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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서재는 감옥이다
나에게 서재는 감옥이죠.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 벽으로 둘러싸인 감옥. 서옥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감옥’이라는 말은 좋은 뜻은 아니죠. 그러나 제가 별로 좋은 뜻이 아닌 감옥이라는 용어를 쓴 이유는 내 삶 그리고 내 생각을 틀 지어주기 때문이죠. 감옥에 갇힌 죄수는 감옥의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저는 이 서재에 갇혀있는 사람 같아요. 서재 안에서 생각하고 서재 안에서 꿈꾸고 그러나 서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제게 있어서 서재는 책 감옥이죠.
과정 자체가 무한한 가치를 줄 수 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에드가 스노우 작가가 쓴 [중국의 붉은 별]이란 책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대학교 1학년 시절에 읽었죠. 그 책이 줬던 메시지는 그런 것 같아요.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온 정성을 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성을 다하는 과정 자체에 무한한 가치를 줄 수 있다’라는 교훈을 줬죠. 그래서 아직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그 외에도 저는 역사적 사건이나 또는 특정 인물의 전기를 다룬 책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제가 철학전공은 아니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요즘 말로 하면 삼성의 상속자인 이재용 같은 사람인데 재산에 대한 권리마저도 다 포기하고 학문의 길로 들어선 것. 참 그런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그런 점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책이 책을 추천 한다
제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내가 굉장히 감명 깊었던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내용 그 작가가 말하고 있는 다른 책 또는 참고문헌에 있는 책들을 찾아봅니다. 책이 책을 추천하는 거죠. 책에서 추천하는 책을 찾아 읽고 또 거기서 추천하는 책을 찾아 읽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신간에서 좋은 책을 추천 받는 방법입니다. 일간 신문 주말 판에 책에 대한 소개들이 실립니다. 4개 일간지 정도를 중심으로 해서 읽을 만한 책이 있는지 책에 대한 소개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세 번째로는 가끔 시간이 나면 주말에 한 서너 시간씩 서점에 가 있곤 해요. 각 코너를 다 다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책도 빼보기도 하고 정말 내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찾습니다. 어떤 책을 고르냐고 질문을 한다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책,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의 주제를 찾아요. 내가 생각하고 싶은 주제를 담은 책을 찾아가는 모험은 제가 가진 취미 중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이죠.
내 영혼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
독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각을 단련시키는 거죠. 학창시절에는 독서는 단순히 내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독서는 내 영혼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떠한 시련이나 어려움 속에서 내가 생각을 꿋꿋이 해 나가는 것은 바로 책을 통해 가능하죠. 그래서 웬만한 어려움은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내 마음을 튼튼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이라 생각합니다. .
반추하는 훈련
우리 세대와 지금의 20대들을 비교한 다면 제일 큰 차이점은 영상일 겁니다. 지금의 20대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고 많은 지식들과 삶의 이치를 영상을 통해 깨닫죠. TV 드라마 일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요. 영상을 통해 직관이 발달하죠. 책은 직관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세대들은 영상 이미지가 주는 힘에 대해서 단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약점이 있죠. 그러나 우리 세대가 갖는 장점은 바로 반추하는 능력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하는 거죠. 저는 직관에 의한 판단과 그 다음에 반추하는 능력이 결합해서 작동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20대들은 반추하는 훈련을 조금 더 한다면 오히려 지금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겠죠. 반추하는 능력은 텍스트를 통해 얻어집니다. 영상과는 다른 점이죠. 책을 통해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 저자와 대화하게 되죠. 영상처럼 직접적으로 그 저자가 우리에게 바로 메시지를 주진 않아요. 한 번 더 생각해야 메시지를 얻을 수 있죠. 영상에 비해 속도도 느리지만 보다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죠. 텍스트를 통한 반추로 험한 세파를 균형적인 사고로 이겨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재미없으면 버리세요
저는 책을 읽을 때 한 책을 집중적으로 보기보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어요. 읽기 전 항상 머리말과 목차를 꼭 읽습니다. 책의 어떤 부분을 먼저 읽어야 할지를 찾아내요. 대개의 경우 소설이 아니라면 차근차근 읽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필요한 부분을 먼저 일고 거기서 동기를 가져 나머지 부분을 읽어나가는 게 좋습니다.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책은 다 읽어야 하지만은 않습니다. 다 읽어야 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책은 나에게 짐이 되요. 재미없으면 버리세요. 내가 좋아하고 읽고 싶은 부분을 빨리 찾아내고 흥미로우면 더 읽어 나가고 아니면 그만두고 책의 종류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독서법은 정독이 아니라 다독이라 생각해요. 많이 읽어야 합니다. 끝까지 다 읽어 나가는 것으로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많이 그래서 다양한 저자의 시각을 접해보는 것. 이것이 우리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독서법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선생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요.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세상은 하나의 콘텐츠인데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해보면 알지만 게임에는 레벨이 있습니다. 똑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레벨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즐깁니다. 레벨 49과 50이 즐기는 것은 다르죠. 세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레벨을 정해주는 것은 독서량입니다. 그래서 독서를 심화하면 심화할수록 내 사고가 깊어집니다. 사고 레벨이 올라가죠. 그러면 똑같은 현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훨씬 더 풍부하게 즐기고 깨달을 수 있죠. 예를 들어서 우리 학교 정문에서 들어오면 오르막이 쭉 있고 오르막을 따라 비상하는 용의 상이 있죠. 용의 상이 하늘에 맞닿아 있도록 연출되어 있는데 그런 사물의 섬세한 시각을 보고 즐기려면 알아야 해요. 아는 것은 독서를 통해 가능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많이 보일수록 즐거워집니다.
