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인이 떠나는 시네마 여행!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 턴 시에 위치한 콜럼 바인(Colombine)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평소 '트렌치코트 마피아'라 자칭했던 에릭과 딜란 두 학생이 90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두고 두 명의 감독 마이클 무어와 구스 반 산트는 각각 다른 영화를 제작하는데, 그 영화가 바로 ‘볼링 포 콜럼 바인’과 ‘엘리펀트’이다. 두 영화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각각 다른 방식과 다른 해석으로 영화를 그려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이 영화를 본 두 명의 국민*인이 두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1999년의 일을 기억해보고 우리의 사고와 시야를 넓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 그럼 지금부터 두 영화 속으로 빠져보자.

 

1. 먼저 ‘볼링 포 콜럼 바인’과 ‘엘리펀트’란 영화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동석- ‘볼링 포 콜럼바인’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에요. 감독이 직접 영화 속에 출연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죠.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감독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콜럼바인 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을 직접 취재하여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독이 생각하는 내용들을 이끌어내죠. 그리고 그것이 본인이 주장하는 것임을 영화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세용- ‘엘리펀트’는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팩션(faction)이에요. 콜럼 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제 총기 사고를 바탕으로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진행되죠. 엘리펀트의 감독인 구스 반 산트는 마이클 무어와 다르게 총기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독의 시선에 맞추어 표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한 것이죠. 두 영화 모두 매력이 너무나 달라서 두 편의 영화를 다보는 것이 국민*인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2.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K마트가 총알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언론에 선언하는 장면.

동석-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는 마이클무어가 콜럼바인 사건의 피해자인 두 학생들과 함께 K마트에 가서 총알 판매를 금지하라고 하는데, 결국 K마트는 그들의 생각과 주장에 굴복하고 총알 판매를 금지하게 되요. 이 장면을 보고 추진력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에게도 감동했지만, 총기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 일부분이 실제로 해결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물론 법적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것 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분명히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것만은 확실해요.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일상적인 모습.

세용- ‘엘리펀트’에서 영화 중반부까지 학교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그려내는 것이 기억에 남아요.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는 학생, 운동하는 학생, 동성연애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남자 이야기를 하는 여학생들까지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평소와 같은 모습들을 먼저 보여주고 영화 후반부에 총기 난사로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죠.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너무 대조적이에요.

 


3.'볼링 포 콜럼바인'과 '엘리펀트'의 영화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뜻이 있을까요? 특히 엘리펀트같은 경우 영화 속에서 ‘엘리펀트’라는 글자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는데요. 

동석- ‘볼링 포 콜럼바인’을 잘보면 사건의 피의자인 에릭과 딜란 두 학생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볼링을 쳤다는 내용이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나와요. 그리고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두 피의자 학생들은 평소 볼링을 즐겨 쳤다고 하죠.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끔찍한 사건의 원인을 개인의 총기 소지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적인 세력들은 학생들이 즐겨 하는 폭력게임이나 폭력 영상물들을 원인으로 꼽죠. 그래서 마이클 무어는 정치 세력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을 비꼬기 위해, 평소에 볼링을 즐겨 쳤던 피의자 학생들이 총기난사를 한 이유가 볼링의 영향을 받아서인가라는 뜻을 담기 위해 제목을 그렇게 선정한 것 같아요.

세용- 영화‘엘리펀트’에서는 정말 코끼리에 대한 단 한 번의 언급조차 없어요. 그래서 사실 왜 영화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것도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요? 관객이 알아서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요. 사람이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면,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사람과, 귀를 만진 사람, 코를 만진 사람들이 같은 코끼리를 만지고 있으면서 각각 다른 느낌을 갖죠.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의도한 것도 비슷할 것 같아요.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사건의 원인이 다 다른 것이죠. 그리고 감독은 영화 속에서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게끔 표현했어요.

 

4.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동석- 마이클 무어 감독의 생각과 같아요. 마이클 무어 감독은‘총기 소지 법’에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죠. 만일 미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를 법적으로 금지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미 미국은 총기 소지를 법으로 허락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미 미국 총기 협회 등 총기와 관련한 단체와 사업들이 너무나 커버렸죠. 그래서 정치적으로 개인의 총기 소지에 대한 법을 금지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문제에요.

세용-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마인드(mind) 자체가 달라요. 자기의 목숨, 가족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집집마다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고요. 콜럼바인 사건에서 봐야 하는 것은 피의자인 에릭과 딜런, 두 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들은 학교에서 왕따,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고 해요. 그것들이 그들을 괴롭혔고, 복수심에 결국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폭력적으로 표출한 것이죠.

 

5. 한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를 합법화한다면 어떨까요?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

동석- 무조건 반대에요. 세상이 갈수록 험해지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SNS에 올라오는 동영상과 사진, 글들만 봐도 알 수 있죠. 어른들이 가끔 ‘말세’라는 표현을 쓰는데, 저도 요즘 세상이 ‘말세’인 것 같아요. 만일 총기 소지가 합법화된다면 정말 이곳저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거예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방법이 하나 더 느는 거죠.

세용- 같은 의견이에요. 총이 없는 세상에서 살았기 때문에 개인이 총기를 소지하게 된다면 분명히 사회적으로 혼란이 생길 겁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우리 학교 복지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총기난사가 일어난다면, 성곡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뒤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울까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요. 총은 군인과 경찰들이 들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6. 마지막으로 두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요?


동석- 두 영화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에요.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영화랄까요? 국민*인들의 생각을 넓혀주는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어요. 언제 제가 총기 사고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생각해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상업적인 영화들만 보다가 이렇게 작품성 있고 많은 의미가 담긴 영화를 보니까 저 스스로가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정말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세용- 무엇보다 영화의 장르가 달랐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같은 사건을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죠. 하나는 다큐멘터리, 또 다른 영화는 팩션의 형식을 갖고 아주 흥미롭게 표현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엘리펀트가 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의 제한을 두지 않고 폭넓게 생각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죠. 물론 볼링 포 콜럼바인도 감독의 주장이 뚜렷하게 드러났고 현실적인 부분을 잘 표현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았어요!

 

‘볼링 포 콜럼바인’과 ‘엘리펀트’ 이 두 영화 중에 어떤 영화가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물론 두 영화가 서로 비교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도 아니지만. 우리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은 영화의 줄거리와 장르가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난 이 총기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 국민*인들이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더 깊어지길 바랄 뿐이다.


 


이전글 [그 사람을 찾습니다 #14]패션매거진 르데뷰 편집장, 이경근을 만나다
다음글 [Tip&Tech #20] 체온을 사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