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후보 간 인격·신뢰성 토론도 필요하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법원의 양자 토론 불가 결정까지 나온 대선 후보 토론회가 3일 처음으로 열렸다. 대한민국 미래를 맡길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인 만큼 합계 시청률 39%를 기록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12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외교안보·일자리·환경·노동·복지 등 무게 있는 주제들에 대한 주도권 토론을 4명의 후보가 나누다 보니 1인당 5분 내외로 긴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시청자 입장에선 아쉬운 때가 많았다. 피하고 싶은 주제는 동문서답이나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회피하고, 국민이 알고 싶어 할 김혜경·김건희 두 배우자 관련 토론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유권자는 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입장을 비교적 관점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후보들의 가치와 이념, 정책의 일관성과 대안의 실현 가능성과 함께 후보의 국정 운영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도 비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말 잘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 알이백(RE100)이니 EU 택소노미, 블루나 그린 수소 등 전문용어를 사용해 정치나 정책 경험이 짧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주택청약제도의 만점과 분양 가능 청약점수 등을 질문하며 윤 후보를 공격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환경과 노동, 복지 중심의 공약 소개는 물론, 이 후보에게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무능인지 투기 세력과 결탁한 공범인지를 따져 묻는 등 매서운 입심을 발휘했다. 국정 경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어눌한 윤 후보도 대장동 의혹과 재벌 해체 등 과거 발언을 파고들어 이 후보를 압박했고, 사드(THAAD) 배치나 노동이사제, 원자력 발전 등 다양한 이슈들에서 밀리지 않는 전문성과 정책 능력을 입증했다.

 

각 정당과 후보 측은 이번 토론회 성과를 내세우겠지만, 가장 아쉬운 사람은 안 후보가 아닐까. 그의 전문성이나 토론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앞서가는 두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여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안 후보가 특유의 소극성과 약간의 어눌함이 겹쳐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토론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이·윤 후보의 부인과 관련된 리스크와 그에 대한 후보들의 대응은 앞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줄 핵폭탄급 이슈다. 심 후보가 김건희 씨 녹취록 중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추행 부분을 언급하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고 윤 후보도 흔쾌히 수용했지만, 이 후보의 부인 리스크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그러나 사실상 김혜경 씨의 비서 역할을 수행한 5급 비서관 배모 씨와 7급으로 특채된 제보자 A씨와의 9개월에 걸친 녹취와 텔레그램 대화방의 기록이 이미 보도됐고, 이 후보와 민주당의 대응 중 일부가 거짓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언제든 폭발 가능한 시한폭탄이다.

 

한술 밥에 배부를 리 있겠느냐는 속담처럼 첫 토론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최소한 3회의 법정 토론이 남아 있고, 후보들 간의 합의에 따라서는 추가적 토론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토론을 통해 국민은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국정 운영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도덕성·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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