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거부하지 않으면 협박은 계속된다 / 안드레이랑코프(교양과정부)

최근에 북한측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이전의 계약을 무효로 선언했고 임금 인상, 토지보상비 증액, 토지사용료 유예기간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 터무니없는 요구는 명확하게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이지만, 북한 정권에 법에 대한 존경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대응 정책이다. 이 위기로 인해 남한 정부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렸다. "개성공단은 얼마나 중요한가?" "양보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단이 이익을 가져올 수도 없고, 남북 긴장을 많이 완화할 수도 없어서 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일단 이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가 어렵다. 남쪽보다는 오히려 개성공단이 북한 사회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를 바꾸고 시대착오적인 정치·경제 구조를 대체하고 경제 개발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주역은 북한의 주민들뿐이다.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살아온 체제의 낙후성과 비효율성을 깨닫게 될 때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의 사회·경제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과제는 철저한 쇄국정책에서 자라난 젊은주민들에게 외부세계를 알려주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개성공단은 너무 중요한 사업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약 4만명의 북한 노동자들은 매일 '남조선 사람들'을 보고 있다. 그들은 남한 사람들의 옷차림과 모습을 보고 남한 시설을 사용하고 남한 음식까지 먹는다. 노동자 자신의 일상 경험 때문에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북한 언론이 주장하는 남한의 모습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남조선 사람들'이 미제 식민지 통치하에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아니고, '위대한 령도자'의 품속에서 사는 날만을 꿈꾸는 사람들도 아닌 것을 잘 알게 되었다. 노동자들에게 간식으로 주는 초코파이는 쇄국정책을 파괴하는 수류탄과 같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구소련에서 자라난 필자는 이런 교류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의 확산은 주로 교류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이러한 교류가 마침내 동유럽에서 공산 독재의 붕괴를 초래한 요인이 되었다. 그래서 북한을 바꾸자는 사람들은 개성공단의 의미를 인정해야 한다. 사실상 이러한 공단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공갈에 굴복하면 절대 안 된다. 최근에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정책은 상호주의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 정권의 도발 행위는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대통령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 메시지는'북한과의 협력에서 상호주의를 요구하거나 조건을 많이 붙이면 어떤 협력도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 당국자들은 남한의 약점을 찾는 중이다. 그들은 개성공단이 이러한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공갈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상호주의 원칙이 비현실주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이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핵개방 3000구상'은 대북전략의 진정한 기반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더더욱 현실주의적인 정책이 아니다. 양보는 개성공단을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공갈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개성공단만큼 북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사업이 없다. 그런데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노골적인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개성공단을 살려내는 방법이 아니다. 협박을 거부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한 협박만을 초래할 뿐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205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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