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연 매출 25억의 신화, 청년장사꾼 김윤규를 만나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대출의 노예. 모두 이제 곧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들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넘쳐나는 고학력자들, 줄어드는 일자리, 올라가는 물가, 고령화 등으로 졸업 후 바로 취직이라도 된다면 그만큼 경사가 없을 지경이다. 공대를 졸업 한 사람들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인문학대라도 나온 사람들은 멀쩡히 대학 잘 졸업하고 공무원 책을 펴서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도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세수가 줄어들면서 공무원의 철밥통에도 금이 가는 듯하다. 이러한 사회를 반영해서인지 청년 창업이 붐을 일으키듯 일어나고 있다. 창업하는 청년들은 보통 국가나 학교에서 지원을 받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를 받고 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한다. 보통, 초기 자본이 비교적 적게 드는 서비스 관련 사업이나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IoT, 3D 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 국민대에서 K-커머스 강의를 맡은 김윤규(30) 대표가 있다. 그는 요식업이라는 레드오션에서 조그만 감자집으로 시작해 13개의 점포를 운영하게 된 성공한 젊은 사업가이자 청년장사꾼의 대표이다. 서촌의 상권을 부흥시키고, 백화점에까지 입점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전파를 타 계속 다수의 공중파 방송과 주요 언론에 기사화되고 있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천천히 들여다보자.

 

처음부터 고속도로를 타진 않았다.

창업의 시작은 홍대재학시절부터 해왔던 노점 장사들과 1년 6개월 동안의 야채가게에서 장사 경험 그리고 부모님 몰래 뺀 원룸 전세금 5,000만 원이었다. 청년장사꾼의 야심 찬 시작이었다. 이 돈으로 이태원의 이슬람사원 맞은편에 카페를 차렸지만, 풀썩, 망해버리고 말았다. 장사에 이미 모든 걸 던지기로 한 그는 창업멤버들의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통장잔고 ‘100만원’ 이었다.

 

 

절벽의 끝에서

연간 25억대의 매출규모를 이루어낸 김윤규 대표의 기반이 되었던 곳은 종로구 내자동 24번지에 있는 ‘열정감자’였다. 경복궁 옆에 있는 이 거리는 원래 100m 남짓의 짧은 먹자골목이었다. 열정감자가 들어 온 후로 이 상권은 크게 발달해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300m의 긴 먹자골목을 형성했다. 그들의 매장의 가장 큰 매력은 ‘대체불가’였다. 감자 맛이 월등히 뛰어났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비자와 교감하는 방법에서 차별화를 한 것이다. 그들의 유니폼 뒤에는 ‘고객님! “감자”합니다.’, ‘감자 살래 나랑 살래’, ‘잘 생겨서 죄송합니다.’ 등의 유쾌한 어구들이 붙어 있었으며 입으로는 쉴 새 없이 유쾌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계속된 노력으로 그들은 처음으로 성공의 맛을 보았고 이제 청년장사꾼 감자집은 인천, 공덕, 용산, 서촌을 포함 현대백화점 판교점까지 5개 지점이 있다.

 

 

새로운 상권, 열정도 야시장

청년장사꾼, 그들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집중되어있지 않다. 청년장사꾼은 상행위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비전을 가지고 조직된 단체이며 처음 창업했을 때부터 지역과 장사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김윤규 대표는 말했다. 2014년 11월 용산 원효로 버려진 인쇄공장 단지에 동시에 6개의 매장을 오픈하여 지역을 활성화해보자는 ‘열정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본래 가게는 물론, 가로등조차 없던 으스스한 골목에 청년장사꾼의 활기가 더해져 열 정도에 들어오게 된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모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고, 각자가 잘하는 역할들로 참여함으로써 동네 사람들도 ‘그 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열정도 야시장이 탄생했다. 청년장사꾼의 매장 말고도 다수의 푸드트럭, 플리마켓, 버스킹 등의 컨텐츠들도 있어 그들만의 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써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상표의 고급화

그들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감자, 쭈꾸미, 고깃집, 치킨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아닌 고급 치즈를 이용한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얼마 전 테이스티로드에도 방영되었던 ‘치즈어랏’이 그 주인공이다. 김윤규 대표는 라클렛 치즈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영국 버로우마켓으로 날아가 라클렛 치즈에 대해 배우고, 한국에 와서 직접 치즈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치즈는 맛을 인정받아 치즈어랏 가게 뿐 청담에 있는 레스토랑에도 납품하고 있다.

