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MB정부 리더십 찾아라 / 목진휴(행정) 교수

법(法)이라는 단어는 물(水)과 감(去)의 조합이다. 물이 간다, 혹은 물처럼 간다는 의미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물이 흐르는 길의 모양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계곡에서 따로 출발한 물이라도 결국은 대양에서 만난다. 그 과정에 아무리 굴곡이 있더라도 그렇게 흘러간다는 법칙을 어기는 물은 없다. 법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상식적인 틀에서 존재한다.

법은 공동체가 살아가는 기본 방식이다. 제헌절을 기념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이 법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대한국민이 살아가는 방식을 헌법이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는 대한국민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서로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다른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법과 제도가 만들어 진다. 그 틀 안에서 대한국민은 각자의 삶을 다른 각자들과 함께 영위하고 있다.

공동체의 구성원이 법을 따를 때 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법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적일 때 부담을 갖지 않고 따르게 된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구성원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간주되기 어렵게 된다. 법이 잘못되었기에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법에 대한 인식이 사뭇 위험하다는 사례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보는 사회 일각의 행태를 들 수 있다. 소위 집시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법은 집회나 시위를 목적으로 단체적 행동을 할 경우 허용과 불용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의사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위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의 안전을 목적으로 제한 규정을 둔다. 만약에 집회나 시위가 다른 공공의 이익을 방해할 경우 그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소지가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경험을 보면 집시법은 따르지 않아도 되는 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다. 특히 질서유지를 위해 행사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그 정도를 넘어 적지 않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전체가 법과 제도를 경시하는 풍조를 만연하게 하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여러 이유에서 정부는 무력화되고 있는 공권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진 공권력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공권력이 도전받는 경우에는 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흐르는 물과 같이 상식이 지배하는 법이 되기 위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어떤 공권력을 원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국민이 법을 무시하는 국가에는 정상적인 공동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 보기 : http://www.fnnews.com/view?ra=Sent1201m_View&corp=fnnews&arcid=0921678398&cDateYear=2009&cDateMonth=06&cDateDay=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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