내가 참 그렇게 싫어했던 법학
법이라는 전공에 대해서는 사실 지금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법사회학이라는 아주 특이한 전공을 했습니다. 법학 중에서도 기초법이라 이야기하는 것인데 법 전체를 보는 시각이죠. 대학교 4학년 때 도저히 법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전과를 하려했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어요. 법대지만 정치학 박사를 하셨던 지도교수님을 만나면서 제 고민이 많이 해결됐죠. ‘법대 내에서도 법학이 아닌 사회학이나 정치학을 공부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셨죠. 법사회학이란 것을 전공하게 되고 법을 공부 했지만 기존의 법학적 방법론이 아닌 사회과학의 눈으로 법을 바라보는 공부를 했죠. 내가 참 그렇게 싫어했던 법학인데. 전통적인 의미의 법학이 괜찮은 학문이다라는 것을 작년부터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 원리들 하나하나가 답답하고 고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고루함 속에 묻어있는 학문의 깊이. 법학이 거의 이 천년정도 된 학문이거든요. 어느 학문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고 아주 단단하고 뿌리 깊은 역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게 됐죠. 지금은 법학이 가지는 역사적 힘과 뿌리가 대단하다고 느껴요. 이제는 내 깨달음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교수로서 작은 소망이죠.
영화는 내 로망이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쓰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책을 고르는 방법 중에 하나인데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누구도 쓰지 않았다면 그 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봐요. 그땐 좋은 작가로서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늦었다고 생각 하지만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법이나 사회과학에 대한 좋은 얘기를 한다거나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영화는 내 로망이죠. 영화계 일을 꾸준히 하고 싶었어요. 최근에 들어서 영화에 대한 일을 시작했고 법학전공이기 때문에 문화콘텐츠 쪽인 개정이나 시행규칙에 대한 작업을 주로 했죠. 또 영상물 등급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철차에 대한 작업도 했고 영화산업에 대한 제도적 이슈를 공부하고 있어요. 어울리진 않지만 제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도 하고 있고요. 영화는 가장 텍스트에 가까운 영상입니다. 영상 역시 반추를 해야 하죠. 그래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굉장히 좋은 독서법이란 생각이 들고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보통 책을 많이 읽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처음부터 책이 익숙하지 않으면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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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2.0
로렌스 레식 저, 김정오 역 | 나남 | 2009년 | 성곡도서관 링크
사이버공간에 대한 책이에요. 코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소프트웨어 같은 것입니다. 인간의 행위를 통제 할 수 있다는 거죠. 소프트웨어 자체도 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법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죠.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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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요한 하위징아 저, 이종인 역 | 연암서가 | 2010년| 성곡도서관 링크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을 뜻 합니다. 인간의 문화적인 양상들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이 필수적으로 가져야할 모습의 하나로 놀이를 그려내고 있죠. 인간이 매일 일하고 공부하는 그런 공식적인 모습만 봐왔다면 비공식적인 모습들에 대해 굉장히 적절한 설명 틀을 제공해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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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정약용 저, 정해렴 역 | 현대실학사 | 2004년 | 성곡도서관 링크
매번 읽고도 읽을수록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목민심서 전체보다는 4-5건에 있는 형전을 주로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도 바로 지킬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재판의 윤리과 지침을 제공해줍니다. 조선시대 당시 고을의 사또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재판을 하는 일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가지는 생각의 보편성과 한국 법문화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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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사
박병호 저 | 민속원 | 2012년 | 성곡도서관 링크
목민심서와 같은 취지에서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어요. 우리가 주로 배우는 법은 서양 법이에요. 그래서 마치 우리의 뿌리는 없었던 것처럼 오해하기 쉬운데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법문화가 가지는 그 단단한 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서구 법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변형해가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아주 놀랄만한 법문화를 창조하는데 그 원형이 ‘한국법제사’ 속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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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탐구
비트겐슈타인 저 | 책세상 | 2016년 | 성곡도서관 링크
개인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책입니다. 여기서는 언어의 규칙을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법에 더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법의 근원이라든가 또는 법을 탐구하는데 시사점을 줍니다. 비트겐슈타인이 가지는 생각의 엄밀함도 배울 수 있고요. 저는 이 책이 철학책이 아니라 아주 훌륭한 법학 책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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