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이 시작되다,국민대 산악부!

 

“해발 7,000m, 8,000m만 올라가면 철학적인 생각이 막 떠오를 것 같죠? 그런데 안 그래요.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 제 얼굴이 나옵니다. 비로소 가면을 벗는 거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맨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년 겨울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에서 실제 엄홍길 대장의 말이다. 영화관에서 이 명언을 듣고 살짝이라도 내 맨얼굴을 벗겨볼 것이라며 취미로 산악을 시작한 사람도 꽤 있었다. 이렇듯 몇몇 애호가들에게만 사랑받았던 산악스포츠에 갑자기 붐이 일었다. 산악인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몰랐겠지만, 국민대학교에도 오래전부터 산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 있다. 지금부터 국민대학교 산악동아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부대장님! 국민*인들에게 산악동아리가 다소 낯설 것 같아요. 동아리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네, 저희 동아리는 198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많은 분이 산악 동아리 활동 자체를 모르시더라고요. 그리고 산악부라고 해서 등산만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암벽등반을 중심으로 산악 종주, 야영, 빙벽, 산악스키 등 다양한 산에 관련된 활동을 하게 돼요. 이처럼 산악부와 함께 산에 가시면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다양한 모습의 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이 시작된다.”라는 말처럼요!

Q. 얼마 전 봄이 되고 첫 산행을 하셨다면서요? 어디로 갔다 오셨어요?

북한산으로 다녀왔어요. 국민대가 북한산 자락 바로 밑에 있잖아요. 그래서 제일 자주 가게 돼요. 하지만 학교 쪽에서 올라가는 건 아니고 보통은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백운대와 인수봉을 자주 가요. 이번 봄 첫 산행은 학교에서 우이동까지 걸어가는 일정이었고요. 재학생뿐만 아니라 신입생, 졸업하신 OB형들 그리고 그 아들까지 함께한 일정이었어요. 4시간 정도 소요됐는데 9살인 아들까지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답니다.

 

 

▲북한산 등반 중인 대원들(상), 동아리실에서의 부원들 모습(하)

 

Q. 외국인 학우들도 보이는 것 같은데, 산악동아리 부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저도 그게 궁금한데요. (웃음) 다들 서로 만나면 “어떻게 산악부에 들어오게 됐어?”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산이 좋아서 어쩌다 보니 한번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좋아서 그냥 눌러앉게 되었다.”라는 답변을 제일 많이 받아요. 외국인 친구들로는 작년에 이탈리아 친구가, 올해는 터키 친구가 들어왔어요.

Q. 의사소통에 애도 먹을 것 같아요.

맞아요…. (웃음) 5월은 행사나 교육이 많은데, 교육할 때 2번 하기 힘들어서 그냥 영어로 할 때도 있어요. 영어공부 동아리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쓸지도 모르겠네요.

 

 

▲국민대 산악부의 야영 모습. 때때론 침낭에서, 텐트에서, 야영장에서 취침한다.

 

Q. 총인원이 16명이면 관계가 끈끈할 것 같네요.

다른 동아리 활동을 안 해봐서 비교할 수 없기는 하지만, 선후배 관계가 졸업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거 같아요. 지금도 시산제 같은 큰 행사에는 84년 초창기 선배님들까지 가족과 함께 참가하세요. 재학생들도 텐트에서 서로 같이 부대끼는 시간도 많고 동계 하계 설악산 종주를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기도 하고요. 하지만 산악부 특징인지…. (웃음) 다들 해외연수나 여행 또는 휴학을 자주 하는지라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아쉬워요. 올해만 해도 남미, 제주도, 말레이시아, 미국, 러시아 등지에 있거나 여행하는 재학생들이 있어요.

Q. 텐트요? 바로 내려오지 않으시고 야영도 하시는 건가요?

네, 텐트 치고 자요! 보통 금요일에 가면 주말 동안 야영을 하고 돌아와요. 야영은 주로 북한산 인수야영장이고요. 등반 훈련을 위한 전용 야영장이 있어서 인증받은 산악회들만 허가증을 가지고 야영할 수 있어요. (화장실은…?) 재래식이에요. (웃음) 세수나 샤워는 못 하고요.

