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새 바람 ‘LINC+’ 현장 가다]
<상>탁상교육 한계 뚫는 ‘융합’
국민대, 車융합IT 학과 개설 등
창업성과 분야서 전국 톱 수준
한림대는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코로나 진단·치료제 개발 나서
동명대도 AI 스마트팜 사업화 등
기술혁신·일자리 창출 잰걸음
국민대 재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의 캠퍼스에서 직접 개발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시범운행하기 위해 점검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국내 산학협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 영역간, 교육·연구 전공간 칸막이가 사라지고, 대학·기업 주도 자율적인 사업발굴이 이뤄져 과거보다 창의적인 기술·서비스개발이 가능해졌다. 협력의 주체도 인문사회분야로까지 확대돼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 순기능효과까지 창출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2017년부터 실시한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에 호응해 100여개 대학들이 호응한 결과다. 정부가 2~10일 비대면방식으로 여는 ‘2020 산학협력 엑스포’를 계기로 서울경제신문은 3편에 걸쳐 LINC+사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진단한다.
서울 북한산 자락에 교정을 둔 국민대에선 지난달 27일 놀라운 모습이 펼쳐졌다. 이 학교 자동차 관련 교수진과 전공생들이 개발한 자동차가 센서로 주변 도로와 장애물 등을 인식하며 스스로 움직였다. 이번 산학협력 자율차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민대 대학원생 손원일씨는 “이 차량은 스스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을 갖췄고 최근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임시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인 도로주행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대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학협력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7년여 사이에 개벽 수준의 변화를 이뤄냈다. 창업교육 및 창업성과 분야에서 전국 대학중 1~2를 다투는가 하면 교수 1인당 기술이전 수입실적에서도 선두권 각축전을 벌였다. 정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정책 시리즈에 호응해 전공의 장벽을 허물고, 신기술 분야 미래형자동차와 헬스케어분야에 전략적으로 집중투자해 인재를 육성한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자동차분야의 혁신이 두드러졌다. 당초 공과대학에 소속돼 있던 자동차 관련 전공학과를 자동차대학으로 독립시키고 인프라구축에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자동차융합IT학과를 개설하는 등 전공의 장벽을 허물고 고급인재 육성에 나섰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채용연계 계약학과를 유치해 매년 10명 가량의 졸업생을 현대차 및 현대위아에 취업시킬 수 있었다.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 인재난 해소와 기술 혁신에 나선 산학협력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프로젝트의 도전기가 새롭게 써지고 있다. 생명과학,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기술, 인문사회 등에서 잇따라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림대는 이뮨메드, 바디텍메드 등 학내 벤처기업 출신의 글로벌바이오기업들과 손잡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비롯한 주요 질환 진단제품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이를 채용과 연계해 졸업생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동아대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들과 협력해 스마트시티 건설, 빅데이터 운영, 초정밀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취업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동명대 관계자들이 스마트팜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파트너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제공=동명대
또 다른 동남권 대학인 동명대는 동남권 기업·기관 농민 등과 협업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동화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AI융합 스마트팜 기술연구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 LINC+육성사업단의 박수영 지역사회협업센터장은 “원래 저희 대학은 도시농업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기존의 농업기술로는) 한계를 느껴 스마트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작물 재배에 최적인 수준으로 온·습도 및 공기상태를 자동조절하는 스마트팜을 건립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마트팜 전문기업인 KCTS를 동명대에 입주시켜 협업했다. 체계적인 사업화를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난 8월 스마트팜의 문을 연 후 불과 45일만에 수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초기사업안착에 성공했다.
이 같은 사회적 공헌은 이제 산학협력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단순히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신기술·신상품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시민들의 애로사항과 기술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 해결사’로 까지 산학협력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방지치단체나 정부기관, 지역민 등도 동참해 ‘산·관·학·민’의 4각 협력체제가 구축되는 추세다. 공학 등 이공계 분야와 정치·사회·경제·문화와 같은 사회·인문분야가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동국대 교수와 학생들이 지난해 산학협력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축제를 열고 교감을 나누고 있다.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산학협력엑스포 등 관련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해 연다. /자료제공=동국대
동국대가 그 대표 주자다. 동국대는 과거 많은 산학협력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창업기업을 탄생시키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기존 산학협력체계의 한계도 명확히 느끼게 됐다. 창업기업과 개발기술중 상품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는 다른 대학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딪히는 딜레마였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산학협력을 통해 발굴한 사업이나 상품이 최종소비자의 수요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같은 반성 차원에서 ‘리빙랩’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리빙랩이란 대학 등이 시민들의 실생활 속 문제를 함께 모색하고 해법을 찾는 연구개발조직이다. 동국대는 올해 기준으로 프로젝트에 따라 총 18개의 리빙랩을 운영 중인데 경찰행정학, 정치외교학, 일어일문학, 경제학, 예술분야 등 인문사회분야 교수들이 적극 참여 중이다. 동국대 LINC+ 지역사회협업센터의 김민수 조교수는 “저희 리빙랩을 통해 서울 중구 필동내 위험한 지대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고양시에선 일부 조례를 합리화하는 성과도 냈다”며 “내년에는 리빙랩을 20개까지 늘리는 게 우리 대학의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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