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있어 꿈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 스스로가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은 아닐까? 모두가 머릿속으로 알고는 있지만 가슴으로 겪어보지는 못했던 그 곳 '연변'.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었던 '연변'을 향해 열정과 푸름으로 뭉친 30명의 학생들이 여기 있다. 두만강의 서글픔과 백두 산맥의 장엄함,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정신이 살아있던 그 때 그  순간으로 떠났던 지난 10일의 기록. 감동과 환희로 하루하루 충만했던 연변에서의 순간들. 우리들이 지금껏 몰랐지만 알아야만 하는 소중한 깨달음들을 위해 중국 연변으로 떠난 젊음들의 가슴 벅찼던 10일간의 기록을 공개한다.

▲연변 대학교 주요 건물들의 모습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었던 몽골 프로그램에 이어, 8월 4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연변 대학교로 향하는 두 번째 SGE(Sungko Global Exposure)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몽골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생 30명이 선정 되었고, 행정정책학부 김병준 교수와 국제학부의 곡효여 교수 이렇게 2명의 교수가 함께 참가하였다.

▲연변 대학교 교수들의 역사, 정치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이번 연변 SGE 프로그램은 2명의 지도교수님과 함께 30명의 학생들이 중국 지린성 연길 시에 위치한 연변 대학교를 방문하여 역사, 정치 관련 강의를 듣고, 연길 시내 답사와 연변 박물관 견학,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대성 중학교와 생가 방문 등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연변 대학교 측에서도 국민대학교의 SGE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김수성 주임 교수(정치와 공공관리 학원장)와 이성춘 교수(행정학과 교수)가 프로그램 기간 동안 프로그램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국민대학교 학생들을 환영해주던 연변 대학교의 교수진들

이 밖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연변의 모습을 알기 위한 장백산 담배공장과 연길 양로원을 방문하였으며, 현대적 시스템으로 탈바꿈 되어가고 있는 연변의 행정 체계를 견학하기 위해 연길시 정무청사를 견학하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백두산 '천지'를 포함한 백두 산맥 탐방과, 강 하나로 북한과 중국을 나누는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 두만강을 방문하였다.

▲연변 대학교 조선족 학생들과의 만남

연변 도착 바로 다음 날, 연길 시내를 탐방하기 전, 중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한국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연변 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선족 학생들이 국민대학교 학생들의 탐방을 돕기 위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었다. 서로 다른 국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생김새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조선족 친구들과의 만남이 SGE 프로그램을 참가한 학생들 모두에게 뜻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 연길 시의 시내 전경. 낮과 밤

연길 시의 시내 풍경은 우리나라의 1980년 즈음의 그 것을 닮았다. 시내 중앙로 주변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현대식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꽉 들어차있는 반면, 주변 골목으로 조금만 돌아들어 가게 되면 일반적인 현대적 상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 중앙로 주위의 번화한 가게 풍경과 골목골목 사이 정(情)으로 가득한 재래시장의 상반되는 모습이 연길 시의 급격한 발전과 화려한 외양 뒤 숨어있는 이면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연변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시내 탐방

많은 상인들이 손수 재배한 작물이나 채소, 먹거리를 거리에서 팔고 있었고 군데군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장기를 두기도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겨운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간식과 전통 음식들을 맛보기 위해 서투른 중국어로 말을 거는 한국 학생들에게 누구하나 할 것 없이 친절하고 웃음으로 대해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과 한 핏줄인 조선족의 뿌리를 둔 이 곳 주민들에게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연변의 모습'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 연변 박물관의 내부 견학 모습

연변 박물관에서는 연변 조선족들이 그동안 '이룩해 온 것 가치'들에 대한 강한 신념과 의지를 만나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독립 운동의 시초를 함께 했던 항일 투쟁의 역사들과 연변이 소수민족자치구로서 권리와 인권을 보장 받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겪은 고통과 비극의 순간들. 연변의 모든 조선족들이 지금처럼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빠르고 튼튼하게 도시 기반을 다지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이뤄온 흔적과 발자취를 보존하고 후세에 알리기 위한 그 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박물관 곳곳에 담겨져 있었다.

