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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post-2028년을 대비하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1978년 발효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은 2025년부터 일방의 종료 통고로 2028년 이후 종료될 수 있다. 이는 2025년부터는 2028년 이후(post-2028)의 새로운 동중국해 대륙붕 질서를 수립하는 문제가 한일 간 긴급현안으로 부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경학적으로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JDZ의 대륙붕에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며, CO2 저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 문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국가 성장동력으로써 JDZ의 해양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져 가고 있다. 세계 에너지 수급환경이 변하면서 에너지 안보 위기가 촉발되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의 에너지 안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post-2028년의 시기로 접어들면 JDZ와 그 인근 수역에서 펼쳐질 한·중·일 3국의 대륙붕 공동개발과 해양경계획정을 둘러싼 질서 변동의 대비를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한일공동개발구역


현재 동중국해의 관할권 중첩수역과 해양공동개발 문제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중일대륙붕공동개발합의 등 한일과 중일 양자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974년 한국과 일본은 대륙붕 관련 관할권 주장이 중첩되는 구역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31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동 협정은 조광권자의 설정, 협정상의 분쟁처리절차,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협정의 발효 기간은 1978년부터 2028년까지 50년간인데, 한일 간의 실질적인 공동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중일 간의 춘샤오(일본명: 白樺) 가스전 개발로 해양경계획정 문제가 부상되었지만, 2008년 6월 18일 베이징과 도쿄는 동중국해 공동개발을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중국은 일방적인 개발 및 해양탐사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이 만든 개발 구조물의 일부에 군사 시설까지 설치된 상황은 일본에게 커다란 우려와 불신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주장하는 동중국해 대륙붕 관할권 주장이 한일 간의 공동개발구역과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 2028년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된다면, 새롭게 시작될 한일 양자 간의 대륙붕 경계획정 및 공동개발 협상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일 양국 간의 대륙붕 경계획정을 둘러싼 갈등은 신의 성실 교섭 및 자제의 의무 안에서 조정해야만 한다. 한국은 대륙붕 경계획정에서 대륙 연장론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2년 12월 한국 정부가 UN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한 대륙붕 경계안은 영해기선에서 오키나와 해구까지 뻗어 나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국이 통보한 대륙붕 범위 는 200해리를 넘어 350해리에 다다른다. 다만 한국 정부는 오키나와 해구는 권원이 미치는 지점일 뿐 최종적인 대륙붕 경계는 국제법에 근거하여 관계국 과의 협의로 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 해 일본은 200해리 권원을 전제로 중간선을 기준으로 대륙붕 경계를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8년 협정 종료 이후 한일 간의 분쟁 수역은 제7광구 이상으로 4, 5광구의 일부가 포함되어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을 맺었을 당시보다 더 넓은 지역이 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공동개발구역 내 중국의 침투를 억제하고 있으며, 협정이 종료된 이후 닥칠 수 있는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도 협정의 현상 유지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한일대륙붕동동개발협정의 현상 유지는 한국의 국익상 분명 고려할 가치가 있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중첩 수역이 존재하는 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종료 이후의 상황은 한·중·일 3국 간의 등거리점(Tri-junction) 찾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한다면 post-2028년의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향방은 중국 변수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어 현상변경이라는 무협정 상황을 대비하여, 한국 정부는 윈-셋을 넓힐 수 있도록 협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상국들의 이익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이를 철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관·학이 연계된 태스크포스(TF)팀을 신속하게 발족시켜 협상의 주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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