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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구의 반칙과 페어플레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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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11-24 18:09] 지난 5월 이른바 ‘황우석 열풍’이 거세게 몰아쳤을 때 나는 생각했다. “이제 황우석 교수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의 최대의 적은 오직 그 자신일 뿐이다”라고. 황 교수 자신이 그동안 정직하지 못한 말과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였고, 이것이 결국 나중엔 부메랑이 되어 황 교수에게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반년이 지난 지금, 나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어 황 교수가 곤경에 처한 것은 물론 온 나라가 떠들썩한 혼란에 빠져 있다. 황 교수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 없었다는 자신의 기존 주장을 뒤집었지만, 섀튼 교수의 결별 선언이나 〈피디수첩〉의 보도가 없었다면 과연 그것을 실토했을까. 지금의 문제 상황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그 핵심은 간단하다. 황우석 연구팀이 반칙을 해서 세계 일등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반칙을 안했다고 줄곧 부인을 하다가, 이제 반칙 사실은 할 수 없이 인정하지만 그건 ‘국익’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였노라고 변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황우석 연구팀이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착수하였던 2002년에 세계에서는 과연 이 분야에서 누가 최초로 성공하느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보다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앞선 선진국의 연구진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윤리적 규제와 더불어 대량의 난자 취득의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때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다소 의외로 한국의 연구팀이 세계 최초의 성공을 알렸던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논란이 된 주된 문제는 배아의 파괴를 둘러싼 도덕적 문제였다. 즉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는 배아를 인간생명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가 핵심적 쟁점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회적 합의를 못 이룬 채 팽팽하게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작 황 교수의 연구에서 이번에 문제로 터진 것은 난자 제공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이냐, 그리고 이를 황 교수가 과연 정직하게 보고한 것이냐 등 기본적인 연구윤리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연구의 과정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국제적 룰을 황 교수 팀이 어겼기 때문이다. 즉 반칙을 하였다는 말이다. 국제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심각한 반칙을 숨기고 우승하였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운동경기에서 반칙에 벌이 따르는 것은 반칙한 선수의 탓이지 그것을 지적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황 교수팀의 반칙을 지적했다 해서 생명윤리학회나 〈네이처〉, 섀튼 교수, 또는 〈피디수첩〉 등을 비난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황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 사실을 용기 있게 지적한 이들을 ‘매국노’라 매도하면서 황 교수를 맹목적으로 두둔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과학연구든 국제적 인정을 받으려면 국제 과학계의 룰을 지켜야 함은 상식일 것이다. 만일 반칙이 있었다면 이를 밝혀 빨리 바로잡는 것이 옳다. 반칙이 아니라고 억지를 쓰거나 반칙을 지적한 사람을 엉뚱하게 비난하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님은 물론이고 경기력 향상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이번에 반칙은 황 교수팀이 하였지만, 그동안 ‘황우석 영웅 만들기’에만 골몰하면서 반칙을 부추기거나 방조한 책임이 있는 정부와 언론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만일 진실한 반성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 과학계의 신뢰 회복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환석/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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