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탄생, 오페라 플러스 '돈죠반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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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해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던 가을밤, 경상관 콘서트홀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각기 팜플렛이며 꽃다발을 들고는 행여 공연에 늦을세라 총총히 옮기던 걸음과 걸음들. 많은 이들이 찾은 이번 공연은 국민대학교 예술대학이 만든 오페라 플러스 '돈죠반니'다. 온 무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가수들의 음성과 홀을 가득 메우던 벅찬 감정들, 하나의 막이 오르고 내릴때마다 끊이지 않던 환호와 웃음의 시간들을 미처 함께하지 못한 국민*인들을 위해 전하고자 한다.
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대 예술대학은 특히 이번 오페라에 남다른 공과 노력을 들였다고 한다. 초록을 머금던 나뭇잎이 시나브로 붉어지며 마침내 고개를 떨구기까지 예술관 한 귀퉁이에선 매일같이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돈죠반니와 그의 여인들이 부르는 아리아, 사랑에 기뻐하고 이별을 아파하는 그들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더할나위 없이 진지했으며 그 눈들을 한 점 놓치지 않고 지휘하는 교수진 역시 학생들과 더불어 연습에 몰두했다. 그런데 연습 중간중간 마다 눈길을 끄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음악이 멈추고 온전히 대사로만 이루어진 극이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기존의 오페라에선 볼 수 없던 색다른 연출이었다. 이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음악감독을 맡은 변승욱 교수를 찾았다.
"'오페라 플러스 돈죠반니'는 돈죠반니라는 익히 알려진 W.A.모차르트의 오페라에 플러스 알파를 더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플러스 알파란 연극, 무용, 영상 등 무대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말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전에 없던, 돈죠반니를 작곡한 모차르트와 대본을 쓴 다 폰테가 오페라를 만들어가는 뒷 이야기를 연극의 형태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자연스레 극의 줄거리와 흐름을 알 수 있는 셈입니다. 기존의 오페라가 일반 관객들에게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로 여겨졌다면 오페라 플러스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그대로 살려두어 고전의 미를 보존했습니다. 국민대가 만들어 낸 문화 예술 분야의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 오페라 플러스를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보실 수 있을겁니다."
돈죠반니는 1787년 다 폰테의 대본에 의해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로, 같은 해 10월 29일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주인공은 에스파냐의 호색 귀족으로 유명한 돈 죠반니(돈 후안, 14세기 혹은 그 전에 있었다는 전설적인 인물)다. 무신론자이며 짙은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돈죠반니는 돈나 안나에게 추근거리다 그녀의 아버지(기사장)가 질책하자 결투 끝에 그를 찔러 죽이고 만다. 그 후에도 반성없이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는 등 바람둥이의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묘지에서 자신이 죽인 기사장의 석상을 보고 우스갯소리로 만찬에 초대하는데. 그날 밤 집으로 기사장의 유령이 찾아온다. 기사장 유령은 돈죠반니에게 참회를 요구하지만 돈죠반니가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마침내 그를 지옥으로 끌고가 영원한 고통을 준다는 내용이다.
객석이 빼곡하게 들어차고 경쾌한 피아노 연주가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막이 오르고, 오페라의 제작에 대해 열띤 대화를 하는 모차르트와 다폰테가 등장했다. 이윽고 두 인물의 말이 현실화 되어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의 오페라가 나타났다. 4장으로 구성된 1막과 3장으로 이루어진 2막이 한 시간 반여의 시간동안 짜임새있게 펼쳐졌다. 장과 장 사이엔 모차르트와 다 폰테가 재등장해 쉼표를 찍으며 극의 원활한 이해를 도왔다. 뿐만 아니라 극이 중반에 다다랐을 무렵엔 돈죠반니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노래를 부르며 꽃을 건네주는 깜짝 이벤트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공연이 끝나고 터진 우레와 같은 박수는 기존의 오페라와는 확연히 다른 갖가지 장치와 연출의 성공을 증명했다. 이틀 간의 공연은 벅찬 감동과 탄성을 낳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공연장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엔 저마다 웃음이 묻어있었다. 관객들의 입가엔 흡족한 웃음이, 배우들의 두 볼엔 뿌듯한 웃음이 배어 좀처럼 지워질 줄 몰랐다. 곳곳에서 축하와 감사의 말들이 오갔고 꽃다발과 꽃보다 더 어여쁜 사람들이 사진 속에 담겼다. 이틀 간의 공연이 모두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불현듯 국민대를 찾아왔던 돈죠반니는 뭇 여인들에게 그러했듯 바람처럼 떠나갔다. 그리고 돈죠반니가 가버린 자리엔 국민*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차가운 밤공기를 녹였다. 이 열정의 온기는 한동안 지속될 듯 하다. 적어도 새로운 오페라 플러스를 만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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