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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초대석]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초대학장 “부족한 SW개발자, 문제해결식 교육이 정답” / 이민석(소프트웨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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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콜42 교육 프로그램 도입. 기업 원하는 SW 인재양성 목표 인공지능(AI), 빅데이터부터 모바일에지컴퓨팅(MEC)까지 모든 미래 기술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때문에 미국, 중국, 프랑스 등 G7은 SW 개발자 육성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평균 연봉 10만 달러(페이 스케일 기준)에 달하는 SW 개발자에 대한 높은 대우, 대학과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정교한 산학협력 교육 시스템, 전 세계 SW 인재를 빨아들이는 테크 자이언트(거대 IT 기업) 등이 시너지를 일으켜 전 세계 SW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1세기 미국의 패권은 군사력이 아니라 SW 경쟁력에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중국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전통적인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미국의 SW 패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바이두,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이 주축이 되어 단기간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SW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낡은 규제와 평등한 교육이라는 허상에 묶여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연봉 제한에 묶여 현업의 우수한 SW 개발자를 교수로 초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 정원 제한에 묶여 SW 인재를 더 육성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W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육관련 규제를 피하면서 더 많은 SW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유럽의 SW 강국 프랑스의 사례에 주목했다. 자기주도 문제 해결식 교육을 제공하는 프랑스의 비학위과정 대안교육 프로그램인 ‘에콜42’를 적용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지난해 12월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개소했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초대 학장은 국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로 재직 도중 학장으로 선임됐다. 한성대 교수, 팜팜테크 최고기술책임자, NHN NEXT 학장 등 학계와 현업을 아우르는 다양한 SW 개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학장은 먼저 한국에는 SW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IT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SW 개발자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SW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2만5000명의 역량있는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민간에선 최소 3만5000명에서 최대 20만명의 SW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하지만 국내 대학교 SW 학과 정원을 다 합쳐도 2만명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의 SW 개발자 부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 학장은 그 이유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디지털 전환이란 기존 기업 조직이 개발자 중심의 조직으로 변함으로써 더 많은 영업이익과 업무 효율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때문에 IT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 서비스 등 IT와 무관해보였던 기업들까지 SW 개발자를 찾고 있다. 이 학장은 “교육부가 대학정원을 늘리는 것은 SW 개발자 부족이라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필요하다. 대학정원을 늘리고 SW 학과를 확충하려면 그만큼 교수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연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능력있는 SW 개발자는 모두 기업에 있으려 하지 학계로 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2012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에콜42다. 에콜42는 교수나 선생님이 없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학생들이 주변 동료와 협력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기 교육 인프라만 갖추면 교수 없이도 알아서 교육을 진행하고 수료생을 배출할 수 있다. 학생들의 적극성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하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교육 목표는 이러한 에콜42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SW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에콜42는 특정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먼저 프로젝트를 통해 유닉스 서버 구조나 프로그래밍 언어 ‘C’, ‘C++’ 등 기초 SW 교육을 받은 후 교육생들의 관심사에 맞춰 고급 SW 프로젝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앱 개발에 관심이 있으면 ‘코틀린(구글)’과 ‘스위프트(애플)’를, AI 개발에 관심이 있으면 ‘파이썬(기계학습)’과 ‘R(빅데이터)’ 등을 선택하면 된다. 교육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실제 기업 실무처럼 프로젝트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이 주변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은 학생 스스로 습득해야 한다. 대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이론적 배경을 습득하고 프로젝트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신 개발 장비와 업계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제공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학생 수준에 맞는 다음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결함으로써 학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이 학장은 “SW 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현업 SW 개발자도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때문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현업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할 수 있는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이론 위주의 기존 대학 교육과 달리 기업 실무처럼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비인가 대안 교육기관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수료한다고 해서 학·석사와 같은 정규 학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서울시가 제공한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라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만족하면서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를 회피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직접 설립한 유관 교육기관인 만큼 그 무게감은 일반적인 대안 교육기관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이며, 수료한 학생들의 SW 개발 능력은 정규 대학 학·석사에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프로젝트 해결 중심의 교육을 받은 만큼 문제 해결 능력은 더 우수할 것이라는 게 이 학장의 설명이다. 이 학장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은 최대 2년 동안 교육을 받을 수 있다. 1년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면 SW 학사급, 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SW 석사급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해결 과정은 총 21단계 석사급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먼저 에콜42를 진행한 프랑스의 학생들은 평균 15~16단계 학사급 과정에서 교육을 마무리하고 취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따로 성적을 매기지는 않는다. 동료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해결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A~F로 구성된 성적보다 더 명확한 목표가 주어진다. 취업이다. 이 학장은 “많은 기업이 따로 재교육을 거치지 않아도 한 사람분의 몫을 하는 SW 개발자를 원한다. SW 개발자 한 명의 능력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SW 개발자 구인에 신입 공채는 거의 없고 경력 공채만 하는 이유다”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프로젝트는 보안, 게임, 기계학습, 웹 서비스,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 등 현업에 필요한 능력 배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생들은 수료 즉시 한 사람분의 몫을 하는 SW 개발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포함한 에콜42의 교육 방식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 위주의 교육이 적합한 인재가 있고, 기존 교육 방식이 적합한 인재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학생 선발에 앞서 한달 동안 집중 교육과정(라 피신)을 거쳐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한다. 1월 말 400여명의 우선 통과자들이 라 피신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며, 이 중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고 최종 확인된 250명이 2월 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정규 교육 과정에 입학한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고등학교 졸업(검정고시 포함) 이상의 학력만 있으면 누구나 입학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연령, 학위 등의 제한은 없다. 실제로 400여명의 우선 통과자들은 19세부터 6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취업 중심의 SW 교육기관이라는 특징상 대학 재학 또는 졸업한 20대 중후반 지원자들이 가장 많고, 회사에 다니던 도중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려는 30대 초반 지원자들이 그 다음으로 많다. 이 학장은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주변 환경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학장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SW 개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교육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기업이 현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프로젝트로 구성하고 학생들이 이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협업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학장은 SW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기업들의 노력도 주문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기업을 회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SW 개발자 채용·운영·평가 절차를 만들고 전반적인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개발자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이 원하는 SW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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