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학교 근처로 떠나는 봄 역사·문학기행

4월, 분홍빛 벚꽃으로 뒤덮인 국민대학교 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학생들은 활짝 핀 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산책을 하기도 한다. 국민대학교는 지금 온통 봄이다. 살랑 살랑 부는 봄바람은 국민*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어디론가 놀러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밀린 과제와 시험이 국민*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렇다면 학교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학교 근방에는 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도 역사적·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근대 건물들이 있다. 여유가 흐르는 의미 있는 장소에 앉아 시 한편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바쁜 일상 속에서 국민*인들에게 유익한 즐거움을 안겨줄 특별한 장소를 소개한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청년이었던 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친구 정병욱과 자주 산책했던 언덕이다. 이 언덕에 올라서면 윤동주가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주옥같은 시를 쓰던 시절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자주 찾았다는 북악산과 인왕산은 물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짧은 생을 마감했던 젊은 시인으로, 일제의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고민했던 청년이었다. 일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시를 쓰는 민족 시인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 속에는 식민지 현실과 내면세계에 대한 고민과 수치심이 고스라니 드러나 있다. 이 언덕에 올라 윤동주 시인의 삶과 밤 지새웠을 고뇌를 생각하며 그의 시 한편을 읽어보자.

 

시인의 언덕 아래에는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 윤동주 문학관은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버려진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전시실을 꾸몄다. 문학관에는 시인의 사진 자료와 친필 원고 영인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닫힌 우물'로 이름 지어진 전시관은 시인이 생을 마감한 후쿠오카 형무소의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학교에서 1020을 타고 자하문 고개, 윤동주 문학관 정류장에서 하차. 약 20분 소요. 전시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명절 연휴 휴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심우장은 일제강점기인 1993년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 (1879~1944)이 지은 집이다. 3ㆍ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이었던 한용운 선생은 독립운동가 겸 시인으로 일제 강점기 때 <님의 침묵>을 출판하여 저항 문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 건물이 특이한 점은 이 집이 남향을 선호하는 한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북향집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독립 운동가였던 한용운 선생이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므로 이를 거부하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제에 저항하는 삶을 일관했던 한용운 선생은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이곳에서 생애를 마쳤다.

심우장으로 가는 북정마을 골목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마을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벽화와 그림들이 있고, 상점마다 마을 특색을 살린 이름표가 붙어있다. 또 북정미술관, 성북사진전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되어있다. 어린 시절에 했던 보물찾기처럼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예술작품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에는 국민대 대학원의 교수님과 대학원․학부 학생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공간도 있다. 바로 심우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비둘기 쉼터'이다. 이 공간은 국민대학교와 지역 주민과의 연계를 통해 창의적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월월축제 2009'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테크노 디자인 전문 대학원의 변추석, 김 민 교수와 석사과정생 23명,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과 학생 25명이 참여했다. 비둘기 쉼터는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주제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한다.

국민*인들이 만든 공간을 지나 심우장에 도착하면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있고, 대문에는 심우장이라고 써진 현판이 걸려있다. '심우'는 승려이기도 했던 그가 '소처럼 우직하게 불성을 찾는다.'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아담하고 한적한 마당에서 북향의 심우장을 바라보면 독립운동가로서의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심우장 내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진과 여러 시가 전시되어있다. 다른 기념관과 달리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도 심우장의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만해 한용운선생의 역사적 의식과 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한적한 심우장에 앉아 만개한 봄꽃들을 보면서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심우장은 4호선 '한성대 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종로03번 승차 '슈퍼 앞' 정류장에서 하차. 학교에서 약 40분 소요.


 

 

종로구 행촌동에 위치한 딜쿠샤는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이다. 이 유서 깊어 보이는 저택은 3.1운동을 전 세계 최초로 보도한 UPI 통신 특파원 알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곳이다. 테일러 기자는 3.1운동을 비롯해 제암리 학살 사건 등 일제 여러 만행을 최초로 특종 보도한 기자이다. 이곳 딜쿠샤 서재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에 관한 기사가 작성되었다. 1923년 알버트 테일러는 이 집을 직접 짓고, 주춧돌에 '딜쿠샤'라고 지었다. 딜쿠샤는 힌디어로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이다. 이 집에서 테일러 기자와 부인 등 가족들은 한국의 독립을 희망하며 항일 운동에 헌신했다.

△알버트 테일러(왼쪽 사진)와 브루스 테일러(오른쪽 사진)

알버트 테일러는 한국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외국인물로 손꼽힌다. 알버트가 독립선언서를 보도한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 같다. 알버트의 아들 브루스는 1919년 3․1운동 전날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병원에선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있었는데 이를 알아챈 일본 경찰이 병원에 들이닥쳤다. 이 때 간호사들이 독립선언서를 브루스의 요람 밑에 숨겨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 후 알버트가 독립선언서를 발견하고 외신에 알렸다고 한다.

딜쿠샤에서 나오는 길에는 만개한 꽃들이 가득한 서울 성곽을 둘러볼 수 있다. 딜쿠샤는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종로05 승차 후 카센터, 터널 앞 정류장에서 하자. 학교에서 약 40분소요.

 

「종로 구립 박노수 미술관」으로 개방된 박노수 가옥은 서촌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2월 별세한 박 화백은 종로구에 자신이 평생 천착해온 화업 500점과 고가구 일체, 모아온 애장품과 수석 등 총 1000여점을 기증했다.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불리는 남정 박노수 화백은 일제의 잔재와 영향이 팽배하던 해방 직후 한국화의 정체성을 모색하던 화단의 움직임 속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연구하고 시도했다. 특히 그의 가옥은 1937년 건축가 박길룡에 의해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기법으로 지어진 집으로, 서울시 문화재 자료 1호이기도 하다. 박노수 화백은 1972년 조선 말기 관료이자 친일파 윤덕영이 그의 딸을 위해 마련했다고 전해지는 이집을 인수했다.

그의 산수 세계는 구조적인 생략과 원색적이고 대조적인 색감 선택, 몰아치듯 터치한 나무와 암반, 그리고 여백으로 압축된다. 또한 선이나 색을 통하지 않고 '비움'을 통해 화면을 분할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남종문인화적인 정신세계와 북종화적인 장식적 색채를 넘나드는 남정식 화풍을 이룬 것이다. -박노수 미술관 도록 中

박노수 미술관은 학교에서 1711,1020 버스를 타고 신교동 정류장에서 하차. 약 30분 소요.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우리 학교 근처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적․문학적 이야기가 담긴 비밀의 공간들이 있다. 벚꽃이 지기 전에 이곳에 들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과제와 시험 준비도 중요하고,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인문학적 지식도 얻고 지친 마음도 충전할 수 있는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봄 탓에 어디로 봄나들이를 떠날지 정하지 못한 국민*인들이 있다면 여유로운 이곳에서 한국 근대사를 되짚어보고, 문학적 소양도 기르는 의미 있는 추억을 쌓길 바란다.

사진출처: 한국 경제TV, 대하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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