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생활 속의 법, 법과대학 민사모의법정!

우리는 무엇에 의해, 무엇을 하며, 그로 인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누리는 평범함 때문에 항상 잊고 사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우리가 ‘법의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 물건을 구매했는데 제품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바꿔주지 않을 때, 소비자보호법으로 물건을 빠른 시일 내로 바꾸거나, 지나치게 평등하지 않은 갑을관계로 받은 저임금을 계약법 위반 명목으로 제자리를 찾게 만들거나, 혹은 무엇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을 때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등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할 뿐 많은 우리 모두는 법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사회의 사람 사이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법대생이 아닌 이상 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다. 사소한 법적 문제는 크게 만들지 않고 지나가려는 경향이 크다. 사회가 공정하고 깨끗해지기 위해선 우리가 법을 제대로 알고 지켜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과대학 모의법정을 들여다보았다.


<민사모의법정 시작 전>

 

법과대학에는 크게 두 가지 모의법정이 있다. 하나는 학년별 수업의 일부로 진행되는 '모의법정’, 그리고 또 하나는 학술제로서, 민사법학회, 형사법학회, 법사회학회, 헌법연구회, 영어강독회 등 5개의 학회에서 주관해 1년에 한 번씩 새내기들과 함께 진행되는 '모의법정’이다. 우리가 오늘 알아볼 것은 법과대학 민사법학회 국민*인들과 민법교수님, 그리고 새내기들이 변호사와 증인으로 역할 해 참여하는 민사모의법정이다.
 
*민사법이란, 민법(民法), 상법(商法)과 같은 실체법(實體法)과 민사소송법과 같은 절차법(節次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형사법과 달리 계약위반에 대해 위자료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민사법학회장의 연설, 참관 학생들>

 

2014년 민사모의법정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카따’ 즉,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폭언 또는 무시로 인해 벌어지는 왕따 사건을 주제로 학교폭력관련 법적문제를 다뤘다. 소송의 배경은 갓 전학 온 6학년 학생 김수빈양이 같은 반 동급생 박연지양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시비걸기, 집단폭행, 금품갈취, 비만에 대한 이유 없는 카카오톡 폭언 등 반친구들의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을 사실관계로 하고, 이에 망인(亡人)김수빈양의 어머니 이미옥은 집단따돌림을 주도한 박연지양의 부모와 집단따돌림을 방관한 학교 측 이사장 이찬영에게 폭행에 따른 치료비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학회장의 간략한 배경설명 후 민사모의법정이 시작되었다.


<재판장을 향한 원고 측 변호인1의 변론>

 

원고 측의 변호인들이 재판장 앞에서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규정, 제752조는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에 대한 규정을 빌어 피고 측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책임이 없는 만 12세인 미성년자 박연지양 대신 제755조 제1항 책임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 있는 자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규정에 따라 가해학생의 부모 김희숙이 책임을 질 것을, 제2항은 감독의무자에 갈음하여 책임 무능력자를 감독하는 자도 같은 책임이 있다는 규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이사장 이찬영이 책임질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변론이 시작되었다.

<피고 측 변호인1, 2 변론중>

 

이에 피고 측 변호인들은 평소 박연지양의 태도가 성실했고, 학업성적이 우수했으며, 부모님과의 관계가 돈독해 교육을 잘 받았다는 인상을 주려 노력했다. 망인 김수빈양의 부모가 2010년 이혼해 김수빈양이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과 김수빈양이 담임교사와 상담교사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함구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왕따와 자살이라는 인과관계에 모호성을 제기, 손해배상청구를 거부했다.

변호인들의 첫 변론 후 증거와 증인, 원고, 피고 당사자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원고와 피고 측 증인들 모두 증인선서 후 증인석에 자리했다.

<왼쪽부터 선서를 하는 이미옥(원고), 김희숙(피고1), 이찬영(피고2)과 증인들(급우, 담임교사, 아동심리전문상담사, 상담교사)> 

 

*증인선서란, 증인석에서 사건을 말함에 있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하는 선서이다.

