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로 웃는 얼굴의 지구를 표현한 ‘생물종다양성의 해’ 포스터를 든 왕종두씨.
“나는 행복한 생명입니다. 난 걸림 없는 자유입니다!” ‘대한민국 1호 그린 디자이너’ 왕종두(57)씨의 수업은 항상 이 같은 외침으로 시작된다. 디자인 주체인 사람부터 맑아져야 ‘그린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왕씨의 철학 때문이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왕씨는 2013년부터 제주시에서 비영리 교육기관 ‘행복한 생명 그린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왕씨는 학생들에게 그린 디자인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지속 가능한 환경 디자인의 사례, 생활 속 창의 방법 등 이론을 배운 뒤 직접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15주 과정 2학기제로 운영되며 모든 과정은 무료다.
왕씨가 정의하는 그린 디자인은 환경을 지키기 위한 디자인이라는 일반론을 넘어선다. 왕씨는 “사람이 무언가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이라며 “생각과 관점을 바꿔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그린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왕씨의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린대학의 학생들은 버려진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동식물로 웃는 얼굴의 지구를 표현한 ‘생물종다양성의 해’ 포스터를 든 왕종두씨.
왕씨는 ‘잘나가던’ 디자이너였다. 1980년대부터 13년간 광고기획사에 있었고 5년 넘게 직접 광고회사를 운영했다.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란 문제에 수많은 오답자를 만들어낸 ‘침대는 과학이다’ 광고에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돌연 회사를 그만뒀다. 왕씨는 “당시 아내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쳇바퀴 삶 자체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왕씨를 구원한 것 역시 평생을 함께한 디자인이었다. 왕씨는 “광고 디자인에만 몰두해 왔는데 어쩌면 내 삶도 디자인으로 새롭게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 진학한 왕씨는 그린 디자인을 전공해 국내 최초 그린 디자인 석사를 땄다. 당시 석사 논문으로 ‘태양열 십자가’를 창작해 발표했다. 14m 높이로 제작한 태양열 십자가는 현재 충북 음성군 감곡면 광장에 설치돼 낮 동안 저장한 태양열로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그린대학’은 2012년 현재 부인이 “당신의 향기를 제주도에 전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00여 명이 ‘그린대학’을 거쳐 갔다. 학생들은 구멍 난 스타킹으로 만든 방석, 계란 담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계란필통, 맥주 페트병을 이용한 스마트폰 확성기 등을 만들어냈다. 올해부터는 성산읍 복지시설을 시작으로 제주도 전역을 돌며 ‘행복 디자인 수업’을 할 계획이다. 왕씨는 “대상의 가치를 새롭게 들여다보게 하는 디자인 자체가 생명이다. 그린 디자인으로 많은 이가 행복해지고 사회도 풍요로워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213743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