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헤럴드경제]'그대를 사랑합니다'/이은형(경영학존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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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 날 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었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목련이 만발하고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인 4월 중순에도 선전하고 있단다. 150만 관객을 돌파하고도 힘 빠지는 기색 없이 관객을 꾸준히 불러모으고 있다니 정말 반갑다. 이 영화의 흥행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성공하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시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시장이란 다른 말로 고객이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업은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먼저 고객을 세분화(segmentation)한다. 고객을 나누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이,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으로 나누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아웃도어파’, 주로 시내에서 쇼핑과 식도락을 즐기는 ‘타운파’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나누기도 하고 취향 및 선호도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고객 세분화를 잘 해야만 타깃 고객을 찾아낼 수 있고, 그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데 고객 세분화 과정에서 기업은 종종 오류에 빠진다.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고객을 나누고 나면 특정 연령대는 특정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오류다. 예를 들면 나이가 어리면 즉흥적으로 소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나이가 많으면 신중하게 소비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별다른 고민 없이 특정한 연령대에 있으면 특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나이 및 성별에 따라 나타내는 패턴이 예측하기 어려워 자칫 실패할 수 있다. 또 다른 오류는 50대 중반 또는 60대 이후 연령대 고객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예 분석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특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10대 및 20대 고객에게 집중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다. 시간이 갈수록 10대 고객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산업 종사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예상이나 상식을 보기 좋게 깨면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주연배우 평균 나이는 68.75세, 영화의 내용은 70대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다. 짜릿한 액션도, 재벌가의 호화생활도, 그리고 섹시한 여배우도 나오지 않지만 이 영화는 젊은 층에게까지 붐을 일으키면서 잔잔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의 저자 톰 피터스(Tom Peters)는 기업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뉴 실버세대’, 즉 경제적으로 풍부하고 젊은 마인드를 가진 실버세대가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기존관념에 사로잡혀 실버시장의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사람들의 기존관념 그리고 편견에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인 셈이다. 이제 모든 산업의 경영자들은 뉴 실버세대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빅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 바란다. 원문보기 :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10415000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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