디자인 천연염색전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허나 따지고 보면 나무도 자연의 한 모습이다. 여기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천연염색이다. 천연염색은 자연으로부터 온다. 천연염색은 말 그대로 화학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염료를 이용하여 옷감에 물을 들이는 방법을 말한다.

사람들이 천염염색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들이 그다지 넓게 펼쳐지진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한복쯤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다녀온 후로 천연염색을 들었을 때 어떤 것부터 떠올려야할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천연염색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줄 많은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복, 조각보 등 전통디자인에만 머물렀던 천연염색이 팔을 뻗쳐 환경디자인과 만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아직은 천연염색이 사람들에게 낯설기에 천연염색 작품들이 그림이 쉽사리 그려지지 않는다. 더구나 공장표 염색에만 익숙했던 우리 세대에게 천연염색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천연염색은 전문가들도 색을 내기 힘들만큼 어렵지만, 화학 염료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세상 만물과 사람의 희노애락을 모두 표현해 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함이란 매력을 숨기고 있는 방법이다. 이번 디자인대학원 그린디자인 전공의 전시는 천연염색 수업 개설 1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그 간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천연염색엔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말한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천염염색이 아닐까? 기다림 끝에 나온 고운 색을 손에 쥐었을 때의 기쁨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그 곱디고운 색은 자연의 햇빛의 자연광을 만나 그 아름다움을 더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결혼과 관련된 작품이 적잖게 존재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반기는 건 어여쁜 '천연염색 친환경 웨딩드레스'다. 사실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처럼 드레스도 한 번 뿐이다. 드레스가 일회성의 대표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번 뿐인 결혼식, 드레스라면 환경을 위해 의미 있는 선택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인생 동반자와의 평생을 약속을 하는 날에 친환경 웨딩드레스로 자연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도 복이 아닐까싶다.

 

우리는 살면서 적지 않은 청첩장을 받게 된다. 또 내가 청첩장을 만드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청첩장은 적지 않게 종이낭비에 일조하고 있다. 환경을 해치는 것이다. 전부를 다 손으로 만들 순 없겠지만, 손바느질을 한 땀 한 땀하며, 청첩장을 받을 사람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켜보고, 이 청접장을 받았을 때 어떤 표정,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만들어보는 것은 결혼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천연염색에조차 '그린 바이러스'는 번져있다. 그린디자인이라면 이 세상엔 뭐하나 버릴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곧 작품이 될 수 있다.자투리 천도 작품으로 승화된다. 바로 '핵만이 최선이냐'는 질문을 더지는 '핵맹'작품이다.

 

'유아를 위한 헝겊 책'이란 작품은 아이를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음을 보여준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생각하며 내 손으로 염색을, 바느질을 하며 아이의 책을 만들어준다면 이 얼마나 뜻 깊은 책이 되겠는가. 평면적인 종이책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천조각을 아이가 직접 만지고 느낀다면 아이의 두뇌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 어떤 종이책보다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연꽃, 펭귄, 학, 고래, 북극곰 등이 수놓아져 있는 '벽걸이 다용도 꽂이'는 우리 집 거실에 걸어놓고 싶을 만큼 귀엽고 앙증맞다. 천연염색이라면 멸종위기에 처한 이 친구들에게 조그마한 구명보트 하나쯤은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나무 위에 앉아본 적이 있는가?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는 나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사람에게 의자를 내준다. 그린디자인의 방석이 예사 방석들과 같다면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한 방석'임을 표방하는 이 방석은 천연 염색임은 물론 나무의 나이테를 본 떠 마치 내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을 준다.

 

사실 계속 눈이 갔던 작품은 천연염색 표 방충망이었다. 이상기후로 더위라는 불청객이 다소 일찍 찾아오는 요즘이다. 사람들이 더위에 지치면서 창문보단 손이 자연스레 에어컨으로 향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집 창문엔 색을 곱게 낸 천연염색한 천이 방충망이 되어 준다면, 그 방충망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에어컨보단 창문으로 손을 뻗치지 않을까? 천연염색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 빛을 조명삼아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전시장 한편을 장식하고 있는 천연염색 티셔츠는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천연 염색만이 낼 수 있는 색을 지니고 있어 독특함도 더한다.

 

이외에도 천연염색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짧았지만 굵은 전시였고 천연염색의 미래를 길게 멀리 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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