 

 

▲산에서 동아리원들이 바라본 하늘과 계절의 변화. 산의 장엄함

 

Q. 계절에 따라 활동이 달라질 것도 같은데,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산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의 산을 만날 수 있어요.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가 암벽등반에 가장 집중적인 시즌이에요. 그렇지만 너무 더운 한여름과 장마 시즌에는 암벽을 쉬게 되고요. 한겨울에는 꽁꽁 언 폭포를 올라가는 빙벽도 있고, 하계 동계에는 설악산 종주를 3~4일씩 가요. 하루 8시간 정도의 워킹과 더위 추위에서의 야영 경험은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이랍니다!

Q. 아무리 산을 자주 가보고 경험이 있어도, 늘 위험은 사방에 도사리고 있잖아요. 이를 위한 기초적인 훈련도 이루어지나요?

처음부터 산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그리고 아무리 체력이 좋고 산에 다녀봤다고 해도 함께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교육은 꼭 필수예요. 그래서 매년 3~5월은 교육 시즌이라고 불리고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산운동화, 자일(로프), 등산가방, 헬멧, 비너(고리)

 

Q. 그럼 한 번 산에 오른다 하면 준비하는 과정이 있나요?

주말 산행이 있기 전, 월요일 집회 때 미리 회의를 통해서 준비해요. 야영 장비, 등반장비, 식단, 기록장, 의료까지 각각 분야별로 나누어 준비합니다!

 

 

Q. 동아리를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식단이요. 산악부는 2~7일씩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특성도 있고 많이 챙길수록 배낭이 무거워져서 독특한 식단들이 많이 나와요. 무거운 게 싫어서 일주일 내내 죽만 먹는 식단도 있었고, 꼭 먹고 싶다며 집에서부터 준비한 순대 볶음이나 꽁치찌개들도 있었어요. 식단 준비는 보통 신입생이 하는데, 식단 담당의 독단으로 준비돼서 항상 “오늘은 뭘 먹게 될까….”두려울 때가 많아요. (웃음) 밥을 태워 먹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남자 대원들도 냄비 밥을 척척 해놓아요!

Q. 국민대 산악동아리를 포함한 산악 연맹이 서울뿐 아니라 대구, 강원 등 각 지역에 모두 있다고 들었어요. 주기적으로 만나는 건가요?

네. 일단 같은 서울연맹끼리는 춘하추계 연맹 아카데미를 통해서 3~7일씩 함께 산에서 보내게 되고 매달 주장회의에서도 만나요. 꼭 연맹 행사가 아니더라도 같은 학번끼리는 따로 연락해서 자주 또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연맹 행사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지역 암장에서도 만나게 돼요.

 

 

▲서로를 도우며 등반 중인 산악부 팀원들의 모습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산에 오르는 순간순간이 도전이겠지만, 국민대 ‘산악동아리’로서 꿈의 도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아무래도 대학산악부의 도전이라면 원정이겠죠? 영화 ‘히말라야’로 많이 알려진 것처럼 주인공 박무택 대원도 대학산악부 출신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래도 힘들겠죠. 하지만 산악부의 일원으로서의 도전이라면 앞으로도 아무런 사고 없이 졸업 후에도 계속 함께 등반했으면 좋겠어요. 큰 도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함께 가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일수도 있으니까요.

 

 

 

흔히 남녀관계에서 공통분모가 맞으면 더 잘 통한다고들 한다. 인터뷰하며 만난 산악동아리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취미를 공유함은 물론 거기다 야영을 하며 재미있는 일도, 때론 힘든 일도 함께하니 사이가 돈독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을, 단순히 산이 좋아 모였지만 결국엔 사람들이 좋아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 말하는가 보다. 그러니 정말 진득한 친목을 다지고 싶다면, 지금 바로 복지관 214호의 문을 두드려보자. 특히 국민대학교 산악부는 3년 연속 여자가 대장을 맡고 있으니 여성 학우들도 망설이지 말고 들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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