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인류를 태운 열차 속 이야기, 영화 ‘설국열차’가 900만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설국열차 안에는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원히 움직일 수 있는 엔진이 있고,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작은 생태계와 각종 유흥시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각종 공간들이 있다. 과연 이런 것들이 현실 속에서 가능한 일인지 박만재교수(자동차공학 전공)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원히 움직이는 엔진이 등장합니다. 과연 이런 엔진이 만들어지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화석에너지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상용화하려는 인간의 열망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이 이루어질 시간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열망을 위해 우리 모두는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에너지의 대변환, 그 열망은 우리시대 화두이며 전 인류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이며 이러한 신 물질은 지구상에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Q. 설국열차에서 보안전문가 남궁민수는 크로놀(Kronol)이라는 공업물질을 이용하여 열차 밖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과연 이 크로놀(Kronol)이라는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크로놀(Kronol)이라는 물질은 공업용 인화물질, 산업 폐기물로 흡입할 경우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입니다. 담배조차 멸종한 기차 안에서 마약 대용품으로 활용됩니다. 자원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기차 안에서 환각제로 방대한 양이 소비되는 것을 보면, 기차의 연료 연소 뒤에 생겨난 부산물의 일종이거나 그걸 가공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라고 추측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업용으로 사용가능한 물질은 의료용으로 동시에 사용가능하기가 어렵습니다. 공업물질이라면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는 화학물질로서 폭발성이 있는 가연성물질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 크로놀(Kronol)이라는 물질은 영화 내용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물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크로놀(Kronol)이라는 물질은 설국열차 안에서의 불완전한 삶, 즉 빈부의 격차 및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위로해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 물질을 통해 그 삶을 더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초반부에 사소한 실수를 한 꼬리칸의 한 남자를 응징하기 위해 열차 밖으로 손을 내밀게 하여, 얼어붙게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온도가 몇도 정도가 되어야 그렇게 얼어붙을 수 있는지, 또 그런 온도에서 열차운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냉장고로 물질을 동결시키려면 약 -17℃~ -23℃의 온도정도면 가능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몇 분 안에 사람의 손이 얼어붙는 정도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의 환경이라면 열차가 주행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열차가 주행하기 위해서는 전기에너지나 화석에너지를 이용하여 모터나 엔진을 가동하여야 하나, 빙하기의 온도라면 전기에너지를 이용하는 모터내부의 오일이 얼어붙어 별도의 히터로 오일을 가열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며, 화석에너지의 경우도, 연료의 이동이 불가능하고, 인젝션개통이 얼어붙어 운행이 불가능 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열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도 있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열차의 상황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인젝션 - 분사 또는 분출 등의 의미이나 RC차에 사용되는 경우는 플라스틱, 나일론 등의 제조 접의 '인젝션 몰드 사출성형'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 실제 차에 사용하는 카브레터에서는 연료 분사장치를 말한다.
Q. 열차 안에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가 등장합니다. 수족관과 수목원이 열차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열차의 규모에 따라 존재할 수도 혹은 존재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존재하는 가장 큰 차량인 대형 트럭을 생각해본다면, 그 안에 수족관이나 수목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완벽히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설국열차의 바퀴나 레일이 수족관이나 수목원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무게에 견딜 수 있는 레일을 설치할 만한 특수 설계조건이 현재 기술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라면, 레일과 바퀴가 무게에 견딘다고 하더라도 레일과 바퀴의 마찰저항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열차가 주행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엔진이 필요하며, 그러한 엔진이 열차 안에 설치되기도 힘들고, 충분한 동력을 전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열차는 총 1000칸의 규모라고 하던데, 그런 규모의 열차가 공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불가능합니다. 1000칸 규모의 열차가 설계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얘기하자면, 차선 이탈의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열차 안에 10번째 칸 마다 후부 추진 엔진을 설치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레일이 일직선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1000칸의 열차를 운행한다면, 결국 차선을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 추진엔진의 속도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열차 안에 매우 불안정한 진동이 발생하고, 그런 진동이 계속 발생한다면,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진동이 발생하면, 차체가 찢어지거나 열차와 열차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Q. 설국열차가 지나가는 기찻길은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찻길이 현실 속에서 가능한 일인가요?
불가능합니다. 오직 상상 속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땅위에 존재하는 열차라면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더욱이 거대한 바다와 땅을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인간의 무절제가 세계 생태계의 질서를 깨드려 걷잡을 수 없는 환경파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여, 빈부의 격차,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실에 경종을 일으키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설국열차’를 통해, 우리 인간의 오만함을 우리 스스로가 깨달아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들어서면서, 인류멸종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재난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빙하기의 인류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인 '설국열차'를 그저 풍부한 상상력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었다. 혹시 모를 그날이 닥쳤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삶을 꿈꿀 수 있을까. 생존이 꿈이 되기 전에 우리 모두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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