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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대선후보토론회 관전법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두 차례에 걸쳐 대선 후보 토론회가 있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는 집권 여당과 제1야당 후보 간의 양자 토론이 법원의 판결로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까지 있었다. 13일부터 후보 등록이 이루어지고 법정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세 차례의 법정 토론과 한 차례의 비초청 후보를 대상으로 한 토론이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토론회라 그런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두 차례의 토론회가 각각 39%, 21.4%의 시청률을 보인 것은 그만큼 이 나라의 다음 5년을 이끌어갈 사람을 주의 깊게 선택하려는 유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토론이 끝나면 각 정당과 방송사들에 의한 평가가 쏟아진다. 정당은 자당의 후보들이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하기에 바쁘고,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유리한 주장만 제시한다. 특히 요즘엔 대부분의 출연자가 각 후보 캠프의 특보 명함을 달고 나오니 더욱 그렇다. 유권자들도 무의식 중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잘한 점은 과장하고 못한 점은 애써 무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두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가 많아 대선 후보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 토론회는 실제 후보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울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전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들을 비교한다. 비교란 근본적으로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고전적 비교방법론인 J.S. Mill의 일치법과 차이법을 원용해 후보 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는 방법을 권고한다. 막연한 비교는 최종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권자들 스스로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먼저 몇 가지 선택하고 그것들의 상대적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준다. 예컨대 리더십(15%), 정책적 전문성(15%), 신뢰성(20%), 의지력(15%), 도덕성(15%), 공약의 실현 가능성(20%) 등으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토론을 관전하면서 각 기준에 대해 5점 혹은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시청 시 같은 공약은 배제하고 차이가 나는 공약을 집중적으로 비교한다. 토론이 끝나면 가중치를 적용해 총점을 계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시청하면서 이와 같은 방식의 게임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이 최종 결과에 가장 근접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도 고려해 보자.

 

둘째, 공약 자체보다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은 득표에 도움이 되면 무엇이든 공약화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퍼주기 공약만 보고 선택을 하면 더 많은 것을 해준다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고, 그것이 국가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공약은 대부분 지원 위주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다 지켰다면 이미 나라가 열두 번도 더 망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코로나19 시기에 막대한 재정을 풀어왔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매우 크고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가부채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우려가 크다. 이런 시기에는 후보들의 국가 재정에 대한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 탄핵 이후 정치세력 간의 갈등이 매우 커졌고, 최근에는 지역 간 갈등에 세대 간, 남녀 간 갈등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 통합의 필요성이 크다. 말로만 통합이 아니라 정말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낼 후보가 누구인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끝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나라다. 헌법적 가치를 지켜 자손만대에 자유롭고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물려줄 후보와 정당이 누구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역대 가장 비호감 선거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지금보다 나은 후보자를 선택한 결과가 반드시 좋았던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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