개업한 후로 5년. 상표권 문제, 건물주와의 싸움 등 다양한 역경들 속에서 그들만의 입지를 다진 청년장사꾼은 말 그대로 ‘청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장사꾼’이었다. 그들에게 창업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Q.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왜 하필 '감자'였는지?

어렸을 때부터 외향적인 성격으로 자랐고, 제시간을 제가 온전히 쓸 수 있고, 내가 내 갈 길을 이끌어갈 수 있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태원 우사단 마을에 1호점을 카페로 오픈을 했었는데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기에는 적합했지만,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경복궁역 금천교시장에 2호점 자리를 소개받았는데, 당시 그 골목에 맥주 한 잔 간단히 할 만한 가게가 없었습니다. 당시 요리를 할 수 있는 멤버도 없었고, 간단하게 튀기면 되지만 대신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매장으로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감자튀김이라는 아이템을 정했습니다.

 

 

Q. 사업아이템이 치킨, 쭈꾸미, 감자, 치즈, 고기 등 너무나 많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많은 아이템을 만들게 되었던 때는 용산 원효로에 열정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2014년 11월, 버려진 인쇄 공장단지였던 곳에 청년장사꾼은 매장을 동시에 6개를 오픈하여 지역을 활성화해보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재개발이 무산되어 비어있는 곳이 많았고,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던 곳이라 1차부터 3차까지 해결할 수 있는 구성으로 아이템을 짜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존 매장 중 제일 인기가 있던 감자튀김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새로 개발하여 오픈했습니다. 단순히 감자튀김이 잘 된다고 감자튀김만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나중에 내 가게를 열고 싶어서 들어온 멤버들이 다양한 장사를 배울 수 있고 단체도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했습니다.

 

Q. 요식업이라는 레드오션에서 청년장사꾼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직 성공이라 말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지만, 같이 일하는 멤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청년장사꾼도 없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은 모두 자기 가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장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청년장사꾼 매장들을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멤버들의 에너지입니다.

 

 

Q. 청년장사꾼 안에서는 직급이 수평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비슷한 나잇대의 멤버들이 수평적으로 일하며 발생하는 시너지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평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분명 매장에는 매장 내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점장이라는 역할이 있고, 또 여러 매장을 같이 지원하는 슈퍼바이저라는 역할도 있습니다. 이런 역할이 강압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김윤규 대표님은 창업이 어떤 것으로 생각하나요?

내가 내 갈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창업은 아닙니다. 나의 길을 개척하고 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모든 활동이 창업에 속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와 닿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아마 나중에 창업하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날이 오면 제가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Q. 창업하고 가장 어려웠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창업을 시작한 후 힘들지 않았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이 터지는 것이 장사입니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해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난관에 부딪칠 때는 주변에 조언을 구합니다. 대신 내가 그냥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꼭 그 분야를 미리 경험했던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Q.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하는데요,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잘 만나는 것, 정말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내가 완벽한 사업 구조를 짠다고 해도 같이 사업을 추진할 사람들이 없으면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과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청년장사꾼, 앞으로의 방향 및 목표는?

청년장사꾼의 앞날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할 예정이고, 지금 같이 고생하고 있는 멤버들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멤버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장사를 하며 사는 방향이 청년장사꾼의 큰 목표입니다.

 

Q. 창업을 하고자 하는 국민*인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에서 하는 수많은 창업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 국민대학교에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K-인턴쉽, K-커머스 수업, 오픈 마켓, 기업가정신특강 등 창업 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을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창업 후 일어나는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촌의 조그마한 감자집에서 13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대표가 되기까지 그의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들여다보았다. 요식업 관련 창업을 할 때 물론 어떤 아이템을 택할지, 어떤 상권에 들어갈지, 어떤 인테리어를 할지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였던 듯 하다. 실제로 만난 김윤규 대표는 강단이 있으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서로의 약점을 잘 보완해주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파트너는, 비단 요식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우리에게는 아직 수많은 길이 열려있다. 자기 자신의 위치에서 모두 활발히 활동하는 국민*인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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