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농부의 땀을 배우고 왔습니다 - 2013 농촌봉사활동

   뜨거운 열정과 꿈과 도전이 있는 청춘의 또다른 이름 대학생,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기에 대학 생활동안 꼭 경험 해봐야 할 것으로 꼽히는 활동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농촌 봉사 활동'이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국민*인들이 자연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농촌 충청남도 논산으로 2013학년도 하계 농촌 봉사활동을 떠났다. 그 동안 익숙하게 느껴왔던 도시의 아스팔트와 회색 벽을 벗어나, 여름의 푸르름을 느끼고 온 그 귀중한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자!

 

   예학과 풍요의 땅. 충청남도 논산의 작은 마을 탑정1리, 어스름한 공기와 햇빛이 아침을 알리기 시작할 때 국민*인의 하루는 시작된다. AM 5:00, '따르르르르르~'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소리는 마을회관을 울린다. 전날 게임을 통해서 정한 아침당번조의 아침준비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이부자리를 개고 일어나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선배 혹은 후배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쉽지 않은 경험이 이곳 탑정 1리 마을회관에서는 이제는 국민*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AM 7:00, 아침밥을 든든히 먹은 국민*인들이 트럭에 올라탄다. 오늘도 탑정1리 마을 곳곳의 밭으로 혹은 하우스로 각자 일손이 부족한 곳을 향해서 출발한다. 딸기의 고장 논산에서 딸기를 따는 농촌체험을 상상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딸기 수확 철이 지나버린 여름의 딸기 비닐하우스는 너무 시어서 이제는 먹지 못하는 딸기 두어 개와 단 딸기 향에 모여든 하루살이, 먼지 쌓인 줄기로 가득하다. 내년 딸기농사를 위해서 딸기 줄기를 베거나, 뽑아야하는데 여름날 바람한 점 없는 하우스 안에서 더위 그리고 하루살이와의 싸움은 너무도 힘이 든다.

 

Q. 농촌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슬아, 화학과 11) 탑정 1리 마을에 도착한 후 처음 마주한 일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다음날 간 집에서의 일도 힘들겠거니 했는데, 딸기 상토를 모판에 옮겨 담아 딸기 모종을 만드는 쉬운 일이여서 '여긴 정말 좋구나.'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처음 간 집에서의 일은 어려웠지만 한창 더운 시간대에는 쉬게 해주셨었는데, 여기는 잘 모르셨는지 쉬는 시간을 안주셨어요. 대신 일을 빨리 끝내주신다며 파이팅하자고 하셨죠. 하지만 일을 해도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나왔어요. 마치 화수분같이 일이 끝나지 않았어요. 점점 불안이 엄습해오고 처음에는 신이 나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일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도 사라지고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죠. 서로 눈빛도 마주치치 않은 채 묵묵히 자기 일만 하다가 저녁에 돌아와 뻗은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주인 분께서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셔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국민*인들의 새참먹는 모습(왼쪽),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오른쪽)

  농촌봉사활동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새참시간이다. 하우스 안에서 등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일하고 나면 점심시간은 멀었는데 배가 슬슬 고파진다. 그때 들리는 소리 '학생들, 새참먹고해~'. 하우스를 나와 시원한 얼음물에 땀을 식히고, 푹 삶아진 감자는 배고픔을 잊게 한다. 거기에 곁들여지는 막걸리 한잔은 잠시 잠깐 생각했던 농촌봉사활동에 왜 왔는지의 후회와 피로를 날려준다. 새참 후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한다. 한참을 일하고 볕이 따가워짐을 느끼면 점심시간이다. 점심식사는 마을 어르신과 항상 함께 한다. 여기에는 함께 일을 했으니 식사도 함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손주같은 국민*인들에게 밥한끼 해주고 싶은 농촌의 푸근함도 담겨있다. 점심식사는 주인어르신의 재량에 따라 일터에서 먹기도하고 밖으로 나가 점심을 사주시기도, 시켜주시기도 한다. 열심히 일한 뒤에 먹는 점심이라 항상 맛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농촌봉사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지용, 수학과 13) 농촌봉사활동의 매력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루가 보람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면서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일손을 도우면서 하루하루가 보람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푸르른 농촌 안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자신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것도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이런 느낌을 받는 날이 별로 없잖아요. 그리고 9박 10일 동안 여러 가지 일을 다른 학과 사람들과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농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볕이 뜨거운 만큼 날은 덥다. 하우스 안에는 바람도 불지 않아서 체감온도는 더더욱 상승한다. 때문에 농촌에서의 일은 하루 온종일 이루어지지 않는다. 햇볕이 뜨거운 장소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을 하면 탈진을 하거나 심한 더위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볕이 제일 뜨거운 12시~3시까지는 꿀맛 같은 낮잠시간이 주어진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일한 국민*인들은 마을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널부러져서 잠이 든다. PM 3:00, 따가웠던 볕이 조금 사그라졌을 쯤 국민*인들은 다시 일을 시작한다.

   딸기의 고장 논산이라고 다 딸기만 재배하지는 않기에, 하계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한 국민*인들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콩밭 메~는 아낙네와 아저씨가 되서 콩밭에 콩을 심기도하고, 상추비닐하우스에서 상추도 뽑았다. 장시간 쭈구리고 앉아서 콩을 심는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상추뿌리를 뽑고 붙은 돌을 터는 과정에서 나는 새까만 먼지로 검은색 콧물을 흘리기도 하였지만 서로 으쌰으쌰 즐겁게 일을 도왔다. 이외에도 하우스 옆 호스 정리하기, 하우스 안 낙엽 쓸기, 블루베리 농장에서 블루베리를 따서 포장하기까지 도심에서는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왔다. 인생이 그렇듯이 농삿일에도 어려운일과 쉬운일이 있다. 어려운 일은 내가 먹는 농산물 하나가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쳐서 나에게 온 소중한 것인지, 농부의 땀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배우게 하였고, 비교적 쉬운 일은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국민*인이 되도록 성장시켰다.

 

Q. 농촌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생각났던 것이 있다면?  

(임지원 화학과 13) 집이요. 처음 와서 하우스 안에 들어가 딸기줄기를 베는데 덥고, 땀도 엄청나고 벌레도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내가 여기에 왜 왔나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랑도 아직 덜 친해져서 적응도 안됐었거든요. 힘들면 힘들수록 집생각이 간절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재밌게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집생각이 나요. 농촌봉사활동을 와서 집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국민*인들의 땀방울이 탑정1리에 녹아들어 어린모가 더욱 짙푸른 나락이 되어 갈 때쯤 9박 10일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정이 끝이 났다. 농활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우리에게 집에 가서 먹으라며 많이 챙겨주고 싶지만 줄게 이것밖에 없다고 건네주시던 딸기 쨈에 깃든 온정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9박 10일 동안 농촌에서 배웠던 농부의 땀 그리고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알기에 국민대학교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피곤해보였으나 입가의 미소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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