▲연변 자치주 주청사(왼쪽)와 연길시 정무 청사(오른쪽)

흔히 '연변'이라는 도시는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이미지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행했던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 중에는 '고저 우리 연변에서는 말이지요~?'라는 대사가 유행이었다. 이처럼 최근까지도 '연변'이라는 지역은 한국 국민들에게는 '아직은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낙후된 도시'라는 식의 이미지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방문했던 연변에서 이제 그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 연길 시 정무 청사의 최신식 행정 시스템과 내부 전경. 24시간 녹화 시스템(우 상단)과 즉각적인 만족도 집계 장치(좌 하단)가 인상적이다

현대적인 경영방식과 행정 체계로 빠르게 발전되어 가는 연변의 모습을 가장 잘 대표해주는 곳 '연길시 정무 청사'.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행정 업무 건물이나 구청, 시청보다도 훨씬 큰 규모를 갖추고 있음은 물론 기본적인 행정 업무부터 은행 및 기업들의 금융 업무까지도 모두 한 곳에서 통합적이고 세밀하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다. 각 행정업무의 모든 처리 절차들은 곳곳에 설치된 소형 CCTV로 녹화되고 관리되며, 녹화 영상의 수준이 무척 높아 개개인이 처리하는 행정 서류의 글씨와 날인까지도 정확하게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와 같은 첨단 시스템 도입을 통해 행정 업무 처리 이후에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적 문제들의 처리 과정에서, 보다 더 신빙성 있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또한 모든 인민들의 행정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만족도를 각 창구별로 바로 조사하는 통계 장치를 두어 모든 처리 결과의 만족도와 피드백은 즉각적으로 상부로 보고되고 있었다. 한국과 비교해보더라도 놀라운 수준의 행정 시스템이었다.

드디어 떠난 1박 2일의 백두 산맥 탐방 일정. 연길 시에서 4 ~ 5시간 정도를 버스로 이동해 백두산 바로 밑에 위치한 하늘 아래 첫 동네 '이도백하'에 도착하였다. 근처 시내 풍경을 둘러보고 하루를 숙박한 뒤 다음 날 새벽부터 본격적인 백두산 탐방이 시작되었다.

▲ 천지에 올라가기 전 볼 수 있는 '장백 폭포' (우 상단) [한글 명칭으로는 '비룡 폭포']와 백두 산맥의 비경들

백두산 천지를 방문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새벽 일찍부터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산 하부 입구에서 천지까지 5시간 가까이 되는 대기 시간을 인내해야만 했다. 이렇게 천지 관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배경에는 따른 이유가 있다. 백두산 천지를 방문하기 위한 루트는 딱 2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북한 쪽을 경유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가 여기 중국 이도백하 마을에서 시작되는 루트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쪽에서는 최근 백두산의 도보 산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오로지 차량만을 통해서만 오고 갈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백두산의 자연 경관 보호와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에서였지만 실제로는 한정된 관광 루트 확보를 통한 막대한 관광 수입 창출과, '장백산'이라는 이름을 통해 거의 완전하게 백두산을 자국의 관광물로 독점 소유하려는 중국의 속마음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국의 영토에 속한 명산(名山)을 구경하기 위해 타국 땅에서 엄격한 규제와 관리 속에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이, SGE 참가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천지(天地)의 장관. 저 멀리 북한 쪽 경유로가 보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천지의 모습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연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천지(天地). 그 장관을 보는 순간 SGE 팀원들의 지쳤던 몸과 마음이 한 순간에 정화됨과 동시에, 그 장엄하고 웅장한 경관 속에서 모두가 태고적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천지를 방문하게 되는 모든 관광객들이 이처럼 맑고 완전한 모습의 천지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해발 고도 때문에 천지 주위에는 늘 안개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몇 번이나 이 곳을 방문한 중국 주석 시진핑도 쉽게 천지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보기 힘든 그 장관을 SGE 학생들에게 첫 방문 만에 그 모습을 품을 수 있도록 해준 백두산 천지. SGE 참가 학생 모두가 가슴 속 깊이 푸른 천지의 모습을 깊이 새길 수 있었던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 윤동주의 모교인 '대성 중학교'와 그가 공부했던 교실의 전경. '서시'가 적힌 칠판이 인상적이다

