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5월 8일이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날이었다고 한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으나 어머니날 행사에 서운함을 느낀 아버지들이 '아버지의 날’ 제정을 제기하자 1973년 3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공포되면서 ‘어버이날’로 변경되었다. 애틋한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릴 때도 어머니가 먼저 생각나고 어머니의 거친 손, 하해와 같은 넓은 사랑, 애정으로 싼 도시락 등을 떠올리며 눈물지으면서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버티고 계시는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만큼이나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면 우리 모두 할 말이 없을 것이다.아버지의 사랑이 어머니보다 상대적으로 격하되는 것이다. 가족의 기둥이자 버팀목인 아버지는 언제 한 번 자식들에게 그 사랑을 강요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으시며 혼자 술잔을 기울이신다. 가족들을 위해 눈시울을 마음대로 붉혀보지도 못한다.
어버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줍게 어머니에게 애교를 부리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손을 잡아드린 적은 있지만, 아버지께도 똑같이 사랑한다고 웃으며 말해 본 적이 있던가. 가슴 안에 세상보다 더 큰 사랑을 지니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려보자.
[우리들의 무심함에 대해서]
2006년, 행복 가정 재단에서 전국 7개 도시의 가장 400명을 조사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지수에 따르면 아버지의 50.8%는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 라고 답했다. 하지만 똑같은 질문에 답한 자녀들의 응답은 겨우 4%에 불과했다.
지친 회사 생활에, 돈벌이에 지친 아버지에게 우리는 어떻게 대했던가.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진 않았는가. 아버지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 적은 없던가. 다만 아버지의 소망은 자식들과 소통하며, 첫 입학 때 함께 있어주는 소박한 것일 뿐이었는데. 아버지에게 드려야 하는 것은 해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만들라고 하던 의례적인 카네이션이 아니다. 아버지와 진지한 소통을 해보려 시도한 적은 있었는지 돌이켜보자. 생각하던 것을 말로 전해본 적이 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말로 전해보지 못한 마음을 아버지께 담아 편지를 보내었다.
[4월 30일.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
To. 사랑하는 아빠 아빠, 큰 딸 수연이에요. 몸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 걱정돼요. 고혈압에 아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고 전화하면 목소리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돼요. 큰딸이라고 있는 게 전화도 자주 안 하고 진짜 나쁜 것 같아요. 그죠? 가족들 잘 지낼까 떠올리면 늘 아빠 생각이 나요. 가족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일에 치이고 왠지 아빠가 제대로 쉴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요. 아빠 걱정하시지 않게 내가 정말 잘하는 수밖에 없는 건데....... 부모님 생각해야 한다 하면서도 늘 뭔가에 내 모든 것을 다 던져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어요. 아빠한테도 늘 잘해드려야지 생각하면서 아빠의 지친 어깨 한 번 제대로 주물러 드리지 못하고....... 경상도 딸이라 표현을 잘 못하는 거라고 변명처럼 되새기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늘 아빠가 말씀해주셨는데 한 귀로 듣고 흘리듯 살아온 게 후회돼요.
우리 아빠, 누구보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잖아요. 남들보다 두 세배로 고생하시면서 우리 4남매 잘 키워주시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바쁘고 성실하게 사시는 것을 보며 매번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어요. 전 태어나서 한 번도 아빠가 자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어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쁘게 우리 아빠라고 자랑하고 싶고 얼마나 아빠가 대단하신 분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제대로 효도하지 못하는 딸, 아들들이지만 삐뚤어지지 않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 모두 부모님 덕분입니다. 어느 새 내 인생을 내가 꾸려나가야 하는 나이가 덜컥 무섭습니다. 아빠가 보살펴 주신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아빠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늘 건강히, 너무 사랑하는 가족들을 사랑하고 지켜주세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5월 3일. 딸에게 보내는 편지]
▲ 표준말에도 무안해하던 경상도 아버지의 하트에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언제나 생각나고 보고픈 사랑하는 딸 수연아! IT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편지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하면서 30여년 만에 몇 자 적는구나. 사랑하는 딸에게 처음 써보는 편지라 뭐라고 써야할지도 모르겠구나.......늘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만 있었지 잘해주지 못해 안타까움이 마음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 4남매가 속 썩이지 않고 바르게 성장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한데 아빠를 생각하는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준 아들, 딸에게 감사하구나. 아빠는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란다. 삶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이겨내지 못하면 쉽지 않은 것이 인생살이라는 것을 조금 딸, 아들보다 일찍 배웠다는 것일 뿐 사랑하는 큰 딸에게 일러줄 것이 없구나.
언제나 보고 싶고 사랑하는 딸 수연아! 남을 배려하고 상대를 이해할 줄 아는 큰 딸은 세상을 다 가져도 부족함이 없단다. 이제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큰 역경도 닥치겠지만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된단다.
보고픈 딸 수연아. 하고픈 말 쓰고픈 글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막상 이렇게 쓸려니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늘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웃는 얼굴로 생활하길 바라면서 이 편지에서 아빠의 가슴 따스함이 큰 딸 수연에게 전해지길 기원하면서....... 생각나고 보고픈 사랑하는 큰 딸 수연이 파이팅 “사랑해.”
아빠가 사랑하는 큰 딸 수연에게.
[매순간을 후회하지 않게 표현하자]
수업 시간에 아버지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계셨다. 아버지를 철모를 어린 나이에 여의셨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너희가 얼마나 축복 받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잠시라도 살아 돌아오신다면 단 한마디만이라도 전하고 싶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우리는 실로 축복 받은 사람들이다. 매순간 후회하지 않게 표현하자. "사랑합니다. 아버지." 하고.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30cm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30 년도 더 걸리는 사람도 있다. -인도 만트라 중에서.
우리는 늘 표현을 하는데 인색하다. 말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진심을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버지의 묵묵함은 사랑에 대한 경시가 아닌 깊은 침묵이다. 그 안에 있는 깊은 사랑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주무르며 사랑합니다, 하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우리는 사랑한다는 그 말을 친구보다 연인보다 아버지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1년에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해도 조금은 부끄럽지 않을 날이 돌아온다. 그 날 아침 회사로 나서는 아버지를 배웅하며 꼭 한 번 말하기 바란다.
-통계 출처: EBS 지식 채널 e -사진 출처: blog.daum.net/_blog/BlogView.do%...D2115165 (카네이션) cafe.naver.com/artcnc/2460 (아버지의 손) blog.naver.com/takizzang88/150042621673 (인트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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