<증인신문 중인 원고 측 변호인2>

 

원고 김수빈양의 어머니 이미옥, 그리고 피고 박연지와 그의 어머니 김희숙, 초등학교 이사장이라는 대립된 구조를 통해 각각 2명의 증인을 채택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원고 측은 평소 김수빈양과 친하던 급우와 아동심리전문 상담가를 증인으로 내세웠고, 피고 측은 담임교사와 상담교사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증인신문 중인 피고 측 변호인1, 원고 측 변호인1>

 

증인신문이 끝나고 각 변호인들의 원고, 피고신문이 이어졌다. 이 신문에선 14학번 새내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박연지양의 어머니 김희숙 역은 도도하면서도 자신의 딸을 감싸는 연기를 능청스레 잘했다. 초등학교 이사장 이찬영 역 또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연기가 일품이었다.

<피고신문 중>

 

그 중 김수빈양의 어머니 이미옥 역을 맡은 새내기의 연기가 특히 빛났다. 이미옥역의 연기는 좌중을 압도했다. 하나뿐인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잘 표현해 모두 억울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원고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원고신문 중인 피고 측 변호인, 이미옥 역(役)의 생생한 눈빛연기>

 

증인들은 각자의 본분에 따라 증언을 했다. 주관적일 수 있는 부분은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들이 잘 조절해 객관성을 낳았다. 때론 변호인 측의 잘못된 질문과 심리적 압박으로 상대편 변호인 측의 이의신청도 들어왔다.

<피고 측 변호인의 질문에 이의를 신청하는 원고 측 변호인>

 

원고 측과 피고 측 변호인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변호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편의 주장을 논리적, 심리적으로 반박하는 강도가 심해졌다. 양 측 모두 서로의 주장을 생각하며 자신의 신문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사숙고하는 원고 측과 피고 측>

 

이윽고 증인, 피고, 원고신문시간이 끝에 달아 최후 변론의 시간이 다가왔다. 각 변호인들은 재판장, 그리고 관객들에게 지금까지의 신문과 변론을 정리해 설명한 후 다시 한번 강력히 피고와 원고를 변호했다. 길었던 최후변론 후, 재판장의 판결결과가 나왔다.

<재판장과 관객들 앞에서 최후변론을 하는 변호인들>

 

재판장은 박연지양과 그 무리들이 김수빈양에게 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자살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따돌림과 폭행, 금품갈취 등은 비록 책임을 변식할 지능을 갖추지 못한 6학년 아이일지라도 자율능력과 분별능력에 있어 충분히 그만둘 수 있었던 상황’라는 결과를 논리적으로 서술하였다. 따라서 친권자인 박연지양의 부모는 법적감독책임이 있으며 198,936,159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일인 학교폭력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대리보호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학교 측에게는 66,312,053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장의 탁월하고 날카로운 판결에 모두 박수치고 축하했다.

<판결문을 읽는 재판장>

 

이번 민사모의법정은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새내기들의 열정적인 연기로 인해 자리에 앉은 모두가 내용에 푹 빠져들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올바른 판결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예상하는 옳은 판결이 났다. 비록 법과대학안의 소규모 모의법정일 뿐이지만 가슴속 한편에 따뜻한 희망이 생겼다.
 

<박수치는 학생들, 서종희 교수님>

 

모의법정 판결이 끝난 뒤 민사법 서종희 교수님, 그리고 현직에서 일을 하고 계신 졸업생 선배님들의 격언이 이어졌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찾아와주신 선배님들께 다들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현직에서 일하시는 졸업하신 선배님들>

 

민사모의법정. 민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모의법정에 국민*인들이 참여해 법과 더 친숙해지고 자기 자리에서의 의무와 책임을 돌이켜 보고 생활했으면 한다. 세상이 더 각박해지고 사람들이 사리사욕만을 생각하는 이때 그 어떠한 일이라도 방관하지 말고 올바른 자기 소신과 주장을 펼쳐가길 기대해 본다. 정의란 사고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관심을 아예 가지지 않는 것과 비록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생각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전자와 천지차이다. 국민*인들이 청렴한 마음으로 세상을 그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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