SGE 프로그램 중 가장 뜻 깊었던 순간을 꼽노라면 바로 항일 애국 시인이었던 '윤동주'의 생가 방문과 그의 모교였던 대성 중학교의 방문이었다. 대성 중학교는 민족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학교로 유명하며, 재야 운동가였던 문익환 목사와 정일권 전 총리의 모교이기도 하다. 지금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현재는 다른 학교들과 통합되어 대성중학교(大成中学校)에서 룽징제일중학교(龍井第一中學校)로 이름이 바뀌었다. 교내 곳곳에 윤동주 시인이 수학(受學)했던 교실과 그에 관한 기념관과 전시관들이 잘 보존되어있었으며, 현재까지도 조선족 안내사가 위치하여 학교를 방문하는 여러 관광객들에게 당시의 상황과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SGE 학생들 모두가 비통했던 그 시절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공감하며 마음속에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SGE 일정 후반기, 학생들은 연변과 중국의 국경을 가르는 역사의 강, 두만강을 방문하였다. 별 다른 철책이나 군인들의 감시 없이도 오로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념과 사상이 달라지는 곳. 세월의 아픔과 업을 안고 흐르는 두만강을 통해서 학생들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가깝고 현실감 있게 북한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중국과 북한, 두 나라의 접경 지역인 두만강

두 나라를 강 물줄기 하나로 갈라놓는 역사의 중추 두만강.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을 별 다른 감시와 가시적인 장애물 없이 오로지 두만강 줄기 하나만이 두 국가를 서로 다른 '타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강물 바로 뒤로는 북한의 작은 시골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SGE 참가 학생들 모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의 모습을 가장 가깝고 실감나게 경험 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만강을 가르는 다리 하나에 딱 절반의 크기만큼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양분되어 있는 시각적인 구분만이 이곳이 양 국의 국경지역임을 실감시켜주었다. 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마을 어린이들의 물놀이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을까. 

▲ 두만강 국경 지역의 모습. 두 나라의 국경이 빨간 색(중국)과 파란 색(북한)으로 간단히 나뉘어져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꿈과 목표를 향해 거칠 것 없이 도전하는 20대들에게도 단순히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뒤를 돌아봐야 할 순간이 있다. 각양각색의 수많은 정보들과 기회가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저 내게 필요한, 내가 원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만은 안 된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도 존재하는 것. 우리 자신과 우리들 이전 세대의 역사와 그 세월의 흐름 속 의미를 깨닫고 현재를 바라볼 줄 아는 넓은 시야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저 머릿속으로만 아는 지식의 경계를 넘어, 우리가 직접 부딪치고 겪어보며 배워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그저 단순히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던 연변과 실제로 현장 속에서 부딪치며 겪은 그 것은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이번 SGE 프로그램을 통해 30명의 청춘들이 '연변'에서 얻어 온 것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알아야한 하는' 역사와 세월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과 더불어 지금 우리의 청춘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도전 정신'이었다.

세상을 바꾸고 만드는데 앞장서고자 하는 젊음들에게 멋진 기회의 창이자 파트너가 되어주었던 이번 2014 Sungkok Global Exposure. 그 가슴 벅찼던 여정의 순간들이 지금, 당신의 또 다른 도전과 열정을 다시 한 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