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이사람] ‘온라인 촛불문화제’ 연 대학생 벤처 ‘%g’/ 언론정보학부 박미영·정다운·조민지

“소통의 사회, 아이콘으로 만듭니다”

촛불 아이콘 제작 10만 누리꾼에게 배포

“온라인 집회 해외에 알릴 프로젝트 준비”

‘%g’. 국민대 종합복지관 1층 한켠, 동아리방 같은 사무실에서 만난 대학생들이 건넨 명함에는 회사명이 이렇게 쓰여져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프로그램’(%g). 지난 1월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04학번인 회사 대표 박미영씨와 정다운·조민지씨 등 여학생 세 명, 한양대생 디자이너 조진현씨와 서울시립대·인하대 남학생 등 세 명이 알음알음 모여 만든 대학생 벤처기업이다.

프로그램은 자사 서비스를 내놓기도 전에 블로그 등에 촛불 아이콘을 다는 ‘온라인 촛불문화제’를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자신들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 ‘실타래’(sealtale.com)를 통해 촛불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10만명이 훌쩍 넘는 누리꾼들이 온라인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6월에 시범서비스 운영을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다, 집회에 나간 10대들을 처벌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정부가 누리꾼을 가난하고 외로운 집단으로 규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동요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또 국외나 지방에 있는 사람들, 집회 나가기가 쉽지 않은 고시생 등을 위해 온라인 촛불을 생각했어요.”(박미영)

온라인 촛불문화제를 할지 말지 고심하기 전에, ‘어떻게 할까’를 먼저 궁리했다는 이들은 처음 1천여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그러나 단 하룻만에 1만5천명이 참여하면서 오류 발생 등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높은 호응으로 이들의 시범서비스 운영은 한달 정도 뒤로 미뤄졌다.

프로그램의 ‘외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숭례문 화재사건 때 누리꾼들이 의견을 한마디씩 쓸 수 있는 ‘대한민국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게시판을 만들었어요.”(정다운) 지금도 뜻을 같이 하는 누리꾼들과 함께 페이스북 등 국외 사이트에 한국의 온라인 시위 문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진로 문제에 몰두한다지만, 창업을 하는 사례도 흔치는 않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진학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대학에 와서는 스스로 인생의 행로를 선택해야 해서 주변 친구들이 다 힘들어 해요. 창업보다는 대기업 인턴을 선호해 창업 멤버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어요.”(박미영) 프로그램이 탄생하기 전, 국민대에는 창업 관련 동아리나 지원 제도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이공계도 아닌 인문계 여학생 세 명이 웹서비스를 하겠다고 달려들었으니 무모한 일이었다. “다행히 교수님들과 산학지원팀, 학생 지원처 쪽에서 도와줘 운좋게 학교로부터 1년 동안 사무실을 빌릴 수 있었어요. 우리가 잘 되면 벤처 지원을 확대시켜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정다운)

기획서와 간단한 서비스만 갖고 도전한 제8회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 경진대회에서 상금 1천만원의 마이크로소프트상을 수상하면서 이들의 사업은 현실이 됐다.

프로그램은 ‘소통’이 원할한 사회를 꿈꾼다. 온라인 촛불과 관련된 문의 메일만 700여 통. 이들은 이런 메일들에 모두 답장을 보냈다. “블로그를 하지 않던 50대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개설 방식을 가르쳐드리고 촛불 다는 법도 알려드렸어요. 일이 많아 지난 2주 동안 잠을 거의 못 잤죠.”(조민지)

이들은 블로그에 달 수 있는 아이콘에 기술을 넣어, 같은 아이콘을 단 블로거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우리 꿈은 포털의 벽을 넘어 네이버 블로거든 어느 블로거든 아이콘을 통해 누구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195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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